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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서 "지방시대 정부" 공언한 윤 대통령...야당, "예산 현실 알고 있나" 한탄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6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0.29. ⓒ뉴시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을 초래한 정부가 각종 기금의 자금을 끌어다 쓰는 등 '빚 떠넘기기 방식'으로 사태에 대응하는 데 대해 여야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에서 "지방정부의 권한과 책임"을 거론했는데,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지방 재원을 삭감하는 마당에 '상황 인식이 안일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날 정치권에서는 전날 기획재정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보고한 '2024년 세수 재추계에 따른 재정 대응 방안'을 두고 날 선 반응이 나왔다. 대응 방안, 즉 30조 원에 달하는 세수 펑크를 수습하기 위해 정부가 구상한 해결책은 외국환평형기금, 주택도시기금, 공공자금관리기금 등 본래 용처가 있는 각종 기금에서 돈을 빼 와 돌려막는 것이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는 외환시장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할 외국환평형기금을 작년에 이어 올해도 동원하겠다고 한다. 국민의 청약 저축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도 뺏어 쓰겠다고 한다"며 "또다시 땜질 처방"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쓸 돈이 없는데 빚 안 내고 쓸 돈을 찾겠다더니 고작 찾은 방법이 기금에 손대는 것인가"라며 "이 순간만 모면하자는 하루살이 대책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질타했다.
정부는 세수 결손 대응을 위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보내야 할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집행도 일부 보류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확정된 지방교부세를 세수 결손을 이유로 교부하지 않아 지방정부 살림에 치명타를 입혔는데, 이를 또다시 반복하겠다는 것이다.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국채 발행이나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정부는 각 지방자치단체로 빚 부담을 떠넘기며 사실상 '지방채 발행'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설상가상 "우리 정부는 지방시대 정부", "과거처럼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분배해 주는 시대는 지나갔다", "권한과 책임의 무게 중심을 더 과감하게 지방정부로 옮겨야 한다" 등 윤 대통령의 이날 국무회의 발언은 재원 삭감에 울상인 지자체의 한숨을 더 깊어지게 했다.
제주를 지역구로 둔 김한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방 예산인 보통교부세를 당초 예산액보다 12%, 7조 원 넘게 깎아놓고 무슨 수로 지방시대를 열라는 건가. 더 많은 권한은 더 많은 예산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며 "세수 부족으로 더 적은 예산을 써야 하는 현실을 알고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아니면 예산은 모르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국회 기재위 위원인 김태년 의원은 "이 모든 책임은 윤 대통령이 져야 한다. 경제에 무능한 대통령 한 사람으로 인해 우리 경제가 한순간에 선도형 경제에서 후진형 경제로 추락 중"이라며 "지금 기재부가 해야 할 일은 국가 재정 위기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채 발행으로 추경을 편성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진보당 이미선 부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내 "부자에게 덜 걷은 세금을 왜 지방재정과 서민 예산으로 막으려는 건가"라며 "이제라도 부자 감세 철회하고, 세입을 확충할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제통'으로 불리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윤 대통령은 남은 절반의 임기 동안 국가 재정과 감세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를 해야 할 때다. 기금 돌려막기는 근본 대책이 아니"라며 "이대로면 나라 곳간이 거덜 나 건전재정도 지킬 수 없다"고 짚었다. 유 전 의원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무책임하고 위태로운 재정 운용"은 "위험한 일"이라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연거푸 결손을 초래한 정부의 세수 정책을 짚을 '재정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이정문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정부·여당 역시 재정 파탄을 초래한 정부 세수 정책에 대한 재정 청문회 개최에 동참해 세수 정책 실패를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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