조선인민군 러시아 파병, 한국과 우크라이나만 기정사실화
정보조작과 정권구명의 달인 국정원, 이번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7월 10일 백악관에서 열린 나토 정상 리셉션에 참석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
윤석열 대통령이 7월 10일 백악관에서 열린 나토 정상 리셉션에 참석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지난 18일 북이 대규모 병력을 러시아에 파병했다고 국가정보원이 발표했다. 국정원은 북이 11군단 소속 4개 여단 병력 1만 2000명을 러시아에 파병하기로 했으며 1차로 1500명이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했다는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 이후 조선일보를 필두로 국정원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토대로 한 북 파병설이 정설처럼 보도되고 있다.

북 파병설의 시작은 우크라이나에서 시작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군의 여러 분야에서 1만명을 훈련할 계획이 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국정원은 조선인민군 추정 인물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우크라이나 정보당국과 협력해 입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 언론들은 파병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9일 “북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파병하기 위해 러시아에 조선인민군을 보냈다는 보도를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션 새벳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도 18일 “이런 보도(조선인민군 파병)가 정확한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17일 젤렌스키 대통령 발언에 함께 있던 마르크 뤼테 나토 사무총장도 “조선인민군이 전투에 연루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북이 러시아에 파병한 것을 사실로 보도하는 국가는 한국과 우크라이나 단 2곳이다. 파병설을 뒷받침 하는 근거들은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일까?

조선인민군 파병설 증거가 의심스러운 이유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GUR)은 러시아 연해주의 세르게옙스키 훈련장에서 조선인민군이 러시아군에 장비를 지급받는 영상을 공개했다. 군인들의 얼굴이 아시아계로 보이긴 하지만 소리를 들어보면 조선말이 전혀 들리지 않는다. 한편 지난 9월 25~26일 연해주 세르게옙스키 훈련장에서는 러시아-라오스 연합훈련 ‘라오스 2024’가 진행된 바 있다. 우크라이나가 공개한 영상이 사실 라오스군을 담은 영상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정원이 공개한 위성사진도 조선인민군 파병을 뒷받침하기는 부족하다. 한설 예비역 준장은 “정보의 신로성은 크로스 체크에서 확보된다. 그런데 나토도 미국도 확인 되지 않았다고 하는 상황에서 사람 얼굴 식별도 안되는 그런 해상도의 위성사진을 가지곤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신대 이해영 교수는 “(조선인민군 파병)의 소스는 우크라이나 군 정보국(GUR)과 그 산하 ‘전략소통 정보보안센터’, 국정원 뿐이다. 우크라이나 군 정보국은 요인암살, 테러, 사보타지, 가짜 정보를 제작하는 곳이다”라며 근거 자료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더군다나 우크라이나 정보국은 쿠르스크 지역에 조선인민군이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러시아가 쿠르스크 지역을 회복해가고 있으며 이 지역에서 전쟁 양상은 러시아에 유리하다. 벙력은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는 조선인민군 파병설로 나토의 참전이나 장거리 미사일 사용 등을 노리고 있다.

국정원이 조선인민군 파병 증거라고 제시한 위성사진 ⓒ국정원 보도자료
국정원이 조선인민군 파병 증거라고 제시한 위성사진 ⓒ국정원 보도자료
국정원이 조선인민군 파병 증거라고 제시한 위성사진 ⓒ국정원 보도자료
국정원이 조선인민군 파병 증거라고 제시한 위성사진 ⓒ국정원 보도자료

무능하면서 정보조작 일삼던 국정원

조선인민군 러시아 파병설은 우크라이나와 국정원이 서로의 정보를 인용하면서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국정원은 정보수집이 떨어지고 정권 옹호를 위한 오보를 남발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왔다.

 

국정원은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사흘이나 모르고 있다가 조선중앙TV 보도를 보고 사실을 파악한 바 있다. 국정원의 대북 수집 능력이 얼마나 수준 이하인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2012년에는 북 로켓 추진체 문제가 생겼다고 보고했으나 북은 다음날 장거리 로켓발사에 성공했다. 2016년에는 국정원이 처형당했다던 조선인민군 총참모장 리용길이 살아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국정원이 처형당했다고 발표한 인물이 멀쩡히 살아있는 경우는 몇 차례 더 있었다.

한편 국정원의 정보조작도 몇차례 드러난 바 있다. 2012년 대선 때 국정원이 댓글부대를 가동시켜 정보와 여론을 조작했다. 2013년에는 국정원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재판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2016년 9월 뉴욕타임스는 “국정원은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선택되거나 입증되지 않은 정보를 유출한다고 비판받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2019년 2월, 국가정보원의 간첩사건조작에 가담한 검사, 수사관에 대한 고소 기자회견 ⓒ뉴시스
2019년 2월, 국가정보원의 간첩사건조작에 가담한 검사, 수사관에 대한 고소 기자회견 ⓒ뉴시스

조선인민군 파병설은 윤석열 정부 최악의 국정농단?

신뢰하기 어려운 국정원발 ‘조선인민군 파병설’이 이토록 대서특필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명태균의 폭로와 평양에 보낸 무인기가 우리 군의 것이라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20%대로 바닥을 치고 있다. 정권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조작한 조선인민군 파병설을 국정원이 앞장서서 퍼뜨리고 있다는 의혹이 신빙성을 갖는다.

무인기 평양 침투도 이미 도를 넘어선 전쟁 도발이다. 조선인민군 러시아 파병설도 정권의 안위를 위한 조작이라면 이는 국민의 전체의 생명을 전쟁으로 몰아넣은 용서할 수 없는 국정농단이다.

더군다나 윤석열 정부는 조선인민군 러시아 파병을 사실로 확정지으며 주한 러시아 대사를 조치하는 등 러시아와의 관계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익을 생각하지 않는 명백한 외교참사다.

국회는 국정원과 우크라이나가 증거라고 주장하는 정보들에 대한 사실 검증부터 철저하게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와 국정원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국정농단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그 즉시 윤석열 정부의 권한을 정지하는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