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승리보다 국힘당의 압도적 패배가 바람직한 이유
사실 박근혜 탄핵 이후 안보와 성장을 무기로 한 국민의힘과 한국의 주류 보수세력의 지도력과 국가운영 능력은 한계에 도달했다. 이후 두 번의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은 계속 패배해서 소수 정당으로 전락했으며, 영남 ‘텃밭’과 서울 강남 부자들의 변함없는 계급적 이해, 검찰, 사법, 행정 엘리트, 주류언론, 거대 로펌의 영향력을 기반으로 버텨왔다. 결국 작년 윤석열의 ‘자살골’로 국민의힘의 지도력은 파국적인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8년 전 박근혜 탄핵 시기처럼, 또다시 ‘광장의 시간’이 끝나고 ‘선거 정치’의 시간이 다가왔다. 광장의 시민은 이제 개인 유권자로 파편화되었다. 탄핵의 에너지는 주로 광장의 시민에게서 나왔지만, 그것을 법 제도적으로 마무리할 권한은 정치세력인 민주당에게 있다. 민주당은 이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해서 내란 세력, 즉 냉전/ 반민주/ 특권/ 부패/ 지역주의로 무장한 구세력을 퇴출하자고 외친다. 그런데 촛불/응원봉 세력은 물론 내란세력 처벌을 지지한 다수의 대중은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가 구시대를 종식시킬 수는 있을지라도 새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그들 상당수는 박근혜 탄핵을 지지했으나 이후 민주당 정부에 등을 돌린 경험이 있다. 만약 민주당이 이번 대선에서 압승하여 내란세력을 확실히 응징하고, 정부, 사법부, 검찰 등 권력기관 제도 개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다행이지만, 또다시 개헌 작업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현재의 양당 독점 구도에 안주한다면 이번 내란 사태에 등장한 극우세력을 부활시킬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 압승보다는 국민의힘의 압도적 패배가 더 중요해 보인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투표의 60%를 얻으면 압승이라 할 수 있고, 강한 개혁의 동력이 생기겠지만, 그런 일은 어려울 것이다. 이재명이 55% 정도를 얻어도 압승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 40%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지지한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재명이 55%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이준석, 권영국 후보가 합해서 15%를 얻고 국민의힘의 김문수 30%에 못미치는 지지를 얻는다면, 국민의힘의 압도적 패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는 민주당의 독주를 가져올 위험이 있으나, 국민의힘의 압도적 패배는 민주당이 청년, 노동자 등과 힘을 합쳐 내란세력을 퇴출하고,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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