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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과 '거래' 트럼프 외교…승자와 패자는 어디?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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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 입력 2025.12.27 08:05

  • 수정 2025.12.2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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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ㆍ사우디ㆍ시리아ㆍ아르헨ㆍ파키스탄 '승자 대열'

포린 폴리시 "가장 가까운 파트너십 흔들어"

"중국, 부산 회담 통해 유리한 무역 휴전"

사우디, 숙원 '주요 비나토 동맹국' 지정

트럼프,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까지 압박

이란 핵시설 '폭격'…남아공엔 고율 관세

인도에 50% 관세 …20년 래 관계 최악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가장 수혜를 본 나라들과 피해를 본 나라들은 어디일까?

미국 외교 전문지인 '포린 폴리시'(FP)는 '트럼프 새 외교 정책의 승자와 패자'란 24일 자 기사에서 승자로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등 5개 국을, 패자로 베네수엘라, 이란, 남아프리카공화국, 캐나다, 인도 등 5개 국을 각각 선정해 소개했다.

포린폴리시는 먼저 트럼프의 외교를 "변덕"과 "거래"로 특징지었다. 그러면서 거래적 특징은 미국의 몇몇 동맹국, 파트너국, 그리고 적대국에도 괜찮았던 반면, 변덕스러운 특징은 지난 1년 심지어 가장 가깝고 가장 오래된 파트너십 중 일부마저 뒤흔들었다 비판했다. 다만 분쟁 당사자들인 이스라엘과 하마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의도적으로 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9일 부산 김해공군기지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두 정상의 시선 방향이 흥미롭다. 2025. 10. 29 [백악관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변덕'과 '거래' 트럼프 외교, 승자와 패자

"중국, 부산 회담 통해 유리한 무역 휴전"

우선 승자 명단에 미국의 최대 적대국이자 경쟁국이 포함됐다. FP는 "중국이 트럼프 2기 동안 큰 고통을 겪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며 "심지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지속되고 확대됐던 집권 1기의 치열한 무역 전쟁과 기술 통제에 비하면 특히 그렇다"라고 지적했다. 대표적 사례로 반도체 칩 판매와 중국 플랫폼 틱톡 금지 등 일부 기술 통제의 완화 움직임을 들었다.

또한 임기 초엔 대중 관세를 극심하게 인상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10.29 부산 회담을 계기로 관세를 빠르게 낮췄다고 전했다. FP는 "중국은 핵심 광물과 희토류란 막대한 영향력을 활용해 트럼프가 뒤로 물러서게 만들었다. 그 회담은 대체로 중국에 다소 더 유리한 무역 휴전을 끌어낸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선 지난 5일 발표된 '2025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중국이 희망했거나 워싱턴의 대중 매파들이 우려했던 만큼 양보하지는 않았다"면서도 "NSS는 '국가 주권'을 강조하고 '통치 체제와 사회가 우리와 다른 국가들"을 인정한다는 내용은 베이징이 환영할 만한 현실주의를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 실세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18일 백악관 건물 안을 걸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 11. 18 [백악관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트럼프, 사우디 '주요 비나토 동맹국' 지정

시리아 알샤라, 백악관 방문에 제재 해제

다음은 사우디아라비아다. FP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에 이어 2기에서도 첫 해외 순방지로 사우디를 선택한 점을 거론한 뒤 "워싱턴과 리야드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 11월에 트럼프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위해 말 그대로 레드카펫을 깔아줬다"고 썼다.

회담에서 미국은 사우디를 '주요 비나토 동맹국(MNNA)'으로 지정하고 F-35 전투기 판매를 약속했다. 양국은 인공지능(AI), 원자력 에너지, 핵심 광물 분야 등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트럼프는 "더 강력하고 유능한 동맹이 양국의 이익을 증진할 것이며, 평화란 최고 이익에 봉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셋째는 시리아다. 시리아 정상으론 80년 만에 처음 아메드 알샤라 대통령이 11월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의 환영을 받았다. FP는 "작년 말까지 1000만 달러의 현상금이 걸렸던 전직 알카에다 무장 대원에게 일어난 놀라운 반전이다"라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독재자였던 바샤르 알 아사드 축출 이후 알샤라의 부상은 외형적 이미지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방문 기간에 트럼프를 성공적으로 설득해 시리아에 대한 미국 제재 대부분을 해제하도록 했으며, 12월 미국 의회는 일부 제재를 유지하던 법안을 폐지하기로 의결했다"고 소개했다.

 

남미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7일(현지시간) '페론주의(Peronism) 충성의 날'을 맞아 친정부 시위대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1945년 10월 17일 투옥된 페론주의 창시자인 후안 페론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대대적 시위가 벌어진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 전폭 지지 '밀레이의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테러 배후 체포 도와 관계 반전

넷째는 아르헨티나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란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과의 개인적, 정치적 유대가 강하다. FP는 "그들의 유대는 매우 깊어서, 트럼프는 10월 아르헨티나 중간선거 당시 밀레이를 대놓고 지지했으며, 그의 선거 승리를 위해 무려 2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약속했다"고 소개했다. 당시 트럼프는 "그가 이기지 못하면 우리는 떠날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결국 밀레이는 승리했지만, 트럼프의 200억 달러 구제금융 약속은 워싱턴에서 여야 모두의 반발을 샀고,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백악관 전략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파키스탄도 승자 명단에 들었다. 1기 때 트럼프는 아프가니스탄 테러범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파키스탄에 대한 군사 원조 대부분을 중단했으나, 2기 출범 몇 주 만에 파키스탄이 아프가니스탄 테러 배후 체포를 도와 트럼프에게 조기 성과를 안겨주면서 양국 관계가 반전됐다. FP는 "아첨과 대화, 그리고 암호화폐에서 핵심 광물, 노벨 평화상에 이르기까지 각종 거래가 뒤따랐고, 여기에는 파키스탄의 전권을 쥔 군 최고지도자 아심 무니르에 대한 트럼프의 개인적 호감도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마두로 정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22일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카라카스에서 농식품 및 산업 부문 엑스포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 12. 22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까지 압박

이란 핵시설 '폭격'…남아공엔 고율 관세

이번에는 패자 명단이다. 먼저 트럼프 행정부가 "먀약 테러리스트"라고 낙인찍으며 좌파인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교체까지 압박하는 베네수엘라가 꼽혔다. 트럼프는 마두로가 마약으로 미국을 뒤덮고자 마약 카르텔과 공모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FP는 "대미 관계에서 베네수엘라는 북부 연안 인근 선반들에 대한 미군의 공습, 지상 타격 가능성, 정권 교체의 유령 등 더 나빠질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라고 지적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최근 베네수엘라 인근 군사 행동에 "이 마약 테러리스트들은 우리(서) 반구의 알카에다이며, 우리는 알카에다를 추적했던 것과 똑같은 정교함과 정밀함으로 그들을 사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도 패자 명단에 들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월 12일간에 걸친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묵인'한 데 이어, 6월 22일 직접 B-2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나탄즈, 포르도 등 이란의 핵심 핵시설 3곳에 '벙커버스터' 폭탄을 투하해 상당 부분 파괴했다. 또한 레바논의 헤즈볼라, 가자의 하마스 등 친이란 무장 세력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과 섬멸 시도, 긴밀한 동맹국이었던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 붕괴와 친미 아메드 알샤라 대통령의 부상 등도 큰 타격이었다. FP에 따르면, 또한 미국은 올해 "이란의 석유 밀매 네트워크와 불법 금융 부문"에 일련의 추가 제재에 들어갔으며 "재정적으로 이란 정권의 목을 죄었다"고 전했다.

 

미국 U-2 전폭기가 벙커버스터를 투하한 이란 포르도 지하핵시설의 22일 위성사진. 2025.6.22. 로이터 연합뉴스

아프리카 최대 경제국인 남아공도 올해 트럼프의 '표적'이 됐다. FP에 따르면, 트럼프가 남아공에 반감을 품게 된 몇 가지 요인 중 "일부는 허구이고 일부는 사실"에 기반한다. 트럼프는 유럽 식민 지배자의 백인 후손인 아프리카너가 제노사이드(집단 학살)를 겪고 있다는 허위 주장을 밀어붙이며 이들에게 일괄적 난민 지위를 승인했다. 또 하나는 이스라엘의 가자 제노사이드를 비난하며 남아공 정부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한 행위에 분개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는 HIV/AIDS 퇴치 사업 등에 투입되던 수억 달러의 대외 원조를 삭감했고, 남아공 제품에 30%의 관세를 부과했으며, 지난 11월 남아공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불참하고 내년 12월 미국이 주최 G20 정상회의에 남아공 참석 거부 의사를 밝혔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9월 1일 중국 톈진의 메이장 컨벤션 및 전시 센터에서 열린 상하이 협력 기구(SCO) 정상회의 2025를 앞두고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환담을 하고 있다. 2025.9.1. 로이터 연합뉴스

캐나다, 트럼프의 '51번째 주', 관세 시달려

인도, 50% 관세 맞아…20년래 관계는 최악

다음은 이웃 나라인 캐나다다. 양국 관계는 올해 초 트럼프가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만들겠다고 반복적으로 위협한 이후 최악의 냉각기에 들어섰다. FP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은 더는 영토 확장 문제를 거론하지 않지만, 최대 교역 상대국 중 하나인 캐나다에 여전히 상당한 공격성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여러 분야에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트럼프는 구체적 데이터 없이 캐나다 정부가 대미 펜타닐 거래에서 역할을 하는 것같다고 주장했다. 또한 J.D. 밴스 부통령은 11월 X에 올린 글에서 캐나다 정치 지도자들이 "이민 광기"를 통해 다양성을 장려함으로써 국가의 생활 수준을 해치고 있다고 가세했다.

끝으로 인도도 패자 명단에 올랐다. FP는 "트럼프의 눈에 비친 파키스탄의 부상은 숙적 인도의 대미 관계가 2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과 맞물려 더욱 두드러진다"고 풀이했다. 트럼프와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1기에 이어 2기 초반에도 방미를 통해 긴밀한 유대를 지속할 걸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난 5월 인도-파키스탄 간 무력 충돌 이후 트럼프의 휴전 중재에 대해 인도가 '공로'를 인정하지 않은 점과 인도의 무역 정책 및 러시아산 석유 구매 등에 실망한 트럼프는 50%에 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관세를 인도에 부과했다. 하지만 양국이 최근 10년 기한의 국방 협력 협정에 서명하고, 트럼프 NSS에 "인도와의 상업적(및 기타) 관계를 지속해서 개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양국 관계의 근간은 견고하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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