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낮추고 금융산업 경쟁력 약화시키는 부동산 금융
한국은행 보고서는 이 세 가지 비정상이 우리 경제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하고 있다. 먼저 경제 성장이 느려진다. 부동산에 돈이 쏠릴수록 자원 배분이 비효율적이 되어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우리나라의 민간 신용은 이미 성장에 부담이 되는 임계치를 초과했다.
또한 금융안정성을 해쳐 금융 시스템이 위험해진다. 집값이나 땅값이 떨어지면 빚을 못 갚는 가계와 기업이 늘고,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 부실해져 연쇄적으로 무너질 위험이 커진다. 특히 최근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동산 관련 기업 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이런 위험을 키우는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 더불어 후진적인 금융기관들이 쉬운 부동산 대출에만 안주하게 되어 금융산업 자체의 경쟁력도 약해진다.
왜 이런 비정상적 상황이 되었나? 이런 비정상적인 부동산 쏠림은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국 사람들의 강한 부동산 선호와 집값 상승 기대, 부동산업 사업체 증가 및 외부 자금 의존도 증가 같은 수요 측면 요인이 있다. 은행들은 이자 장사하기 쉬운 부동산 담보 대출에 집중하고, 비은행권은 위험한 부동산 관련 대출을 늘려왔다.
정책 대출 확대 등 문제 덮기에만 급급한 금융당국
그러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정책 측면에서는 BIS 자본 규제에서 부동산 담보 대출 위험도를 낮게 잡아, 금융기관들의 부동산 대출을 간접적으로 장려한 측면이 있다. 금융권 전체를 아우르는 일관된 부동산 대출 규제가 부족했던 점에서도 정부의 책임이 크다. 부동산 금융의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커졌음에도 한국은행과 금융위는 여전히 부동산 금융을 늘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 제대로 된 대책을 펴기 어려운 이유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정부나 금융 당국의 대책은 이런 비정상을 근본적으로 고치기보다 당장 문제가 터지는 것만 막으려는 임시방편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지분형 주택 금융이나 CR리츠는 부동산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의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임으로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 반대로 비정상적으로 커져 버린 부동산업과 건설업 비중을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이렇듯 부실을 제대로 털어내지 않고 돈을 부어 생명만 연장하는 '에버그리닝'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피하기 위해 만기를 늘리거나 정책 대출을 확대하는 편법들이 사용되고 있다. 이건 마치 중환자에게 수술 대신 산소호흡기만 달아주는 것과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렇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미루면 결국 심각한 금융위기를 초래해 IMF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경제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위험한 상황인데도 어디에서도 아무런 경고음이 들리지 않고 있다. 여전히 집값을 올리기 위해 영끌을 조장하는 언론의 자극적인 기사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정치권은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 경쟁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자신이 낸 보고서를 부정하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금융위는 온갖 편법으로 부동산 금융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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