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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세밑 “'복지부동' 박장범 1년은 낙제점”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 10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파업에 돌입했다. KBS본부는 박장범 사장 취임 1주년을 맞아 <파괴와 붕괴의 박장범 1년… 단체협약 체결해 KBS를 사수하자>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쟁의 행위의 시작을 알렸다. KBS본부는 중앙위원과 대의원 130여 명이 참여한 이날 지명 파업을 시작으로 쟁의 행위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KBS는 1년 반이 넘도록 무단협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KBS본부는 쟁의행위 결의문에서 “공영방송 KBS가 존재하느냐 사라지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KBS 붕괴를 이끄는 박장범 체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선포했다. 파업 상황과 함께 박장범 사장 1년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19일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박 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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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

박장범 사장 취임 1년이 됐어요. 10일부터 쟁의 행위 돌입했는데?

 

“11월 24일부터 12월 3일까지 찬반 투표 실시했고 투표 결과 조합원들이 쟁의 행위를 결의하면서 10일 하루 지명 파업으로 시작했어요. 10일 오전에 쟁의 선포 기자회견 통해 우리가 다시 쟁의 행위에 들어간다는 걸 외부에 알렸고, 오후에는 토론회 열어서 박장범 1년을 평가하고 앞으로 과제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계속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나요?

 

“지난해에도 쟁의 행위 기간에 파업은 하루씩 두 차례 진행했거든요. 앞으로 쟁의 행위는 여러 가지 상황 점검하면서 다양한 형식으로 벌일 계획인데요. 그중 하나가 10일 박장범 1년 맞아서 하루 지명 파업 진행한 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지명 파업이라는 게 뭔가요?

 

“쟁의대책위원장이 파업 대상자를 지명하는 겁니다. 보통 파업이라고 하면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죠. 그와 달리 조합원 가운데 일부만 참여하거나 제조업 사업장처럼 하루 2시간 파업, 4시간 파업 이런 식으로 특정 시간에만 파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걸 지명 파업, 부분 파업이라고 해요.

 

과거 기자나 PD들이 제작거부에 들어가면 협회는 임의단체라서 합법적인 쟁의 행위를 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조합 차원에서 조합원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직종을 대상으로 지명 파업 지침을 내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저희가 직종에 상관없이 집행부와 중앙위원, 대의원 대상으로 지명 파업을 시행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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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와 붕괴의 박장범 1년… 단체 협약 체결해 KBS를 사수하자’ 기자회견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

파업하면 외부에서 응원을 보내야 동력이 생길 텐데, 이렇게 하면 외부에선 잘 모를 것 같아요.

 

“장기 파업하지 않는 이상 외부에서 상황을 알기는 힘들죠. 방송사에서 파업한다는 걸 알게 하려면 방송이 안 나가야 되는데, 2017년 파업 당시에도 비노조원 인력이 있어서 방송이 나갔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일일 지명 파업은 내부적으로 결의를 다지는 차원에서 진행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파업에 대한 내부 반응은 어떤가요?

 

“반응이 다양하죠. 지명 파업 말고 전면 파업을 해야 하지 않냐는 의견들도 있고, 반대로 지금 당장 전면 파업은 힘들지 않겠냐는 의견들도 있고요. 집행부 차원에서 지금은 전면 장기 파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박장범 체제를 끝내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대해 내부에선 다들 동의하고 계시죠.”

 

박장범 사장 1년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요?

 

“다들 낙제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처음 사장에 임명 제청되었을 때, 기자 495명이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 않습니까.

 

당시에는 대통령과의 대담에서 김건희가 받았던 명품 가방을 조그마한 파우치로 축소하면서 권력의 치부를 덮는 데 급급했고, 논점을 명품백 수수가 아니라 경호 논란으로 바꿔치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박장범 사장이 공영방송 KBS를 권력에 헌납했다고 평가했기 때문에 반대했었죠. 윤석열 정권이 특히 공영방송 KBS를 사실상 말살시키려고 수신료 분리징수까지 추진한 상황에서 권력에 맞서 KBS를 지켜낼 적임자는 아니라고 판단했던 거였어요.

 

그리고 실제로 이런 우려는 박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바로 드러났습니다. 취임하자마자 사규인 편성규약에서 정한 임명동의제도 거치지 않고 주요 국장들을 임명했거든요. 임명동의제도 거치지 않은 국장들이 결국은 <시사기획 창>을 검열하는 수준으로 제작 자율성을 침해했고, <추적 60분> 불방 사태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외압을 막고 제작 자율성을 보장할 사람은 아니라는 점이 금방 드러났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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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60분 ‘계엄의 기원 2부 : 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 방송 촉구 피케팅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

박민 사장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박장범 사장이 더 심각하죠. 지난 1년 동안 무능 경영 부분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본인은 수신료 분리징수 때문이라고 핑계 대고 있지만, 낙하산 박민 때와 비교해 보면 광고 수입이나 콘텐츠 판매 같은 모든 수입 부분이 감소했어요. 본인이 자신만만하게 얘기했던 하반기 드라마 같은 경우에도 실제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적자 부담을 키웠던 측면에서 보면 사장으로서 경영 능력이 정말 심각한 수준입니다.

 

조합 입장에서 봤을 때, 박장범 체제는 박 사장뿐만 아니라 간부들이 자리보전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요. 윤석열 정권에서 미디어 정책이라는 게 검열하고 탄압하고 말살하는 것뿐이었잖아요. 근데 새 정부 출범 이후 미디어 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박장범 사장은 전혀 대응을 못 하고 있어요. 레거시 미디어인 지상파방송이 가뜩이나 침체한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비전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박민 때보다 더 상황이 안 좋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신문사 출신인 박민 사장 때보다 더 안 좋다고요?

 

“일단 제작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 외압을 막는 역할을 사장이 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은 박민이든 박장범이든 똑같이 안 했습니다. 그런데 박장범 같은 경우에는 자사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사 경영 능력에서 낙제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측면에서 더 심각하다고 얘기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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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

가장 큰 문제가 적자 경영일까요?

 

“적자도 중요한 부분이죠. 사실 KBS는 공사이고 적자 나는 상황이 불가피할 수도 있습니다. 적자라는 것을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어요. 그런데 이 적자의 원인에 대해 구성원들이 감당해야 할 이유라는 부분에 대해 사장이 설명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문제는 지금 그런 게 전혀 안 된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몇 년 동안 고생하더라도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이쪽이고, 이쪽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비전이라든지 방향성을 제시하면 구성원들이 힘들더라도 그 시간을 참고 버틸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박장범 사장 경우에는 비전이나 로드맵이 전혀 없기 때문에 지금의 적자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얘기하는 거죠.”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박장범 사장은 달라진 게 없나요?

 

“오히려 복지부동이 더 심해지고 있죠.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박장범 사장의 운명이 결정됐다고 볼 수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리 지키기에 급급해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박장범 체제 사측 간부들도 시간이 지나면 리더십이 교체될 거라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 같아요. 사내에 있는 내란 동조 세력들이 마지막까지 어깃장을 놓으면서 KBS를 망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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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

어떤 부분에서요?

 

“무엇보다 보도와 관련해서 굉장히 노골적입니다. 내란 심판 보도에서 주요 사안을 누락하거나 축소하는 건 기본이고요. 주요 쟁점들 같은 경우에도 물타기 하는 보도가 계속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내란 재판이 진행되면서 윤석열 정권의 실정과 관련해 하나둘 터져 나오는데 이런 내용들에 대해 입을 다물거나, 아니면 최소한의 팩트 보도만 하고 맥락 설명하는 보도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대왕고래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당시 <뉴스9>에서 박장범 사장이 앵커로 있을 때 무려 10꼭지를 보도하는 등 타사 대비 압도적인 보도량을 보였었거든요. 그렇게 하면서 윤석열 정부 치적 띄우기에 적극 나섰는데, 이번에 사실상 실패로 밝혀졌을 때는 <뉴스9>에서 단 한 꼭지만 나갔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는 거죠.”

 

KBS 경영진이 계엄을 사전에 인지하고 방송 준비했다는 의혹이 있었는데 어떻게 됐나요?

 

“윤석열도 22시에 KBS 생방송이 예정되어 있다고 말했던 만큼 어떻게 계엄 방송이 준비됐는지, 계엄 선포를 미리 알고 있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경찰 고발까지 했거든요. 근데 초기에는 경찰이 추가 자료를 요구하면서 수사가 진행되는 듯했는데 지금은 중단된 것 같아요. 전해 듣기로는 내란 방조 측면이 있어서 내란 특검에 이첩됐다는데, 확인된 사항은 아닙니다.

그 외에도 박장범 사장이 윤석열 정권의 낙점을 받아서 당시 박민 사장이 사장 교체 통보를 미리 받았다는 내용도 있었거든요. 이런 의혹과 관련해서도 저희가 공영방송의 인사 개입이라는, 방송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측면에서 공수처에 고발했는데 역시 수사가 안 되고 있습니다.”

 

수사가 안 되는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내란 사태 이후에 검찰이든 경찰이든 모든 수사 역량이 내란 진상 규명, 김건희와 관련된 각종 의혹 그리고 채 해병 순직 사건의 진실 규명하는 데 역량이 집중되다 보니까 언론과 관련된 내용들은 후순위가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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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장 선임 ‘용산 개입’ 의혹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

본부 노조에서 박장범 사장 퇴진을 주장하고 있는데, 정권 교체와 맞물려 공영방송 사장이 교체되는 문제에 대한 생각은?

 

“일단 부적격 사장을 임명한 것 자체가 문제죠. 그런데 부적격이지만 들어와서 그나마 KBS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구성원들과 함께 공영방송의 가치를 찾아가는 사람이라고 하면 저희가 다른 방안을 검토해 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 박장범 사장은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정권이 교체되고 사장이 바뀌는 게 부담 되니 공영방송 사장으로 걸맞지 않은 사람을 그대로 인정하고 가자고 얘기하는 게 오히려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되는 건 권력이 공영방송 사장을 억지로 끌어내리기 위해서 무리수를 두는 경우지, 공영방송이 제 기능을 하도록 내부에서 투쟁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정연주 사장과 김의철 사장의 사례가 있고 또 고대영 사장의 사례가 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사장이 교체된 형식적인 부분에 있어 닮은 꼴이라고 두 사안을 똑같이 보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고 봅니다.”

 

최근 방송법이 개정돼 이사회가 새로 구성되면 사장 교체할 수 있다고 알고 있거든요. 어떻게 되어 가나요?

 

“새로 꾸려진 이사회에서 사장을 새로 뽑을 건지 말 건지를 판단할 겁니다. 바뀐 방송법에 따라서 이사회를 꾸리려면 정치권뿐만 아니라 종사자, 시청자위원회, 학회, 법조 단체에서 이사들을 추천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 이사 추천과 관련된 내용들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규칙으로 정해야 합니다.

 

오늘(19일)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이 취임하지 않았습니까. 위원회가 꾸려지고 규칙이 정해지면 그다음에 그 규칙에 따라 이사를 추천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저희도 지금 방통위 규칙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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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

무단협 상황은 지속되고 있는 거죠?

 

“지금도 계속 무단협 상황입니다. 사측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공익위원들이 제시했던 조정안마저 거부했어요. 개별 교섭 상황에서 다른 노조와 교섭도 지지부진한 거 보면 사실상 사측은 단체협약을 체결할 의지가 없다고 보여요. 지금 중노위 조정이 결렬돼서 쟁의 행위에 돌입한 상황이지만, 만약 사측이 체결 의지가 있으면 쟁의 행위 중이라도 교섭에 나와야 하는데 그런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거든요. 그래서 사측이 단협 체결을 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단체협약 체결이 중요한 현안인데 사측이 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조합이 어떤 일을 할 건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 중이에요. 그리고 단협 체결을 위한 투쟁과 더불어 개정 방송법 취지에 따라 편성규약 개정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투쟁할 계획입니다.

 

왜냐하면 단체협약에 임명동의제나 공정방송위원회 같은 장치들이, 사규인 편성규약을 근거로 단체협약에 위임된 구조이기 때문에 편성규약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단체협약에서 공정 방송 장치를 튼튼하게 만들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편성규약을 제대로 만드는 부분을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투쟁해 나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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