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가 윤석열 전 대통령 처가의 헌인마을 게이트를 인지하고도 선거 쟁점화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 캠프에서 1년 반 가까이 자료를 수집했던 장인재 현 민주당 윤리감찰단 부단장은 이낙연 당시 선대위원장이 폭로를 막았다고 주민에게 해명했다. 박영선 전 후보는 26일 카카오톡 답변에서 "저는 처음 듣는 얘기입니다"라고 부인했다.
청와대 행정관 시절부터 직접 추적
장 부단장과 헌인마을의 인연은 2019년 청와대 근무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헌인마을 토지소유자이자 사건 제보자는 뉴탐사 인터뷰에서 그해 7~8월쯤 장 부단장이 먼저 연락을 해 왔다고 증언했다. 청와대 신문고에 접수된 헌인마을 비리 제보를 들고 주민들을 직접 찾아온 것이다. 이듬해 1월 그가 작성한 청와대 보고서는 황희 의원실에도 전달됐다. 정윤회·최순실로 시작된 헌인마을 비리의 추진 경과와 우리은행, 강남PFV, 서초구청, 검찰청 등 관련 기관의 위법 행위가 수십 페이지에 걸쳐 적혀 있었다.
청와대를 나온 뒤에도 그의 추적은 이어졌다. 2020년 2월 우리은행이 부실 채권을 정체불명의 사모펀드에 넘긴 경위를 확인하는 자리에 직접 배석했다.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시·서초구청·토지소유자 합동 미팅에도 참여해 서울시와 서초구청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제보자는 토지소유자들이 그 모습에 큰 기대를 걸었다고 회상했다.
JTBC 제보까지 갔지만 보도되지 않았다
같은 해 9월에는 JTBC에까지 제보가 닿았다. 장 부단장은 자신이 모은 자료를 들고 당시 시사 탐사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이규연 현 청와대 홍보수석을 직접 만났다. 황희 의원실에서 헌인마을을 추적했던 김순구 전 보좌관은 장 부단장의 부탁을 받고 동행해 자료 설명을 도왔다. 김 전 보좌관은 "크로스 체크까지 거친 자료를 넘겼으니 박근혜 정권 시절 비리는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JTBC는 끝내 보도하지 않았다. 헌인마을 사업권이 박근혜 정권 비리에서 윤석열 처가 게이트로 손바꿈이 일어난 시점도 그해였다. 당시 JTBC 모기업 회장 홍석현 씨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심야 회동, 차기 대권 주자설이 거론되던 무렵이다.
박영선 캠프에서 헌인마을 '헌'자도 안 나왔다
2021년 보궐선거에서 장인재는 박영선 캠프에 합류했다. 이번에는 오세훈 시장을 겨냥할 차례였다. 헌인마을 도시개발구역 지정과 조합 설립 인가를 내준 인물이 2009년 당시 오세훈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제보자는 헌인마을 부지가 오세훈 시장 내곡동 생태탕집과 직선거리로 500m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내곡동의 헌인마을 게이트가 함께 터졌다면 보궐선거 결과가 달라졌으리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토지소유자들도 박영선이 시장이 되든 오세훈이 시장이 되든 이 문제가 정리되리라 기대를 걸고 자료를 넘겼다.
박영선 후보는 그러나 선거 마지막 날까지 헌인마을의 '헌'자도 꺼내지 않았다. 선거 후 장 부단장이 제보자에게 "캠프에서는 다 하기로 했는데 당 선대위에서 못 하게 했다"고 해명했다는 것이다. "당 선대위가 누구냐"고 묻자 그는 이낙연 당시 선대위원장을 지목했다고 한다. 장 부단장은 2019년부터 2021년 초까지 1년 반 동안 헌인마을 자료를 쌓아왔다. 오세훈을 겨냥할 결정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분량과 깊이였다. 큰 선거에서 상대 후보의 약점을 찾는 네거티브 팀이 자료를 묵힐 이유는 없다.
박영선 "처음 듣는 얘기"
박 전 후보 본인은 다른 답을 내놨다. 26일 카카오톡 답변에서 그는 "저는 처음 듣는 얘기입니다"라고 밝혔다. 헌인마을 게이트 자체를 캠프에서 검토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취지다. 캠프 핵심 인력은 매일 아침 모여 의제를 선정하고 후보에게 일정팀이나 수행팀을 통해 보고를 올리는 게 통상의 운영 방식이다. 박 전 후보의 답변이 사실이라면 장 부단장이 캠프 차원에서 추진한다고 한 말이 거짓이거나, 보고 라인 어디선가 의제가 차단됐다는 이야기가 된다.
박 전 후보는 윤석열·김건희 씨 부부와 식사를 함께할 만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김건희 씨와는 결혼 전부터 아는 사이라는 증언도 있다. 2024년 총선 직후 윤석열 정부 총리설이 돌았을 때 박 전 후보는 미국 체류 중 급히 귀국했다. 그때 비서실장 후보로 함께 거론된 인물이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다. 한겨레는 박영선·양정철을 윤석열의 비선으로 지목한 바 있다. 장 부단장은 양 전 원장의 복심으로 분류된다.
이낙연 동생 삼부토건 대표 취임
헌인마을 사업의 원소유주였던 삼부토건 대표이사 자리에 이계연 씨가 취임한 시점은 2020년 10월이다. 이 씨는 이낙연 당시 의원의 친동생이다.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같은 시기 이낙연은 차기 대선 1위 주자로 떠오르고 있었다. 이 씨가 대표로 취임한 뒤 삼부토건 주가는 10배 넘게 뛰었다. 중앙일보는 2021년 7월 삼부토건을 '이낙연 관련주이자 윤석열 관련주'로 거론하며 헌인마을 사업과 삼부토건 자금 흐름에서 두 사람의 커넥션을 짚은 바 있다.
이낙연 의원의 공보실장을 지낸 정운현 전 오마이뉴스 기자는 대선 직전 윤석열 캠프로 자리를 옮겼다. 윤석열 캠프 공보 기능이 취약하다는 평가가 많던 무렵이다. 이낙연계 인사들이 윤석열 진영으로 흘러들어가는 흐름이 이 시기부터 두드러졌다.
정청래 체제에서 윤리감찰단 복귀
2023년 주가 조작 세력과의 부적절한 접촉 의혹으로 당직을 내려놨던 장 부단장은 정청래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윤리감찰단 부단장으로 복귀했다. 이재명 대표 시절인 2024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윤리감찰단 부단장은 정득권이었다. 정 전 부단장은 자신의 임명장과 함께 내용증명을 뉴탐사에 보내와 그 시기 부단장은 본인이라고 정정을 요청했다. 김석담 변호사가 윤리감찰 단장이던 시기다.
현재 호남 지방선거 공천 검증은 장 부단장이 주도하고 있다. 영광군수 후보 장세일의 돈봉투 의혹은 제대로 된 조사 없이 근거 없음으로 처리됐고, 오산시장 후보 최병민의 불법 전화방 운영 의혹도 그의 손을 거쳐 후보 자격이 회생됐다. 헌인마을 사업 부지에는 토지를 팔지 않은 원소유자들의 땅 약 10%가 그대로 남아 있다. 그 위에 평당 1억4000만~1억5000만원짜리 빌라가 분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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