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불안과 공포, 혐오 불렀던 윤석열의 세치혀



 

강기석 에디터

kks54223@daum.net

다른 기사 보기

 

  • 정치

  • 입력 2025.12.31 05:40

  • 수정 2025.12.31 08:10

  • 댓글 0

지난 1년 간 내란 잔당 부추기며 끝 모를 장광설

 

거짓말 · 위협 · 억지 선동 · 궤변 · 허풍 · 책임회피

 

부창부수 김건희, 침묵하다 입만 열면 거짓말

 

‘달빛’에 어린 ‘달그림자’처럼 다정한 달부부?

 

‘언어는 존재의 집’… 윤·김 부부는 허접한 존재

AI 활용 설정

강기석 에디터

지난 1년 우리 국민은 늘 공포와 불안, 그리고 혐오에 짓눌려왔다. 대통령선거를 통해 새 민주정부가 출범한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불안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그것은 주로 언론과 법원 검찰 내부의 내란 동조세력, 혹은 잔존 세력이 일으키는 분탕질 때문이다. 이들의 비호 속에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혀는 여전히 살아 움직인다. 그 혀가 뱉어내는 말은 전보다 공포감은 덜 하지만, 대신 점점 더 혐오감이 짙어진다. 그 장광설 속에는 진실이란 티끌만큼도 찾아 볼 수 없고 오로지 위협, 억지 선동, 궤변, 허풍, 책임회피로 일관된 거짓말만 그득하다.

 

장광설(長廣舌)이란 한자를 한 글자 한 글자 풀이하면 ‘길고 너른 혀’라는 뜻으로 원래 훌륭하고 진실된 말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장황하고 요란하긴 하지만 별로 귀담아 들을 것 없는 잔소리 혹은 헛소리라는 의미로 바뀌었다고 한다. 영락없는 윤석열의 혀가 그렇다. 1시간 동안 회의를 하면 59분을 혼자서 떠든다고 하지 않는가.

 

‘치킨 쿠데타’와 ‘계몽령’

 

실제로 윤석열은 12월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백대현) 재판에서 정확히 59분간 최후진술을 했다. 이 진술에서 그는 “국가비상사태를 발생시킨 원인이 국회, 거대 야당이기 때문에 국민을 깨우고 정치와 국정에 무관심하지 말고 제발 일어나서 관심 가지고 비판도 좀 하고 해달라는…”이라면서 그가 줄곧 주장해 왔던 이른바 ‘계몽령’을 반복했다. 그는 “내란몰이 하면서 대통령 관저에 밀고 들어오는 거 보셨지 않습니까, 얼마나 대통령을 가볍게 생각하면 그렇게 하겠습니까?”라고 하소연했다. 당시 그는 내란을 일으킨 중대 범죄 현행범이었으며, 경찰은 그에 따른 구속영장을 집행하려던 것이었고, 정작 국가의 법질서를 거부하고 저항했던 것은 자신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AI 활용 설정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의 결심 공판에서 최후 진술을 하고 있다. 2025.12.26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제공]

앞서 지난 22일 윤석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의 또다른 재판(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36차 공판)에 출석해 군 관련 예산 삭감을 계엄 선포 사유로 강조하면서 “(군) 관련 예산들을 국회에 보내고 있는데, 인력 차원에서 핵심적인 거니까 (국회가) 그냥 잘라버렸다”며 “주임원사가 소대 사병들을 관리하는데 하다못해 통닭이라도 한 마리 사주려 하면 필요한 돈인데, 어떻게 이런 것만 딱딱 골라서 자르나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술주정’ 수준의 헛소리라면서 “계엄의 ‘계’(戒)가 닭 ‘계’(鷄)였구나”라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비판이 나왔다.

 

“집에 갈 생각없다” vs ‘불의타’

 

윤석열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백대현) 피고인 최후진술에서 “(내가 지귀연 덕에) 구속이 취소돼서 자유의 몸이 되니 (특검팀이) 저의 신병 확보를 위해 무리를 많이 하지 않았나”라며 “정치상황이 이런데 제가 구속 만기라고 해서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거의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 아내도 구속돼있고 집에 가서 뭘 하겠냐. 다른 기소된 사건이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다른 걸로 영장 발부해서 신병 확보해주길 바란다”고도 했다.

 

정말 집에 갈 생각이 없었을까? 그는 바로 직전 공판에서 재판장이 1월 16일로 선고기일을 잡자 ‘불의타’(피고인이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가해지는 공격을 뜻하는 법률용어)라면서 선고기일을 연기해 달라고 애원했던 사실을 벌써 잊은 것일까?

 

19일 오전 열린 15차 공판에서 재판부가 2026년 1월 16일 선고 일정을 재차 확인하자, 윤석열은 다급함을 감추지 못하고 마이크를 네 번이나 부여잡으며, 이번 일정이 자신에게 ‘명백한 불의타’라면서 “갑작스러운 선고 일정 통보가 정당한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억지를 부렸다. 국민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국회를 유린했던 것이야말로 국민의 입장에서 ‘불의타’였다. 법에 따른 신속한 심판을 '기습 공격'이라 표현하는 모습에서 내란 수괴의 파렴치한 민낯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그는 어떻게든 단죄의 시간을 미뤄 그 기회를 틈타 집에 가고 싶은 것이다.

 

1년 전, 그때만 해도 자신만만했던 ‘자유민주주의 선봉장’

 

AI 활용 설정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윤석열 대통령. 2024.12.14. 연합뉴스

불과 한 달 전 내란이라는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고도 윤석열은 새해 1월 1일까지도 자신만만했다. 그는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집회 중인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나라 안팎의 주권침탈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며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호언장담 했다.

 

윤은 “국가나 당이 주인이 아니라 국민 한 분 한 분이 주인인 자유민주주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우리 더 힘을 내자”면서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새해 여러분의 건강과 건승을 빌겠다”고 거듭 감사를 전했다.

 

AI 활용 설정

윤석열이 1일 한남동 관저 앞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는 참가자들에게 보낸 인사글. 석동현 변호사 측 제공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윤석열의 메시지는 그가 여전히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내란을 획책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 지지자들에게 극단적 충돌을 선동하고 있는 (…) 윤석열을 하루빨리 체포해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 그것만이 윤석열의 망상과 광기를 멈춰 세울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1년이나 지난 지금도 윤의 망상과 광기를 아직 멈춰 세우지 못했다.

 

도심에 나타난 ‘멧돼지의 공포’가 이보다 더 하랴

 

1월 15일 천신만고 끝에 잡아넣은 윤석열이 52일만인 3월 8일 ‘탈옥’했다. 코미디언 판사 지귀연이 구속일수를 시(時)로 계산하고, 검찰총장 심우정이 눈을 딱 감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날을 6개월의 기간 중 가장 ‘공포스런 날’ 중 하나로 기억하고 있다.

 

윤석열은 서울구치소에서 경호 차량을 타고 오다 정문 앞에서 내려 걸으며 구치소 앞에 집결한 지지자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주먹을 쥐어 보이고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경호처 차량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이철규 국민의힘 등 여당 의원, 김성훈 경호처 차장 등을 거느리고 개선장군처럼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윤은 법률대리인단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 “불법을 바로잡아준 중앙지법 재판부의 용기와 결단에 감사드린다”며 “그동안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응원을 보내주신 많은 국민들, 그리고 우리 미래세대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또 “저의 구속에 항의하며 목숨을 끊으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진심으로 명복을 빈다”면서 “저의 구속과 관련해 수감돼 있는 분들도 계신다. 조속히 석방되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명백히 서부지법 난동 폭도들에 대한 격려였다.

 

그는 또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에 따라 공직자로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다가 고초를 겪고 계신 분들도 있다. 조속한 석방과 건강을 기도하겠다”고도 했다. 그에게 비상계엄은 어디까지나 대통령 권한에 따른 합법적 통치행위였다.

 

AI 활용 설정

8일 석방된 윤석열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경호차량에서 내려 걸어가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부수고 들어가 끌어내라” vs ‘대국민 메시지 계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4월 14일 윤석열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첫 공판을 진행했다. 지난 4일 헌재가 파면을 결정한 지 꼭 10일만이다. 지난달 7일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로부터 ‘구속 취소’라는 특혜를 받은 윤석열은 이날도 79분의 모두진술과 그 외 의견진술 등 약 93분간 장광설을 펼치면서 12·3내란 행위에 대해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라고 또다시 주장했다. 실무장 안 한 상태로 투입하되 민간인 충돌을 절대 피하라고 지시했다면서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지, 단기간이든 장기간이든 군정실시 계엄이 아니라는 건 계엄 진행 결과를 볼 때 자명하다”고 했다.

 

비상계엄이 이른 시간 안에 끝낼 생각으로 평화롭게 진행된 ‘계몽령’이란 윤석열 측의 주장과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라도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다른 대부분 장군들의 맞대결이야말로 지금 이 순간까지 이어지는 내란 재판의 주제다.

 

부하들에게 책임 전가하는 비겁한 ‘피고인’ 윤석열

 

그러나 윤석열은 재판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 선봉장’다운 용기와 배짱을 보여주지 못했다. 윤석열은 11월 20일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재출석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12·3 비상계엄 당시 '체포조 명단' 관련 지시를 두고 공방전을 벌였다. 이날 반대신문에서 윤은 “위치 추적은 영장 없이는 안 된다”며 “여인형 전 사령관이 그 말을 했을 때 '이 친구, 완전히 뭘 모르는 애 아냐?'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홍장원 전 차장이 “들었다”고 하자, 윤석열은 “사령관이라는 놈이 수사의 '시옷(ㅅ)' 자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느냐”며 “대통령은 검찰총장까지 지낸 사람인데 어떻게 이런 걸 시키고, 여인형 전 사령관은 지시를 받아 이런 걸 부탁한다는 게 연결이 안 되지 않느냐”고 했고 홍장원은 “대통령이 지시도 하지 않았는데, 일개 군 사령관이 이재명 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여당 대표를 체포·구금하고 신문하겠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부하한테 책임 전가하는 것 아니죠? 여인형이 왜 그런 요청을 한 겁니까”라고 오히려 목소리를 높여 되물었다. 부하에게 책임 전가하는 당신같은 사람에게는 더 이상 대통령 호칭도 아깝다는 태도로 읽혔다.

 

총과 칼 사랑하는 검사 부부, 그들에게 여러 번 죽을 뻔한 한동훈

 

지루한 재판 과정 내내 윤석열의 책임 떠넘기기는 멈추지 않았다. 내란은 국방장관 김용현이 거의 전적으로 주도했고, 군 사령관들은 시키지도 않은 일들을 벌인 것으로 몰아가려 했다. 참다 못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11월 3일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공판에서 폭탄선언을 했다. “그날(지난해 국군의 날) 술 많이 마셨는데 제대로 기억이나 하고 있겠느냐”는 윤의 말에 “(윤석열 당신이) 한동훈과 일부 정치인들을 호명하면서 당신 앞에 잡아오라고 그랬다. 당신이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AI 활용 설정

11월 3일 내란 사건 재판에 출석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의 진술 장면. MBC 화면 갈무리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아마도 12.3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 같다. 윤석열이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한데다, 누가 작성했는지 여전히 오리무중인 14인의 수거명단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 수거명단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유력 용의자 중 하나인 김건희의 한동훈에 대한 미움도 상당하다. 김건희는 8월 20일 자신을 면회한 신평 변호사에게 “‘한동훈이 어쩌면 그럴 수가 있느냐’ ‘한동훈이 배신하지 않았더라면 그의 앞길에 무한한 영광이 기다리고 있었을 것 아니냐’고 한탄했다”고 한다. 말은 점잖게 전달됐지만 그 말 속에는 서릿발 같은 원한이 숨겨져 있다.

 

“총은 그런 거 막으라고 있는 것”과 “총은 쏘라고 준 것”의 차이

 

총을 사용하고 싶어 근질근질 했던 건 김건희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10월 17일 윤석열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에 대한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 3차 공판기일에서 김건희에 대한 근접경호를 담당했던 김신 전 대통령경호처 가족경호부장으로부터 충격적인 증언이 터져나왔다. 김건희가 윤석열 체포 직후인 2월 1일 가족경호부 사무실에 찾아가 박 모 경호관에게 “‘경호처는 총기 가지고 다니면서 뭐했냐. 그런 거 막으려고 가지고 다니는 거 아니냐’ 그런 말을 했다고 증인에게 보고했는가”라는 특검팀의 질문에 “네”라고 답한 것이다.

 

AI 활용 설정

15일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경호처 저항 없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나서고 있다. 2025.1.15 연합뉴스

특검은 또 “영장 집행 당시 윤 전 대통령이나 김 여사로부터 총기 사용해서라도 피고인 영장 집행을 저지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 있는가”라고 물었고, 김 전 부장은 “당시 영부인의 총기 얘기는 박 모 직원한테서 처음 들은 것”이라며 “제가 좀 황망했다”고 토로했다. 4.19혁명 때 내무장관 최인규가 경찰에게 “총은 쏘라고 준 것”이라고 말했다는 역사적 장면과 겹치는 섬뜩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윤석열은 검사여서인지 칼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는 지난 4월 21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 2차 공판에서 “칼이 있어야 요리하고 나무 베서 땔감도 쓰고 아픈 환자를 수술할 수도 있지만, 상해·살인 같은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칼을 썼다고 무조건 살인으로 봐선 안 된다”면서 “(비상계엄 때) 아무도 다치지 않고 유혈 사태도 없었다”는 기존 주장을 이어갔다.

 

달을 사랑하는 달빛 그윽한 부부

 

이는 지난 2월 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증언이 끝난 뒤 발언 기회를 얻어 한 말과 같은 맥락이다. 윤은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했니, 지시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빠진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기묘하게도 그의 부인 김건희는 8월 29일 구속되면서 변호인단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가장 어두운 밤에 달빛이 밝게 빛나듯이 저 역시 저의 진실과 마음을 바라보며 이 시간을 견디겠다”고 말했다. 달빛이 밝게 빛나는 밤이 왜 어두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자신의 처지를 ‘달 밝은 어두운 밤’에 비유한 것이다. 남편은 달그림자, 부인은 달빛, 이들 부부는 달을 사랑하는 듯하다.

 

급하면 하나님 찾는 무당(巫堂)파

 

10월 13일 윤석열 변호인 배의철이 페이스북에 쓴 '윤 대통령의 추석연휴 말씀 전합니다‘를 보면 무당을 믿는 윤석열이 하나님에게도 열심히 기도한다고 한다. “자유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한다”는 것이다. 배 변호사에 따르면 윤석열은 “긴 추석 연휴 운동도 1회밖에 허락되지 않은 1.8평의 독방, 하지만 감옥이라는 생각보다 기도의 장소를 허락하심에 감사하며 연휴 내내 여러분이 보내주신 편지와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기도했다”고 밝혔다.

 

이어 성경 시편 119편 105절의 일부인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를 인용, “시편의 말씀이 어둠을 밝혔다”면서 “특히 미래세대인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놓지 않도록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과 주 예수 그리스도께 간절히 기도했다”고 강조해 청년들에 대한 지극한 애정을 표했다.

 

뿐이랴, 윤석열은 전한길 씨도 “하나님이 대한민국에 보내주신 귀한 선물”이라며 추켜세웠다. 전 씨가 11월 28일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윤석열의 편지를 보면 윤석열은 전 씨를 “하나님이 대한민국에 보내주신 귀한 선물”이라고 추켜세우고, 아침저녁으로 그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면서 “저 역시 옥중이지만 제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구속 상황마저 신앙 서사로 포장하면서 극우 개신교와 음모론 세력에 기대 위기를 돌파하려는 정치적 계산이다.

 

믿을 건 극우파 “저를 밟고 일어서시라” 선동

 

하나님을 언급하며 전 씨를 칭송하는 건 이제 자신이 믿을 건 극우파 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윤씨 변호인단 배의철 변호사는 내란 1년을 맞는 12월 3일 “12.3 비상계엄은 헌법수호책무의 결연한 이행이었다”며 “주권자인 국민이 깨어나 망국의 위기를 초래한 대의권력을 직접 견제하고, 주권 침탈의 위기를 직시하며 일어서달라는 절박한 메시지였다”는 내용의 ‘대통령 말씀’을 전했다. 지난해 계엄 선포 담화, 12.12 담화와 판박이다. “지금은 불의하고 부정한 독재정권에 맞서 똘똘 뭉쳐야 할 때다. 국민을 짓밟는 정권에 ‘레드 카드’를 함께 꺼내달라”며 “저를 밟고 일어서시라. 이 나라는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의 것”이라고 지지자들을 선동했다.

 

AI 활용 설정

광화문을 점령한 극우시위대 2025. 11. 15 연합뉴스

이어 자신의 65세 생일을 맞은 12월 18일에는 “자녀에게 올바른 나라를 물려줘야 한다는 절박함이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유”라며 재차 12·3 불법계엄을 정당화하는 ‘말씀’을 배의철 변호사를 통해 내놓았다. ‘12·18 청년 여러분께 드리는 성탄 메시지’를 겸한 것이다.

 

윤은 “예수님의 가르침은 애국의 실천이요, 자유를 억압하는 폭정을 멈추게 하는 힘”이라며 “자유와 정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깨어 일어난 청년 여러분의 ‘이웃사랑’과 ‘나라 사랑’ 실천에 든든하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윤은 “저희 부부에게는 자녀가 없다. 그래서 여러분이 제게는 자녀처럼 느껴진다”며 “자식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부모가 어디 있겠나. 자녀에게 올바른 나라를 물려줘야 한다는 절박함이 제가 모든 것을 내어놓고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그 결과 저는 옥중의 고난 속에 있지만 대한민국은 청년들이 보여준 희망을 얻었다”고 밝혔다.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의 지극한 남편 사랑

 

김건희는 윤석열과 달리 6차례 특검 조사에 출석했지만, 대부분 진술을 거부했다. 다만 구속 전 한 차례 조사에서만 언론 앞에 서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서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 외엔 사실상 입을 다물었다. 이후 재판에서도 자신의 혐의를 적극 부인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AI 활용 설정

6일 오전 자신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서울 종로구 케이티(KT)광화문빌딩에 있는 특검 사무실로 향하는 김건희.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8월 20일 윤석열의 멘토로 불리는 신평 변호사가 전날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된 김건희를 1시간가량 접견하면서 나눈 대화 일부를 전했다. 그는 김건희가 “너무 수척해 앙상한 뼈대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김 여사가 ‘내가 죽어야 남편에게 살길이 열리지 않을까’라고 말했다며 “깜짝 놀라 ‘그렇게 생각하시지 말라’고 달랬다”고 전했다. 신 변호사는 또 김건희가 ‘그냥 (윤 전) 대통령은 풀어주고 내가 계속 여기 살면 안 되냐’고 묻기도 했다고 전했다. 앞서 김건희는 지난 14일 변호인단에 “내가 다시 남편하고 살 수 있을까, 다시 우리가 만날 수 있을까”라는 취지의 말을 남긴 바 있다.

 

남편 사랑뿐이 아니었나? 불륜도 있었나?

 

그러나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남편을 구하겠노라는 그의 지극한 남편 사랑이 의심받는 사태가 벌어졌다. 주가조작 사건 공범으로 지목된 이모 씨와 김건희가 2012년 나눴던 메시지(이 씨 “난 진심으로 네가 걱정돼서 할 말 못 할 말 다한다. 도이치는 손 떼기로 했다”, 김건희 “내가 더 비밀 지키고 싶은 사람이야.”)가 특검에 의해 공개됐고, 그 ‘비밀’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높아갈 즈음, 11월 12일 김건희 본인이 보석 청구 이유서에서 “특검이 ‘불륜 의혹’을 먼저 형성, 확산시키는 방식으로 여론 프레임을 구축하고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 씨가 사건 주요 인물이 아니고, 혐의와 무관한데도 망신 주기와 별건수사를 이어가는 만큼 방어권 보장을 위해 석방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그 ‘비밀’이란 것이 정말 불륜 아니었을까? 의심하면서 김건희의 사랑은 ‘순애보’ 아닌 ‘치정극’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AI 활용 설정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12.3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조선일보 폐간에 목숨 걸었다”

 

가녀린 아녀자의 연기에 몰두하던 김건희였지만 뒤늦게 주진우 기자의 녹취록 폭로로 국사를 널리 관장하는 당찬 V0의 진면목을 여실히 드러냈다. 2월 26일 조선일보 기자가 12.3 계엄 전 윤·김 부부 공천개입 의혹을 뒷받침할 통화 녹음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알고 격노한 김건희가 “조선일보 폐간에 목숨 걸었다”고 말하는 육성 녹음이 공개된 것이다.

 

공개된 녹취를 들어보면, 김건희는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이야 말로 우리나라를 망치는 애들”이라며 “지들 말 듣게끔 하고 뒤로 다 기업들하고 거래하고, 얼마나 못된 놈들인 줄 아느냐”고 말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삼성하고 거래 안 하지. 삼성이 중앙일보를 싫어하니까, 그거 하나뿐이지”라며 “아주 난 조선일보 폐간에 목숨 걸었어”라고 덧붙였다. 다른 건 몰라도 V0의 언론관만은 분명한 듯싶다. 친위 쿠데타가 성공했더라면 한동훈뿐 아니라 조선일보도 큰일날 뻔했다.

 

AI 활용 설정

연합뉴스 자료사진

끝내 하지 않은 말 ‘미안하다’ ‘죽을 죄를 졌다’

 

‘두 사람은 집권 기간 때에도 그랬지만 몰락해가던 지난 1년 동안에도 끊임없이 말들을 내뱉었다. 모두가 자신들의 범죄행위들을 덮기 위한 변명이었고 궤변이었고 망언이었다. 그러면서 정작 국민들이 듣고 싶어했던 말, 자신들의 안식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했던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즉을 죄를 졌습니다‘ ’달갑게 벌을 받겠습니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쉽게 말해 말은 말하는 사람이 어떤 인간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러므로 윤석열과 김건희는 그들이 내뱉는 말로 판단할 때 참으로 허접하고 추루한 인간들이다. 그들의 말에 흔들리고 추종하기까지 하는 인간들이야 더 말할 나위 있겠는가.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