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말씀드릴 순 없지만, 그런 사건은 당연히 인용론과 기각론 둘 다 쓴다. 그래서 인용론 입장에서 기각론을 비판하고, 기각론 입장에서 인용론을 비판한다. 그러면 인용론을 계속 수정한다. 기각론도 이렇게 간다. 가다 보면 공통적인 것을 갖고 이견이 해소된다. 다만 시간이 필요하다. 여름이 오기도 전에 반팔을 입는 사람이 있고, 여름이 다 지나갈 때까지 긴팔을 입는 사람이 있다. 그걸 갖고 '너는 왜 내 속도에 못 맞추냐' 이렇게 할 수 없다.
헌법이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는 시간만 주어진다면 틀림없이 한 지점으로 모일 거라고 생각했고, 모였다. 왜냐? 기각론은 성립할 수 없다. 인용론만 가능하다. 이게 우리 (재판관들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좀 걸린 거다. 이게 다 되지 않은 상태에서 표결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표결이란 건 끝까지 해보고 정말 안될 때, 예를 들면 곧 10초 뒤에 폭파가 일어난다면 결론을 내야될 것 아닌가.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설득에는 그렇게 시간을 아낄 필요가 없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게 저는 설득이라고 본다. 짐짓 '너와 나는 생각이 다르다'고 하는데, 며칠 계속 얘기해보면 별로 다른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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