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부장판사의 설명을 종합하면, 윤석열이 일으킨 12·3내란은 국회나 사법부 등 헌법기관의 기능을 침해하는 목적의 비상계엄 선포이기 때문에 내란죄가 성립한 것이지, 원칙적으로 계엄의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12·3내란 당시 대통령실에서 '사후 비상계엄 선포문'을 만드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뒤늦게 갖추려고 한 행위 자체가 스스로 실체적·형식적 측면에서 계엄의 불법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재판부는 그 자체로는 문제 삼을 수 없다고 인식한 셈이다.
또한 계엄법에서 정한 전시·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아님에도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한 데 대해 "일단 대통령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고 한 부분은 지 부장판사의 현실 인식이 평범한 국민들의 인식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성경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 훔칠 수 없다"?
'경고성 메시지 계엄' 주장 정당화할 여지 줘
"정당성에 대해 별도 논의하자"며 단서 남겨
아울러 지 부장판사는 야당의 줄탄핵·예산삭감 등에 따른 국가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한 계엄이었다는 윤석열 쪽의 주장을 배척하면서, "국가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바로잡고 싶어 했던 것은, 그 정당성 여부에 관한 판단은 별론(별도논의)으로 하더라도, 동기나 이유, 명분에 불과할 뿐이지, 이를 군을 국회에 보내는 등의 목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목적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수단이 위법적이면 안 된다는 비유로 사용한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 없다"는 표현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자칫 계엄의 목적이 '경고성 메시지 계엄' '계몽령'이었다는 윤석열 쪽 주장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 부장판사가 남긴 "(내란의) 정당성 여부에 관한 판단은 별론(별도논의)으로 하더라도…"라는 단서는 향후 내란을 일으킨 목적에 대해 재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처럼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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