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가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오히려 트럼프는 내년 군비 예산을 1.5조 달러로, 기존보다 50%나 증액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실 트럼프는 후보 시절 군비 축소를 약속하며 다음과 같이 군산복합체를 비판한 적이 있다. “그들은 늘 전쟁을 하고 싶어합니다. 미사일 한 기는 200만 달러이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벌어질수록 더 많은 무기를 팔아 더 많은 이윤을 남기는 구조를 지적한 발언이었다. 대통령이 된 트럼프가 태도를 바꾼 이유 역시 바로 여기에 있다. 상식적으로 보면, 엄청난 비용을 들여 만든 고가의 무기를 폭격 한 번으로 날려버리는 것은 극도의 자원 낭비이다. 하지만 자본의 논리, 즉 '투자와 이윤'의 관점에서 보면 전쟁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첫째, 군수산업은 거대한 일자리와 수요를 창출한다. 둘째, 전쟁이 발발하면 소모되는 탄약과 무기를 보충하기 위해 군수기업들은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린다. 셋째, 신무기 개발 과정에서 탄생한 기술적 혁신(인터넷, GPS 등)은 민간 산업으로 전이되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 넷째, 전쟁으로 초토화된 국가의 '재건 사업'은 건설 자본 등에 또 다른 기회의 땅이 된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창조적 파괴'가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구현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쟁의 승자는 약소국의 자원을 무상으로 혹은 헐값에 강탈할 권리를 얻는다. 좌파적 경제 분석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군사적 케인즈주의' 혹은 '영구 무기 경제(Permanent Arms Economy)' 효과로 설명해 왔다. 역사는 이를 증명한다.
세계 자본주의가 1930년대의 대공황을 완전히 탈출하기 위해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불길이 필요했다. 또한 한국전쟁은 패전국 일본의 경제를 부활시킨 결정적 계기가 되었고, 베트남 전쟁은 한국 경제 성장의 초기 자본을 마련해 준 토대가 되었다. 미국-소련 냉전기 동안 지속된 군비 경쟁은 역설적으로 미국 경제 장기 호황의 엔진 역할을 했다.
이 책이 인용하듯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같은 진보적 경제학자조차 과거에 "국방부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배경에는 이러한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다. 아이젠하워의 군축 노선이 미국의 지배적 권력 집단에 의해 거부당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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