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진단은 익명의 "정부 관계자"가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등을 상대로 흘린 내용을 종합해 보면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두 가지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는 미국이 4〜5개의 사안을 가지고 한국에 항의했다고 하는데, 익명의 "정부 관계자"는 유독 정 장관의 발언만 언론을 통해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미국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지난 2월 서해상 미·중 전투기 대치 사건에 관해 한국군 당국에 '사과'했다는 언론 보도, 유엔군사령부가 독점하는 비무장지대 출입 승인권을 통일부가 일부 관리하도록 하는 '디엠제트법', 미·중 전투기 대치 사건과 관련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주한미군에 항의한 점 등도 문제 삼았다. 그런데도 미국이 마지막에 언급했다는 정 장관의 발언만 "여권 고위 관계자"나 "정부 관계자"의 입을 통해 언론에 집중 부각되고 있다.
또 하나는 미국이 정보 제공을 제한했다는 소식이 정부 관계자를 통해 신속하게 공개되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미국은 한국에 제공한 정보가 자신의 동의 없이 언론에 유출된 것을 두고 한국 정부에 항의하면서 정보 제공을 줄인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미국의 정보 제공 제한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적은 거의 없거나 한참 지난 뒤에나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정부 관계자가 이러한 내용을 언론에 알렸다.
정부 관계자의 언론 플레이는 20일에 보도된 <한겨레>에 "정 장관이 밝힌 정보는 아주 민감하고 큰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려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말한 대목에서 절정에 달했다. 정 장관이 문제를 일으켰고 자신이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 장관이 밝힌 정보는 아주 민감하고 큰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10년 전에 미국의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최근 정보에 따르면 초기 원심분리기 연구개발 시설이 영변 핵시설 단지로부터 45km 떨어진 방현 비행장이나 그 인근에 위치했다는 것을 암시한다"라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선 구성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방현 비행장은 구성에 있다. 이러한 내용은 국내외 여러 언론을 통해서도 보도되었다. 정 장관은 이렇게 공개된 내용을 근거로 구성을 언급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미국과 긴밀하게 소통해 온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항의에 이러한 내용을 제대로 설명했어야 했다. 정 장관은 '미국이 제공한 조선의 핵시설 정보나 첩보를 보고받은 바가 없기에 정보 유출이 아니라 이미 알려진 내용을 언급한 것'이라고 미국을 납득시키려고 노력해야 했다. 그런데 정부 관계자는 언론 플레이에 나서고 있다.
물론 정 장관의 구성 발언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는 있다. 한미 정부가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적으로 거론해 온 지역은 영변과 강선인데, 정 장관이 현직 고위 관료 신분으로 구성까지 언급하면 한미공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부 내 소통을 통해 구성을 거론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해야 했다.
정 장관은지난해 7월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구성과 강선 등 네 군데 우라늄 시설에서 고농축 우라늄을 이미 추출해서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 않나"라고 말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의 발언처럼 이게 "아주 민감하고 큰 것"이었다면, 정 장관이 3월 6일에 또다시 언급하기 전에 이를 조율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미국의 항의를 접하고 화들짝 놀란 것처럼 행세하는 것은 전문성과 정부 내 소통 부족을 자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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