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광고 없는 '청정지대' 독립언론의 꿈 계속 키울 수 있도록
민들레가 부족한 점도 있고 애초에 모든 독자를 만족시키기는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고는 있습니다만, 특정 사안에 관한 기사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 등에 따라 현재 추세대로 후원 독자가 계속 줄면 민들레는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고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겨레나 경향신문 같은 다른 진보 매체는 아무리 촛불 시민들의 원성을 사는 보도를 해도 어차피 광고·협찬에 기대 운영하는 탓에 꿈쩍도 안 합니다만, 민들레가 창간 정신을 버리고 광고주들에게 문을 활짝 열 수는 없는 일입니다. 민들레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독자층의 저변이 넓어져 포털 입점(심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독자 여러분께 따로 보고드리겠습니다)도 머지않은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시기를 어떻게 버티느냐가 내부 구성원들에겐 매일의 고민거리입니다.
민들레 기사를 오래 봐온 분들은 '왜 이 에디터 이름이 요새 안 보이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 에디터들은 퇴사했습니다. 저마다의 과정이 있으나 민들레 재정 형편과 근무 환경이 적잖이 작용했을 것입니다. 저는 창간 때부터 편집인으로 일하다 올해 1월 물러나고 다른 에디터가 그 직무를 맡았는데, 그분이 6월 대선 직후 다른 언론사로 옮기면서 다시 겸직을 하게 됐습니다.
대표적 경제지에서 현직 논설위원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합류했을 만큼 민들레에 대한 자부심이 컸던 분이고 저도 할 수만 있다면 붙잡고 싶었습니다만, 월 250만 원의 봉급 실수령액(민들레 에디터들은 직책에 상관없이 모두 동일한 월급을 받습니다)으로 '법카'도 없이 대외 활동을 하고 생계를 꾸려가기가 여의치 않았던 사정을 공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 역시 은행 대출이 잔뜩 남은 50대 중반 나이에 전 직장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입으로 지내다 보면 이런저런 상념에 들 때가 있습니다.
민들레 에디터들은 다들 윤석열 등장 이후 언론의 행태를 더 견딜 수 없어 조금이라도 지형을 바꿔보고자 모인 사람들이고, 사명감을 원동력 삼아 떠난 자들의 몫까지 메우려 매일 녹록지 않은 업무량(외부 원고들도 에디터들이 분담해 데스크를 보고 편집합니다)을 감당하고 있습니다만, 창간 초기 불가피하게 외부에서 조달한 억대의 차입금도 갚지 못한 상태에서 '긴축 경영'이 더 장기화, 심화하면 미래를 기약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민들레 광장'의 정규 필진에게 드리는 원고료를 정상화(적어도 삭감 이전으로 원상복구)하고, 감사하게도 꾸준히 증가하는 '민들레 들판' 기고자 및 시민기자분들께도 적정한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점은 에디터들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합니다. 앞으로 포털에 진입해 기사 주목도와 영향력이 훨씬 커지면 갖가지 '전략적 봉쇄소송'에 직면할 위험도 급상승할 텐데 현 상태로는 민형사 소송 몇 건만 당해도 휘청이게 될 것이라는 점은 편집인으로서 또 한 가지 근심거리입니다. 저는 사실 윤석열 정권 퇴진 및 민주 정부로의 교체라는 민들레 창간 목표는 달성됐으니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처럼 이쯤에서 해산해도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 기울기도 했습니다만, 동료들과 독자들에 의지해 이 고비를 또 넘겨보자는 마음으로 각오를 새롭게 다졌습니다.
민들레가 인력을 충분히 보강해 제2, 제3의 내란 세력과 최선봉에서 싸울 수 있도록, 상업광고 없는 '청정지대' 독립언론의 꿈을 계속 키워갈 수 있도록 조금만 더 성원해주시길 독자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후원 중단을 고려하는 분들, 이미 중단하신 분들은 민들레가 창간 이래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한 번쯤 재고해주시고, 후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분들도 씨를 뿌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흔쾌히 참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독초가 무성한 한국의 언론 풍토에서 꼭 필요한 민들레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저희는 저희 나름대로 자립 경영을 완수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독자분들께 혹 부담이 될까 오랫동안 주저하다 쓴 두서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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