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위기감 속에서 미국 신보수주의의 극단적 흐름인 '네오콘(Neocon)'이 부상하며 힘(군사력)에 의한 패권 유지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네오콘의 전략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2002년 연설이었다. 그는 이란, 이라크,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지목하면서 압박하고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는 마치 마피아 두목이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강력한 경쟁자들의 등장에 대응하는 방식과 흡사하다. 마피아 두목은 자신의 지위가 흔들릴 때, 구역 내에서 가장 만만한 건달 하나를 골라 모두가 보란 듯이 묵사발을 내버린다. 이를 지켜보는 다른 깡패 두목들에게 '나한테 까불면 죽는다', '여전히 이 구역의 우두머리는 나다'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시범 케이스로 두들겨 패면서 자신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지목한 것이 중동에서는 이라크였고, 동아시아에서는 북한이었다. 미국은 그것을 통해 중국, 러시아, 그리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유럽 국가들에게 자신의 패권을 다시 확인하려고 했다. 미국은 먼저 이라크를 침공했고, 만약 그 기획이 성공했다면 다음 타깃은 이란이나 북한이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이라크에 실제로 대량 살상 무기가 있는지, 북한의 핵 개발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는 진정으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렇게 미국의 압박과 위협을 받으면서 생존의 벼랑 끝으로 몰린 북한은 역설적으로 정말로 모든 노력을 다해서 핵무기를 가지게 됐다. 미국의 위협이 북한의 핵무장을 앞당겨 준 꼴이다.
더구나 미국의 이라크 침략은 당초 기대와 정반대의 효과와 결과만을 낳았다. 세계 패권을 공고히 하고 석유 통제권을 틀어쥐기는커녕, 미국은 끝없는 전쟁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그것은 지정학적 대재앙으로 판결 났고, 미국의 세계적 패권은 오히려 한풀 꺾이게 됐다. 그 사이 중국의 경제적 성장은 더욱 급격하고도 강력했다.
미국이 중동의 수렁에서 허우적대는 동안 중국은 전 세계 시장을 잠식하며 패권국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라크에서 미국의 실패, 중국의 급속한 성장, 북한의 핵무기 개발 성공이 결합되면서 어느 순간 동아시아에서 미국 패권 전략의 방향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이제 오히려 북한과 중국을 분리시키고, 북한과는 거래를 하자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타났다.
물론 그런 목소리는 아직 작았고, 수십 년간 북한을 악마화해 온 네오콘들은 동의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워싱턴의 아웃사이더인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그런 전술은 실제로 채택되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고 제재를 풀어 줄 테니, 중국과의 동맹에 매달리지 말고 미국과 거래를 해 보자고 김정은에게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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