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후퇴와 ‘안보 수탈’의 서막
중남미를 휩쓴 ‘충격과 공포’의 실체
파편화되는 세계와 달러 패권의 임계점
일본의 착시와 한국의 ‘주권 침해’
‘느리게, 함께, 당당하게’
전작권 환수, 더는 미룰 수 없는 주권국가의 시금석

트럼프발 ‘정치적 자연재해’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베네수엘라 대통령 납치라는 전대미문의 사건부터 한국의 입법권과 영토 주권을 침해하는 노골적인 내정간섭까지, 일극 패권의 몰락 과정은 유례없이 거칠고 폭력적이다. 본지는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을 만나 파편화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반도가 나아가야 할 자주적 길을 물었다.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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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후퇴와 ‘안보 수탈’의 서막

올해 1월 발표된 미국의 국방전략서(NDS)는 본토 방어와 서방구(Western Hemisphere) 우선주의를 명시하며 전략적 중심축의 이동을 알렸다. 김준형 의원은 이를 트럼프식 고립주의와 군부 강경파 사이의 타협 산물로 분석한다.

김 의원은 “NDS 발표가 늦어진 것은 고립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콜비 측과 확장적 억제를 주장하는 루비오·헥세스 측의 모순된 입장을 타협했기 때문”이라며 ,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자율성을 주는 듯 보이나 실상은 돈은 돈대로 내고 몸은 몸대로 중국 견제의 천병 노릇을 하라는 ‘안보 수탈’의 성격이 짙다”고 경고했다.

중남미를 휩쓴 ‘충격과 공포’의 실체

1월 초 발생한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납치 사건에 대해 김 의원은 “말 안 들으면 어떻게 당하는지 보여줌으로써 다른 나라를 제압하려는 의도”라고 짚었다. 특히 이는 트럼프의 ‘힘을 통한 평화’라는 명분 아래, 지상군 투입 없이 정밀 타격이나 요인 암살로 항복을 받아내려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쿠바에 대한 군사적 압박 역시 루비오 국무장관의 사적 ‘미션’과 결합해 고조되고 있다. 김 의원은 “루비오는 쿠바 정권 붕괴를 자신의 사명으로 여기는 인물”이라며 , “베네수엘라와 멕시코로부터의 공급줄을 끊어 쿠바의 목줄을 죄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쿠바가 중국이나 러시아에 모든 것을 주고서라도 살아남으려 하는 돌발 상황을 부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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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화되는 세계와 달러 패권의 임계점

미국의 이란 압박과 중남미 정책은 역설적으로 미국의 전략적 파산을 불러오고 있다. 김 의원은 현재의 다극화를 ‘파편화(Fragmentation)’로 정의하며 , “미국이 스위프트(SWIFT) 시스템을 제재 수단으로 남용한 역사가 누적되어 중국 등이 대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파편화는 다자주의로 갈 가능성과 각자도생의 전쟁으로 치닫는 문명의 끝장이라는 양 갈래 길 앞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동에서는 “미국이 이란을 너무 몰아붙인 결과 사우디조차 이란과 손을 잡으려 하는 등 반트럼프 전선이 형성되어 미국의 영향력이 실질적으로 파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착시와 한국의 ‘주권 침해’

일본 다카이치 정부의 재무장 행보에 대해 김 의원은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트럼프의 ‘돈로 독트린’에는 동맹에 대한 배려가 없다”며, “미국의 전적인 지원 없는 일본은 4강에 들지도 못하며, 트럼프는 일본으로부터 뽑아먹기만 할 뿐”이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시급한 것은 한국을 향한 미국의 노골적인 내정간섭이다. 최근 DMZ법 제정에 대한 유엔사의 개입과 쿠팡 규제를 둘러싼 압박을 두고 김 의원은 “미국에 의해 한미 동맹의 특별한 관계라는 명분은 깨진 지 오래”라며 “미국은 우리를 혈맹이 아니라 뺏을 게 많은 나라로 보고 있다”고 일갈했다.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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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함께, 당당하게’

김 의원은 자연재해와 같은 트럼프의 압박에 맞서 ‘느리게, 함께, 당당하게’라는 3대 대응 원칙을 제시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관세나 입법 사안에 대해 시간을 끌며 속도를 조절하고(느리게), 호주나 캐나다 등 유사한 처지의 국가들과 다자적 연대를 구축하며(함께), 우리가 가진 자본과 기술력을 지렛대 삼아 주권을 수호해야 한다(당당하게)는 것이다.

전작권 환수, 더는 미룰 수 없는 시금석

김 의원은 다가오는 3월 ‘자유의 방패’ 훈련이 한반도 정세를 결정지을 시금석이라고 보았다. 그는 “비핵화와 군사 훈련이 존재하는 한 북한과의 진짜 대화는 없다”며, 역설적으로 비용 절감을 원하는 트럼프의 속내를 이용해 전작권을 조속히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은 조속히 전작권 전환 조건을 기한으로 바꿔야 합니다. 미국 리스크가 역사상 가장 커진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자주권 회복의 길은 영영 멀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가 무너지는 대전환기,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만이 민중의 삶과 평화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 김준 기자

[일문 일답]

Q1. 2026년 NDS의 핵심 내용은 무엇입니까?

이번 NDS(국방전략서) 발표가 두 달이나 늦어진 것은 고립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콜비 측과 확장적 억제를 주장하는 루비오·헥세스 군부 강경파 사이의 모순된 입장을 타협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미주 대륙으로의 전략적 축소를 원하지만, 군부는 여전히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확장적 태세를 유지하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동맹국에 천문학적인 비용 분담을 요구하고 중국 견제의 최전선 방패막이 역할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즉, 미국은 우리에게 전략적 자율성을 주는 듯 보이나 실상은 돈은 돈대로 뜯어내고 몸은 몸대로 중국 견제의 ‘시다바리’로 쓰겠다는 ‘안보 수탈’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유라시아 패권 전쟁에서 밀려난 미국의 궁색한 생존 전략입니다.

Q2. 베네수엘라 마두로 납치 사건의 의도는 무엇입니까?

마약 척결은 허울 좋은 명분일 뿐, 본질은 미국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주권 국가의 수장이라도 어떻게 당하는지 전 세계에 보여주려는 ‘충격과 공포’ 요법입니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 석유 자원이 자국의 것이라고 자랑하며 힘을 과시하고 싶어 했고, 루비오는 중남미 독재 정권을 뿌리 뽑겠다는 십자군적 사명감을 이번 작전에 투영했습니다. 미국은 대규모 지상군 투입 없이 요인 납치나 정밀 타격만으로 항복을 받아내는 조폭적 행태를 보였으며, 이는 국제법과 주권을 정면으로 유린한 명백한 침략 행위입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중남미에 대한 지배력을 재확인하고 반미 정권들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입니다. 중국이나 러시아도 오히려 미국의 이런 무리수가 다른 곳에서 자신들에게 전략적 여유를 줄 것이라며 반길 상황입니다.

Q3. 쿠바에 대한 고강도 압박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쿠바 난민 2세인 루비오 국무장관의 개인적 복수심과 정치적 미션이 국가 전략으로 둔갑한 결과입니다. 루비오는 쿠바 정권 붕괴를 자신의 일생 최대 과업으로 여기며 베네수엘라와 멕시코로부터의 공급줄을 차단해 쿠바의 목줄을 완전히 죄려 합니다. 하지만 쿠바는 현재 미국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 무해한 상태이며, 이러한 무리한 압박은 오히려 쿠바가 중국이나 러시아에 모든 것을 내주고서라도 살아남으려 하는 극단적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너무 몰아붙이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게 만드는 법인데, 이는 미국에 더 큰 안보 리스크를 불러오는 전략적 패착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Q4. 미국의 중동 정책이 파산했다는 진단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정확한 진단입니다. 미국은 단기적으로 이란을 때리며 승리하는 듯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중동에서 탈출하는 형국입니다. 트럼프의 무분별한 압박은 역설적으로 평생 앙숙이었던 사우디와 이란이 손을 잡게 만드는 등 광범위한 ‘반트럼프 전선’을 형성시켰습니다. 미국이 이스라엘에만 매몰되어 중동의 전략적 균형을 깨뜨린 결과, 친미 정권들조차 미국의 중동 정책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미국은 스스로 만든 경제 제재의 늪에 빠져 중동 내 지배력을 상실하고 있으며, 이는 일극 패권이 중동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파산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건입니다.

Q5. 그린란드 자원 문제와 유럽 동맹의 균열을 어떻게 보십니까?

그린란드 문제가 갑자기 부상한 것은 순전히 지하자원 이권 때문입니다. 트럼프의 ‘던노(Dorm-lo) 독트린’은 오직 지하자원과 이권이 있는 지역에만 집착하며 기존 동맹의 가치를 철저히 무시합니다. 그린란드를 자산으로 규정하고 덴마크와 유럽의 주권을 무시하는 행태는 나토(NATO) 동맹의 원칙을 뿌리째 흔드는 짓입니다. 유럽은 미국이 더 이상 안보의 수호자가 아니라 자국 이익만 챙기는 약탈자로 변했음을 깨닫고 환멸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폭적 자원 확장주의는 유럽 국가들을 각자도생의 길로 밀어내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미국을 전 세계로부터 고립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습니다.

Q6. 탈달러와 다극화는 불가역적인 변화입니까?

불가역적인 변화가 맞습니다. 미국이 달러 금융망(SWIFT)을 제재 수단으로 남용한 역사가 누적되어 각국이 대안을 마련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이미 달러 의존도를 10% 이하로 낮췄고, 브릭스(BRICS) 국가들은 원유, 가스, 디지털 화폐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금융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다극화는 세계가 협력하는 다자주의가 아니라, 각자도생하며 전쟁이 계속 일어나는 ‘파편화’(Fragmentation)의 길로 들어선 상태입니다. 이는 인류 문명이 다자주의로 진화할지, 아니면 전쟁을 통한 끝장으로 치달을지 결정되는 양 갈래 길이자 거대한 정세의 전환점입니다.

Q7. 다카이치 정부의 재무장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다카이치는 아베를 흉내 내며 재무장을 외치지만, 트럼프의 ‘돈로 독트린’에는 일본을 비롯한 동맹에 대한 배려는 없습니다. 트럼프는 일본으로부터 비용만 뽑아먹을 뿐, 과거처럼 전폭적인 군사적 지원을 할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미국의 전적인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4강에 들 실력이 없으며, 지금의 행보는 착시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위험한 것은 미국이 일본을 부추겨 중국과 맞서게하면서 자신들은 뒤로 빠지는 구도입니다. 이는 동아시아의 긴장을 고조시켜 의도치 않은 충돌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일본이 미국에 모든 것을 내주고도 토사구팽당하는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Q8. 한미합동군사훈련과 전작권 환수 중 무엇이 시급합니까?

비핵화와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 존재하는 한 북한과의 진짜 대화는 불가능합니다. 현재 북한은 군사 훈련 중단을 대화의 선제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훈련이 강행될수록 전쟁의 가능성보다는 영구적 분단과 적대감이 고착화될 것입니다. 우리는 역설적으로 비용 절감을 원하는 트럼프의 성향을 이용해야 합니다. “비용은 우리가 다 낼 테니 대신 전작권을 다오”라고 협상하여, 전작권 환수 조건을 ‘조건’에서 ‘기한’으로 바꿔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미국의 ‘전쟁 하청 기지’에서 벗어나 자주 국방의 시금석인 전작권을 환수할 마지막 기회입니다.

Q9. 유엔사의 DMZ법 개입에 대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유엔사의 DMZ법 개입은 냉전 세력이 한국의 자주적 움직임을 차단하려는 명백한 주권 침해입니다. 유엔사는 한반도를 반중 최전선 항공모함으로 유지하려는 냉전의 유물이며, 한국의 입법권을 유린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 국회는 인지 부조화에서 벗어나 미국이 우리를 더 이상 혈맹이 아니라 ‘뺏을 게 많은 나라’로 보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입법부는 즉각 항의 결의안을 채택하고 유엔사의 월권행위를 제어할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대한민국 영토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당당히 선포하는 자주적 결기가 필요합니다.

Q10. 경제 내정간섭에 대한 대응 원칙은 무엇입니까?

자연재해와 같은 트럼프의 압박에 맞서 ‘느리게, 함께, 당당하게’라는 3대 원칙을 견지해야 합니다. 미국의 관세 협상이나 입법 요구에 서둘러 굴복하지 말고 절차를 늦추며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또한 호주, 캐나다 등 유사한 처지의 국가들과 다자적 연대를 구축해 미국이 우리를 각개격파하지 못하게 막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이 가진 기술력과 지전략적 가치를 지렛대 삼아, 미국 없이는 죽는다는 공포에서 벗어나 주권을 당당히 요구해야 합니다. 우리가 미국의 목줄을 쥐고 있을 수도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실리를 챙기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Q11. 다극화 시대, 외교적 자율성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전략적 자율성의 핵심은 미국 리스크를 관리하며 ‘자주권’을 실체화하는 전작권 환수에 있습니다. 일극 패권이 몰락하고 파편화되는 시대에 미국에만 매달리는 외교는 자살 행위입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세계가 나아가는 흐름에 올라타 브릭스 가입까지 고려하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에 자주 담론이 형성될 수 있는 계기와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