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위한 재외국민투표가 5월 20일부터 전 세계 118개국 223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실시됐다.
이번 재외선거에는 총 25만 8254명의 재외국민들이 등록을 마쳤다. 이는 제20대 대선에 비해 약 14.2% 증가한 수치다. 특히 미국 내 유권자만 5만 3377명에 달하며, 플로리다를 비롯한 미주 주요 지역에서는 뜨거운 투표 열기가 감지된다. 재외투표는 25일까지다(공관마다 투표기간이 다를 수 있음).
지난 20대 대선에서 재외국민 유권자 투표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59.77%(8만 8397표)를 얻어 36.19%(5만 3524표)를 기록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23.58%p 차이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재외선거는 단순한 유권자 참여를 넘어, '12.3 내란' 사태 이후 재외국민들이 대한민국 정치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어떤 미래를 선택하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계기와 같다. 현장에서 만난 재외 유권자들은 대부분 "이번만큼은 작심하고 왔다"면서 강한 정치적 의지를 표출했다.
"작심하고 왔다... 무너진 나라 시스템 복원해야"
미국 애틀랜타 총영사관이 관할하는 동남부 4개 투표소(조지아 애틀랜타, 플로리다 올랜도, 앨라배마 몽고메리, 노스캐롤라이나 랄리) 가운데 플로리다 올랜도 투표소의 대선 투표 열기는 연일 화씨 100도(섭씨 38도)를 오르내리는 날씨 만큼이나 뜨거웠다. 이곳에서는 1시간 거리의 동부 해안 항공학교 유학생들부터 왕복 6~8시간 거리에 사는 동포들까지 줄지어 투표소를 찾았다.
첫 투표자는 게인스빌 플로리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는 유학생 양아무개씨(29)였다. 그는 "왕복 4시간 거리를 달려 왔지만, 처음으로 해외에서 직접 투표자로 참여할 수 있어 뿌듯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투표소에서 1시간 거리의 항공학교 교관 김아무개씨(31)는 "지난해 비상계엄으로 인해 정국이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지도자를 찾는 게 가장 큰 투표 기준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휴가까지 내며 투표소를 찾았다. 이경훈씨(26)는 "정치 혼란을 수습하고 경제를 바로 세울 사람이 필요하다"라고 했고, 이아무개씨(22)는 "교육과 일자리를 중시하는 후보를 뽑았다. 12.3계엄이 내 선택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센트럴플로리다 대학에서 도시계획학을 가르치는 노수웅 교수는 "상식과 헌법으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후보가 필요했다"라며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민주주의가 뿌리 내릴 수 있는 시스템 복원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마이애미 지역 항공학교 학생 김아무개씨(30)는 "원래 보수적이라서 보수적인 후보를 선택했고, 12.3 계엄은 후보 선택의 우선적 고려사항이 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플로리다 동부해안의 항공학교에서 공부중인 이아무개씨(25)도 "12.3 이후 유학생들이 사석에서 종종 한국의 정치 이야기가 오가는데, 이들 가운데 특정 학군 출신들은 12.3 계엄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탬파에서 28년 동안 거주했다는 이아무개씨(58)는 "기본적으로 거대 야당(민주당)의 횡포가 불러온 피치못할 계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하면서 "부정선거 주장도 상당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유명 정치인들도 이를 동조하고 있고… 절대 좌파에 투표할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랜도 거주 한아무개씨(48)도 "좌빨이 정권을 잡으면 김정은에게 먹히게 된다. 이건 막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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