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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전환에 얽힌 복잡한 사연들

 

[개벽예감 680] 전작권 전환에 얽힌 복잡한 사연들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6/06/0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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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20년 전의 기억을 불러내다

2.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3. 판정은 3단계로 진행된다

4. 제2단계 검증에서 불합격한 한국군

5. 동북아 전략동맹의 중심은 평양 

 

1. 20년 전의 기억을 불러내다

 

2004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 국방부 미국정책과장을 지냈고, 2013년 한미연합사령부 부참모장을 지낸 예비역 육군 중장 전인범은 2024년 7월 서울에서 출판된 자신의 회고록에서 2006년 초여름 노무현 정부 시기의 청와대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논의한 회의에 관한 자신의 기억을 서술했다. 회고록에 의하면, 회의에서 당시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송민순은 전인범에게 전작권을 환수하려는 방침에 대해 무슨 의견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하면서 발언 기회를 주었다고 한다. 전인범은 “한국이 전작권을 환수하면 미국은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하겠다고 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송민순은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면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질문했고, 전인범은 “연합사가 해체되면 ‘작전계획 5027’이 없어지고, 그에 따른 시차별 부대 전개 목록이 없어지므로 만약 전쟁이 나면 미군의 증원이 원활하지 않아 그 시간 동안 우리 국민들이 많이 죽을 수 있다”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7월 31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국가안보회의 사무처와 국방부 연석회의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핵심 국정과제로 정하고, 환수계획을 수립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05년 9월 28일 노무현 정부는 제4차 한미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 전작권 환수 문제를 부쉬 행정부에 제기했고, 2005년 10월 21일 제37차 한미연례안보회의(SCM)에서 전작권 환수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하기로 합의했고, 2006년 9월 14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노무현-부쉬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의 기본 원칙과 이행 지침을 합의했고, 2007년 2월 23일 한미 국방부장관 회담에서 한국군 전작권을 2012년 4월 17일에 반환, 환수하기로 합의했다. 

 

위에 인용한, 전인범의 회고록에 수록된 송민순과 전인범의 질의응답은 노무현 정부가 전작권 환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던 20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2006년 초여름 당시 육군 대령이었던 전인범이 전작권 환수 문제에 관한 청와대 회의에 참석한 것은 당시 그가 한국 국방부에서 대미정책과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과 미제국 사이에서 제기된 각종 군사 현안들을 조율하는 중책을 맡아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전인범은 당시 청와대 회의에서 전작권 환수 문제에 관한 자신의 개인 의견을 말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한 미제국군사령부 관계자들에게서 들은, 전작권 환수 문제에 관한 미제국 국방부의 견해를 전달한 것이다. 

 

전인범이 참석한 2006년 초여름 청와대 회의는 2006년 9월 14일 노무현-부쉬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의 기본 원칙과 이행 지침을 합의하기 약 3개월 전에 진행되었다. 그러므로 전인범이 청와대 회의에 전해준 미제국 국방부의 견해는 전작권 전환의 기본 원칙과 이행 지침이 공식 합의되기 약 3개월 전 미제국 국방부가 가지고 있었던 견해인 것이다. 2006년 당시 전작권 전환문제에 대한 미제국 국방부의 견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미제국이 한국군 전작권을 한국에 반환하는 것과 동시에 한미연합사령부는 해체되고, 주한 미제국군사령부와 한국군사령부는 병렬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2)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면, 한미연합군의 전쟁계획이 자동적으로 폐기된다. 

3) 한미연합군의 전쟁계획이 폐기되면, 한국군사령부가 독자적으로 전쟁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4) 한국군사령부가 수립하는 전쟁계획에는 전시에 미제국군이 한국에 증원부대를 파병하는 문제가 포함될 수 없다. 

5) 전시에 한국군은 전쟁을 주도하고, 미제국군은 한국군을 지원하게 된다.     

 

당시 노무현 정부가 보기에 미제국 국방부의 견해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한국군 전작권을 환수하는 경우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고, 한미연합군의 전쟁계획이 폐기될 것이라는 극도로 불길한 예상이었다. 한국군이 전작권을 환수한 이후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고, 한미연합군의 전쟁계획이 폐기되면 독자적인 전쟁계획을 수립할 능력을 갖지 못한 한국군은 전쟁계획도 없이 전쟁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미제국군이 한국군을 지원해 준다는 전시방위공약을 유지는 해주겠지만, 언제 어떻게 지원해 줄지 매우 불확실할 뿐 아니라, 한국군이 전쟁에서 위태로운 처지에 빠지는 경우 미제국은 전시지원공약을 이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전시에 미제국이 전시지원공약을 이행해 주지 않으면 한국군은 전쟁에서 패하게 된다는 것, 이런 극도로 불길한 예상이 전작권 환수 문제를 들고 나온 노무현 정부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는 전작권 환수가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거나 미제국의 한국 방위공약을 무효화하지 않으며, 미제국이 전작권을 한국에 반환한 뒤에도 주한 미제국군을 계속 유지시키고 전시지원공약을 확실히 보장해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노무현 정부의 간절한 소원은 2006년 9월 14일 노무현-부쉬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전작권 전환의 기본 원칙에 반영되었다. 노무현-부쉬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전작권 전환의 3대 기본 원칙은 전작권 전환이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거나 한미연합군의 전쟁 준비 태세를 약화시키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미제국은 전작권을 한국에 반환한 이후에도 한국에 대한 확고한 방위공약을 유지한다는 것, 그리고 미제국은 전작권을 한국에 반환한 이후에도 주한 미제국군을 계속 유지하고, 전시증원부대 파병 약속을 확실하게 보장한다는 것이었다. 

 

2006년 당시 부쉬 행정부가 공약한 것처럼, 미제국은 한국군 전작권을 한국에 반환하고 한미연합사령부와 한미연합군을 해체한 이후에도 한미동맹체제를 여전히 유지하게 될 것이다. 미제국이 한국군 전작권을 한국에 반환하면, 한미연합사령부와 한미연합군은 해체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미동맹체제 자체가 해체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사정을 자주적 시각에서 보면, 한국은 한국군 전작권을 환수하더라도 대미예속에서 벗어나 자주성을 실현하지 못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군사 부문에서의 대미예속성이 전작권을 환수하는 것만으로는 해소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제국은 전작권을 한국에 반환하더라도 유엔사령부를 내세워 한국군을 계속 통제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이 군사 부문에서 대미예속성을 해소하려면 미제국과 체결한 예속적인 군사조약 및 군사협정, 예속적인 군사 관계를 전부 폐기하고 한미동맹체제 자체를 해체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진정한 의미에서 자주국방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는 전작권만 환수하면, 자주국방이 자동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는 허상을 버리지 못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의 대미예속성은 군사 부문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사상, 언론, 학문을 비롯한 한미관계의 모든 분야를 총체적으로 얽어매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전작권을 환수했다고 해서 여타 모든 분야의 대미예속성이 자동적으로 해소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2007년 2월 23일 한미 국방부장관 회담이 개최되었다. 그 회담에서 미제국과 한국은 한국군 전작권을 2012년 4월 17일에 반환, 환수한다는 합의를 도출했다. 이런 사정은 미제국이 한국군 전작권을 한국에 반환하기까지 5년의 준비기간을 한국에 주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노무현 정부 시기의 국방부는 전작권 환수를 염두에 두고 한국군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인 ‘국방개혁 2020’을 2005년 9월 13일에 발표했고, 그 중장기 계획이 2020년까지 완수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5년 임기를 마치고 2008년 2월 24일에 물러났다. 

 

2.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2008년 2월 25일에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작성해 놓은 ‘국방개혁 2020’을 폐기하고, 2011년 3월 8일 그것을 ‘국방개혁 307계획’으로 대체했다. 그렇게 한 이유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내외정세를 뒤흔든 놀라운 사변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1) 2008년 5월 2일 서울에서 일어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대중투쟁이 2008년 8월 중순까지 계속되면서 반미감정이 고조되었다.        

2) 2009년 4월 5일 조선이 인공위성 ‘광명성-2호’를 탑재한 위성운반로켓 ‘은하-2호’를 발사했다. 

3) 2009년 5월 25일 조선이 제2차 핵시험을 실시했다.

4) 2009년 11월 10일 대청해전이 일어났다. 

5) 2009년 조선은 240밀리미터 방사포 200문을 군사분계선 일대에 증강 배치했다. 

6)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침몰 사건이 일어나 한국군 47명이 사망했다.

7) 2010년 10월 10일 조선은 열병식에서 화성포-11형 전술유도무기를 공개하였다. 

8)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이 일어나 한국군 2명과 민간인 2명이 사망했고, 한국군 16명과 민간인 3명이 부상했다.

9) 2012년 4월 15일 조선은 열병식에서 화성-13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공개하였다.

10) 2012년 6월 18일 조선의 최고 존엄 동상을 폭파하기 위해 폭발물을 갖고 잠입한 탈북자 출신 테러범이 체포되었다.

11) 2012년 11월 1일 조선은 한국의 심리전 전단 살포에 대처하여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였다. 

 

위에 열거한 엄청난 사변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정세의 격랑에 휘말린 미제국과 한국은 전작권 전환 계획을 폐기했어야 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Barrack H. Obama) 당시 미제국 대통령과 이명박 당시 한국 대통령은 2010년 6월 26일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2년 4월 17일에서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했다. 전작권 전환 시기를 3년 연기한 것은 전략적 오판이었다. 왜냐하면 전작권 전환 시기를 3년 연기했다고 해서 정세의 격랑이 멈춰지고 전작권을 전환할 수 있는 주객관적 조건이 성숙되는 것은 결코 아니었기 때문이다. 

 

2013년 2월 25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정세의 격랑은 더욱 세차게 몰아쳤다. 하는 수 없이 미제국과 한국은 2014년 10월 23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46차 한미안보협의회에서 전작권을 전환하는 시기를 정하지 않기로 하고, 그 대신 3대 조건이 충족될 때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이것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Conditions-based OPCON Transition)’이다. 오바마 행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합의한, 전작권을 전환하기 위한 3대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한국군이 한미연합군을 지휘할 수 있는 고도화된 군사력을 확보하는 것이 제1조건이다. 제1조건에는 한국군이 전면전을 수행할 수 있는 전쟁 기획 능력, 다시 말해서 지휘(command), 통제(control), 통신(communication), 컴퓨터(computer), 정보(intelligence)에서 고도의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2) 한국군이 전쟁 초기에 조선의 핵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고도화된 군사력을 확보하는 것이 제2조건이다. 다시 말해서,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대량응징보복능력으로 이루어진 ‘한국형 3축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3) 한국과 주변지역의 안보환경이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것이 제3조건이다.   

 

주목되는 것은, 한국이 위에 열거한 3대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한국이 제1조건과 제2조건을 충족시키려면 미제국, 중국, 로씨야처럼 세계적인 수준의 군사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한국은 세계적인 수준의 1등 군사력을 확보하는 것은 고사하고, 영국, 프랑스, 일본 수준의 2등 군사력을 확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또한 한국과 주변지역의 안보환경이 안정되어 전작권을 전환할 수 있는 제3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한국과 주변지역의 안보환경이 안정되기는커녕 무력 충돌 위험이 극도로 증대되었다. 그러므로 제3조건이 충족될 가능성은 0%다. 

 

그런데도 주한 미제국군사령부는 한국군이 위에 열거한 3대 조건을 충족했는지를 평가하고, 검증했다. 여기서 말하는 ‘평가(assessment)’는 한국군이 전작권을 환수할 수 있는 조건을 얼마나 충족시켰는지를 한미연합군 군사훈련 현장에서 매 항목마다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검증(verification)’은 평가자료(data)를 놓고 매 항목마다 제대로 충족되었는지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평가는 주한 미제국군사령부 평가단이 한미연합훈련 과정을 항목별로 채점하는 것이고, 검증은 주한 미제국군사령부 검증단이 평가자료를 항목별로 채점하는 것이다. 주한 미제국군사령관은 채점 결과를 보고받고 이를 승인하게 되는데, 승인은 한미안보협의회에서 공식화된다. 이 글에서는 평가와 검증을 포괄하는 ‘판정’이라는 개념을 쓴다.    

 

3. 판정은 3단계로 진행된다

 

주한 미제국군사령부는 각 단계에서 사용되는 ‘연합임무필수과제목록(Combined Mission Essential Task List)’을 만들어놓고, 그 목록을 기준으로 하여 한국군이 전작권을 환수하기에 필요한 조건을 얼마나 충족시켰는지 판정한다. 전작권 전환을 위한 판정은 3단계로 시행된다.   

 

제1단계는 주한 미제국군사령부가 한국군이 한미연합군 작전을 수행할 최소한의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판정하는 것이다. 이것을 기본운용능력(IOC)에 대한 판정이라고 한다. 

제2단계는 주한 미제국군사령부가 전시에 한국군 사령관이 한미연합군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지를 판정하는 것이다. 이것을 완전운용능력(FOC)에 대한 판정이라고 한다. 

제3단계는 주한 미제국군사령부가 한국군의 완전임무수행능력(FMC)을 판정하는 것이다. 

제1단계 평가는 2019년 8월 11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 한미연합훈련(후반기 한미연합지휘소훈련)에서 완료되었고, 제1단계 검증은 2020년에 완료되었다. 제2단계에서는 주한 미제국군사령부가 한국군 사령관이 전시지휘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지, 한국군과 미제국군이 실시간으로 군사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지, 작전계획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는지 등을 판정하는데, 2020년 이후 5년 동안 여러 가지 사정이 겹치는 바람에 제2단계 판정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제2단계 평가는 2022년에 완료되었고, 제2단계 검증은 내부적으로 완료되었으나, 한미안보협의회에서 공식화되지 않았다.

 

2025년 11월에 진행된 한미안보협의회에서는 아직 완료하지 못한 제2단계 판정을 2026년에 완료하기로 했다. 다시 말해서, 주한 미제군사령부 검증단이 2022년에 작성된 평가자료를 검증하고, 주한 미제국군사령관이 그 검증 결과를 승인할 것인지 아니면 승인하지 않을 것인지를 결정하고, 2026년 하반기에 개최될 한미안보협의회에서 승인 또는 비승인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2026년 5월 31일 싱가폴(Singapore)에서 진행된 제23차 아시아안보회의에 참석한 안규백 국방부장관은 그 회의에 참석한 미제국 상하원 대표단을 현지에서 만나 한국군 전작권을 “조기에” 환수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의지를 강조했다고 하면서 한국군이 2020년에 전작권 전환 조건의 94%를 이미 충족시켰다는 사실을 미제국 상하원 대표단에 알려주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한국군은 전작전 전환 조건을 판정하는 3단계 중에서 제1단계만 통과했는데, 안규백 국방부장관은 한국군이 2020년에 전작권 전환 조건의 94%를 충족시켰다고 말했으니 이것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 아닐 수 없다. 전작권을 “조기에” 환수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힌 그는 미제국 상하원 대표단 앞에서 왜곡 발언을 늘어놓은 것이다. 그의 왜곡 발언을 파헤쳐보자.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한국군은 주한 미제국군사령부가 2019년에 실시한 제1단계 판정에서 합격했다. 이것은 한국군이 ‘연합임무필수과제목록’ 중에서 94%를 충족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군이 ‘연합임무필수과제목록’ 중에서 94%를 충족시켰으니, 앞으로 6%만 더 충족시키면 전작권을 환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 국방부는 전작권을 머지않아 환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있었다. 

 

그런데 그런 기대를 망쳐놓은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다. ‘중앙일보’ 2020년 8월 24일 보도에 의하면, 2020년 5월 당시 주한 미제국군사령관 로벗 에이브럼스(Robert B. Abrams)는 ‘연합임무필수과제목록’을 90개에서 155개로 대폭 늘렸다고 한다. 한국군은 제1단계 판정에서 90개 항목을 충족시켜 합격했는데, 제2단계 판정에서는 155개 항목을 충족시켜야 합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한국군이 2020년에 전작권 전환 조건의 94%를 충족시켰다는 안규백 국방부장관의 말은 90개 항목 중에서 94%를 충족시켰다는 뜻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90개 항목이 115개 항목으로 늘어난 이후 한국군이 항목을 충족시킨 비율은 94%에서 약 50%로 떨어졌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안규백 국방부장관은 155개 항목 중에서 약 50%밖에 충족시키지 못한 현재 실정을 은폐하고, 90개 항목 중에서 94%를 충족시킨 과거 실정을 부각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묘한 사실 왜곡이 아닐 수 없다.  

 

4. 제2단계 검증에서 불합격한 한국군

 

2026년 4월 22일 미제국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주한 미제국군사령관 제이비어 브런슨(Xavier T. Brunson)은 전작권 전환 조건(제3단계 판정)을 2029년 3월까지 달성하기 위한 시행계획서를 미제국 전쟁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주한 미제국군사령부가 2022년에 작성된 제2단계 평가자료를 놓고 155개 항목별로 정밀하게 분석하는 검증작업이 적어도 2026년 1월경에 완료되었음을 암시한다. 

 

주한 미제국군사령부 검증단이 2026년 1월경에 검증 작업을 완료했다고 보는 이유는 미제국 전쟁부 정책담당차관 엘브리지 콜비(Elbridge A. Colby)가 2026년 1월 25일 서울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콜비는 방한 첫날 한국 국방부를 방문해 안규백 국방부장관과 회담했고, 방한 둘째 날에는 경기도 평택에 있는 주한 미제국군기지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를 방문했다. 미제국 전쟁부가 2026년 2월 4일에 공개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캠프 험프리스 영내에 있는 주한 미제국군사령부를 방문한 콜비는 주한 미제국군사령관 브런슨으로부터 한미연합군의 전쟁 준비 태세와 작전계획, 그리고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정형”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주한 미제국군사령부 검증단이 제2단계 평가자료를 155개 항목별로 정밀하게 검증한 결과가 합격으로 나왔을까 아니면 불합격으로 나왔을까? ‘중앙일보’ 2020년 8월 24일 보도에 의하면, 당시 한국 국방부 소식통들은 주한 미제국군사령관이 155개로 늘려놓은 항목들에는 한국군이 달성하기 힘든 항목들이 많아서 앞으로 한국군이 전작권을 환수하는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한다. 2020년 8월 당시 한국 국방부 소식통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전시지휘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고, 따라서 전시에 작전계획을 제대로 실행할 능력도 갖추지 못한 한국군은 제2단계 평가자료에 대한 주한 미제국군사령부의 검증에서 불합격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한 미제국군사령관 브런슨이 2026년 4월 미제국 전쟁부에 제출한 시행계획서에서 전작권 전환 조건(제3단계 검증)을 달성하는 시점을 2029년 3월까지 연기한 것은, 주한 미제국군사령부 검증단이 제2단계 평가자료에 대한 검증에서 한국군에 불합격점을 주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만일 합격점을 주었다면, 제3단계 판정을 2029년 3월까지 연기하지 않고 2027년에 곧바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전작권을 조기에 환수하려는 욕구에 사로잡힌 이재명 정부는 한국군이 불합격점을 맞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제3단계 판정이 2027년에 완료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들떠있다. 하지만 기대는 현실이 아니다. 2026년 4월 21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브런슨은 전작권을 조기에 환수하려고 들떠있는 이재명 정부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정치적 이익 추구(political expediency)는 조건에 앞서지 않는다. 조건에 집중하는 것이 한국과 미국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그가 말한 ‘정치적 이익 추구’는 전작권을 조기에 환수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경망스러운 행동을 가리킨다. 브런슨의 발언은 전작권을 환수할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는데도 전작권을 조기에 환수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경망스러운 행동을 제지한 것이었다. 이런 사정은 주한 미제국군사령부의 조건 충족 우선론과 이재명 정부의 조기 환수론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아니나 다를까, 2026년 5월 11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 국방부장관 회담에서 조건 충족 우선론과 조기 환수론이 정면충돌을 일으켰다. 안규백 국방부장관은 한미 국방부장관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전작권을 전환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미제국 전쟁부가 한국 국방부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2026년 5월 20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단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홍철 국방정책실장은 2026년 10월에 개최될 한미안보협의회 전까지 전작권을 환수하기 위한 시간표를 작성할 것인데, 제3단계 판정에 필요한 시간은 1년이면 충분하므로 이르면 2027년 하반기에 전작권을 전환할 수 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그로부터 6일이 지난 2026년 5월 26일 경상남도 창원시에 있는 한국 해군잠수함사령부에서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가 진행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안규백 국방부장관은 “올해 한미안보협의회에서 제2단계 검증을 완료한 뒤 (이재명) 대통령께 전작권 시기를 건의해 환수를 가시화하겠다”고 말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전작권을 “신속히”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사정은 이재명 정부가 전작권 환수 시기를 2027년 하반기로 정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앞으로 1년 몇 달 뒤에 전작권을 환수하겠다는 것이다.

 

2026년 5월 11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 국방부장관 회담에서 핏 헥세스(Peter B. Hegseth) 미제국 전쟁장관은 안규백 국방부장관에게 전작권을 전환하기 위한 조건을 먼저 충족해야 한다고 알아듣도록 설명했는데도 이재명 정부는 조기 환수론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고집스러운 태도 때문에 미제국 전쟁부는 골치가 아플 지경이다. 그래서 주한 미제국군사령관 브런슨은 2026년 5월 12일 하와이주 호놀룰루에서 개최된 태평양지상군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전작권 전환은 “전문성의 축적을 요하는 일”인데, 이재명 정부가 “시한(timelines)을 정해놓고 (무리하게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는 바람에 ”나는 잠을 들지 못한다“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5. 동북아 전략동맹의 중심은 평양

 

2026년 1월 26일 브런슨이 주한 미제국군사령부를 방문한 콜비에게 전작권 전환 정형에 관해 어떤 보고를 했는지 당시에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으나,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2026년 5월 28일 ‘조선일보’ 단독보도를 통해 그 윤곽이 세상에 드러났다. 단독보도에 의하면, 브런슨은 콜비에게 “만일 전작권이 무리하게 조기 반환되면, 기존 합의대로 미래연합군사령부를 창설해 전시에 한국군 연합사령관이 주한미군을 지휘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를 보고했다”라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전작권을 수행할 능력(지휘통제능력과 정찰감시능력)을 아직 갖추지 못한 한국군이 욕망부터 앞세워 전작권을 조기에 환수하면, 미래연합사령부를 창설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이재명 정부에 보낸 것이다. 

 

미래연합사령부를 창설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경고는 주한 미제국군사령부가 한국군 전작권을 한국에 반환한 이후 기존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하고 나서 새로운 한미연합사령부를 창설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새로운 한미연합사령부는 한국군 육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고, 주한 미제국군 육군 대장이 부사령관을 맡는 기형적인 사령부다. 미제국 육군 대장이 자기 발밑에 있는 한국군 육군 대장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므로 지형적인 지휘 구조가 아닐 수 없다. 미제국이 새로운 한미연합사령부를 창설하지 않으면, 주한 미제국군사령부와 한국군사령부가 병존하게 된다. 그런 병존체제가 비효율적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지금 미제국의 관심과 노력은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하려는데 집중되고 있는데, 한미연합사령부는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하는 전시체제가 아니라 조선과의 전쟁에 대비하는 전시체계에 맞게 설계되었다. 따라서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하려는데 관심과 노력을 집중하는 미제국은 한미연합사령부를 계속 유지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이런 판국에 이재명 정부가 전작권을 무리하게 환수하면, 미제국은 새로운 한미연합사령부를 창설하지 않고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하는 새로운 형태의 연합사령부를 창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제국 전쟁부가 말하는 ‘동맹 현대화’와 ‘전략적 유연성’은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하는 새로운 형태의 연합사령부 창설을 요구한다. 

 

이런 요구는 2025년 12월 29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한미연합사령부 주최로 진행된 제2회 한미연합정책포럼에서 동북아전투사령부 창설 구상으로 제기되었다. 그 자리에서 동북아전투사령부 창설 구상을 꺼내놓은 사람은 미제국 아시아태평양전략쎈터(CAPS) 부회장 데이빗 맥스웰(David Maxwell)이다. 미제국이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하고 동북아전투사령부를 일본 도꾜에 창설하면, 주일 미제국군과 일본자위대가 그 사령부의 지휘통제를 받게 되는 것은 물론, 주한 미제국군도 그 사령부의 지휘통제를 받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작권을 환수한 한국군만 고립될 수 있다.

      

지금 조선은 동북아시아에서 기존 양자 전략동맹을 다자 전략동맹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이미 시작했다. 조선은 중국과 로씨야와 각각 맺은 기존 양자 전략동맹을 동북아를 포괄하는 다자 전략동맹으로 전환시키려는 것이다. 202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총비서는 시진핑 중국 주석, 뿌찐 로씨야 대통령과 함께 텐안먼 망루의 주석단에 올랐다. 이 극적인 장면은 동북아를 포괄하는 다자 전략동맹이 태동하고 있음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2026년 6월 초로 예정된 시진핑 주석의 조선 방문은 동북아를 포괄하는 다자 전략동맹이 자기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변이다. 김정은 총비서가 베이징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시진핑 주석이 평양을 방문하는 것은 무슨 의미를 내포하는 것일까? 시진핑 주석의 조선 방문은 동북아 전략동맹의 중심이 베이징이나 울라지보스또크가 아니라 평양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지정학적으로 보면, 동북아 전략동맹의 중심은 평양이 될 수밖에 없다. 동북아시아 정세가 이처럼 급변하고 있는데, 동북아시아를 포괄하는 전략적 구상을 전혀 하지 못하는 이재명 정부는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좁고 동그란 하늘을 쳐다보면서 전작권 환수에만 매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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