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디플로매트 "이재명, 의외의 사태 없다면 다음 대통령"

  • 외교안보

  • 입력 2025.02.10 08:20

  • 수정 2025.02.10 09:08

  • 댓글 2

"이재명 대통령, 트럼프엔 기회이자 도전"

"북한 문제엔 기회, 반중국엔 도전"

이재명 북·미 중개자 역할 주목

'최우선 위협' 북한이냐 중국이냐

트럼프 결정 따라 정세 요동칠 듯

미국의 반중, 한미일 동맹엔 부담?

"의외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한국의 다음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리노이대 시카고(UIC)에서 한국 정치와 국제관계를 가르치는 최승환 교수는 미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매트>의 7일 자 기고에서 12·3 계엄령 불법 선포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절차가 진행 중이고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이내인 5~6월에 한국에서 새로운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것이라면서 이렇게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소통플랫폼 '모두의질문Q' 출범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2025.2.7 연합뉴스

"의외 사태 없다면 대통령은 이재명,

트럼프에 기회와 도전 모두 줄 것"

최 교수는 "좌파 성향의 리버럴(진보)"인 이재명 대표의 당선 전망은 "미국에선 한국의 리버럴이 대체로 덜 믿을만한 파트너로 여겨져 우려를 불렀다"면서도 이 대표가 한국 대통령이 된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기회와 도전 모두를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미 의회조사국(CRS)은 작년 12월 23일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를 파괴한 윤석열의 계엄령 불법 선포는 비판하지 않고 되레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고, 한국계인 영 김 미연방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은 1월 6일 자 <더 힐> 기고를 통해 "탄핵 주도 세력이 한미동맹을 훼손했다"라고 궤변을 펼쳐 한국 안팎에서 거센 반발을 샀다.

트럼프가 얻을 기회는 크게 두 가지다. 최 교수에 따르면, 첫 번째 기회는 트럼프가 이 대표를 워싱턴과 평양 사이의 중개자로 활용할 가능성이다. 1기 행정부 당시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여는 과정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했던 역할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대화하는 모습. 북한 조선중앙TV가 소개한 기록영화의 한 장면이다. 2018.6.30. [조선중앙TV] 연합뉴스

트럼프 "김정은과 관계 맺을 것"

이재명 북·미 중개자 역할 주목

최 교수는 "트럼프는 문재인의 좌편향 정치적 스탠스를 알고 있었지만 그의 외교 능력을 존중했으며, 김정은도 그를 믿을만한 중재자로 봤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은 한반도 평화 조성을 위해 이들 두 지도자의 정치적 차이를 화해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고 김정은을 열심히 설득해 트럼프와의 회담에 나서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이재명의 스탠스와 관련해 그는 "김정은에 적대적일 것 같지 않다. 그는 김정은을 상호 공존을 향해 협력하는 정치적 파트너로 대우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런 접근은 김정은을 불구대천의 적으로 여기며 열린 대화를 거부하고 거의 군사적 억제력 증강에만 집중하는 윤석열의 접근과는 매우 대조적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이재명의 정치적 관점을 알고 있기에, 전임 문 대통령이 했던 역할과 유사하게 워싱턴과 평양 사이의 중간자로서 이 대표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백악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외교 추진 의사를 재확인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북한과 잘 지내면 "모두에게 엄청난 자산"이라면서 "우리는 북한과 김정은과 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조선인민군창건(건군절) 77주년을 맞아 국방성을 축하 방문하고 장병들을 고무격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2025.2.9 연합뉴스

김정은 "핵 무력 고도화" 재천명

한국 핵무장 여론 트럼프에 부담

그러나 김정은은 지금까진 이런 트럼프의 발언을 애써 무시하는 모양새다. 김정은은 8일 인민군 창건 77주년을 맞아 국방성을 방문해 "세계의 크고 작은 분쟁과 유혈 참화의 배후에 어김없이 어른거리는 미국의 검은 그림자는 한계 없는 방위력 건설을 지향하는 우리 당과 정부의 노선이 가장 정당하다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면서 핵무력 고도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그리고 '리버럴 대통령'이 제공할 두 번째 기회이자 혜택은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 때 했던 트럼프의 '북한 핵보유국' 발언을 계기로 '한국의 핵무장' 여론과 연관돼 있다. 한국에서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지 말고 핵무기를 자체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본격화하면 미국으로선 한국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 약화를 우려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이 있다면 트럼프로선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봤다. 최 교수는 "이재명은 한반도는 핵무기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해 핵무장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한국인의 핵능력 추구 요구가 증가하지만, 이재명은 핵무장 반대 정책을 고수하면서 그의 정치력과 경험을 활용해 대중의 정서 사이를 헤쳐 나갈 것이다. 그것은 트럼프 행정부에는 좋은 소식일 것이다"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때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따로 열었다. 트럼프 1기 정권 때 중국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면서 양국 간에 무역전쟁이 본격화했다. 2019.6.29. 로이터 연합뉴스

최승환 "이재명, 미·중 균형잡기

트럼프 MAGA에 지장 줄 수도"

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실용주의적' 면모가 미국에 도전이 될 것으로 봤다. 첫 번째 도전은 미·중 사이에서 이재명의 중립적 스탠스에 따른 것으로 미국의 반중국 동맹 구축 시도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다.

최 교수는 4년 전 이 대표가 "이쪽이냐 저쪽이냐 선택함으로써 우리의 외교적 선택지를 좁힐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했던 발언을 소환한 뒤 "이런 관점은 한국의 경제 이익 보호를 위해 중국을 매우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여기는 이재명의 시각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은 미국을 한국의 필수적인 안보 동맹으로 격찬하면서도 계속해서 한국의 최대 시장이 된 중국을 하나의 중요한 경제 파트너로 여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이재명의 균형잡기는 한국 및 다른 나라와 중국의 긴밀한 연계를 약화함으로써 미국 경제의 재활성화를 노리는 트럼프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에 지장을 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를 만나 발언하고 있다. 2024.12.23 연합뉴스

미국의 반중, 한미일 동맹 구축에

'실용주의 한국 대통령'이 부담?

트럼프에게 다가올 두 번째 도전과 관련해 한·미·일 3자 동맹 유지에 이재명의 스탠스가 부담될 걸로 봤다. 최 교수는 2021년 대선 선거전에서 이재명이 미국이란 핵심 동맹이 있어 일본을 포함하는 건 불필요한 만큼 '3자 군사동맹'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소개했다.

최 교수는 "야당 지도자인 이재명은 한국 영토, 특히 동해에서 일본의 군사 작전을 반대해왔다. 그는 윤석열과 한국 보수세력이 친일 정서를 품고 있다고 비난해왔다"면서 "이재명은 36년간 억압적인 일본의 식민 통치를 겪었던 한국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에 반대하는 데서 유명한 인물인 만큼 그런 항의가 놀라운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작년 12월 23일엔 이임하는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와, 26일에는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를 각각 만났다. 미국와 일본 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들 회동에서 이 대표는 대한민국이 자유민주 진영의 일원임을 분명히 하고, 자유민주 진영의 결속을 위해 한미동맹을 주축으로 한일,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한일 관계 협력 문제는 매우 중요한 대한민국의 과제"라고 강조한 뒤 일제 식민지 과거사 문제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만큼 이를 인정한 토대 위에서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백악관에서 미국을 방문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5. 02. 07. [로이터=연합뉴스]

'최우선 위협' 북한이냐 중국이냐

트럼프 결정 따라 정세 요동칠 듯

7일 발표된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트럼프와 이시바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공약을 재확인"라고 "북한에 대응하고 지역 평화와 번영을 유지하기 위해 한미일 3자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중국을 지목해선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무력과 강압을 통한 현상 변경 시도에 강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북한과 중국 모두를 '안보 위협'으로 분명히 지목한 것이다.

최 교수는 "트럼프가 이재명의 좌편향 스탠스를 활용한다면, 김정은과의 외교 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기회들을 만들어 내고 북한의 핵미사일이 야기한 안보 위협들을 감소시킬 수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을 반중 3자 안보 동맹에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는 일은 도전적인 만큼 이재명의 실용주의적 외교정책 앞에서 트럼프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은 "동아시아의 정치 환경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트럼프는 북한과 중국 중 어느 안보 위협을 우선으로 삼을 것인지, 압박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