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를 아세요?...50대 교수는 탄핵 집회서 20대 '덕후'를 만났다 유성호
둘의 교류는 점점 더 화제가 됐고, 새로운 기회가 열리기도 했다. 을지로에 위치한 독립서점 '소요서가'에서 안 교수에게 그리스 고전을 가르치는 강연을 요청하게 된 것이다. 안 교수는 월 1회 소요서가에서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플라톤의 <국가> 등을 가르치는 특강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월 4일 '소요서가'에서 열린 첫 특강은 두 사람에게 뜻깊은 <일리아스>를 주제로 했다. 이 자리엔 안 교수와 민주씨 외에도 둘의 이야기를 듣고 달려온 또다른 고전 문학 '덕후'들로 가득했다. 안 교수는 "셰익스피어 덕후, 오페라 덕후 등 별별 덕후들이 다 있었다"며 "일종의 '덕질 잔치'인 셈인데, 한국에서 드문 새로운 종류의 취미 공동체의 탄생이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당시를 회상하며 "근처 술집에서 뒤풀이를 했는데 <일리아스> 속 캐릭터와 장면 분석도 하고 '윤석열 언제 쫓겨나나' 이런 얘기들도 했다"고 했다. 얘기를 듣던 민주씨 역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하는 바람에 지하철 막차 때쯤 돼서 뛰고 그랬다"고 맞장구치며 웃었다.
민주씨의 삶도 180도 뒤바뀌었다. 그는 <일리아스>를 즐겨 읽던 독자에서, <일리아스>에 대한 해석을 전하는 저자가 됐다. 민주씨는 지난 2월 전자책 구독 서비스인 '밀리의 서재'로부터 연재 제안을 받았다. 이후 "일리아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제목으로 총 13화 분량의 에세이를 지난 6월까지 연재하며, 본인만의 시각으로 <일리아스>를 풀어냈다.
내년 4월에는 정식 책 출판도 목표로 하고 있다. 출판사 '창비'로부터 "탄핵 광장과 <일리아스>"를 주제로 책을 써달란 요청을 받아 작업 중이다. 민주씨에게 이 기회가 더 뜻깊은 건, 공동 저자로 이준석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가 함께하기 때문이다. 민주씨는 이 교수의 번역본을 통해 <일리아스>를 처음 접했다. 민주씨는 "유명한 곳들에서 자꾸 출판을 제안하니 얼떨떨하면서도 영광이었다"며 "특히 이 교수님과 함께 책을 쓰며 진정한 '성덕(성공한 덕후)'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열 달 후 : 삶에 녹아든 광장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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