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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공안정치 넘어 '분쇄 정치'로 이동했다"

[남재희 인터뷰] "한국정치의 축이 극우로 완전히 틀어져"

임경구 기자,선명수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12-27 오전 8:13:58

 

민주노총 설립 이래 처음으로, 본부가 공권력에 침탈 당한 초유의 사건을 보는 심경이 남달랐을 것이다. 제 11대 노동부 장관(1993~1994년). 장관 재임 시절, 당시 김영삼 대통령에게 현대중공업의 파업 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하지 말아달라고 직언했던 비화는 그의 저서 <아주 사적인 정치비망록>에서, 그리고 최근 <한겨레>에 실린 특별기고(☞기사보기)에서 확인된다.

정계와 노동계의 구석구석을 꿰뚫고, 노ㆍ사ㆍ정이 벌이는 갈등과 타협의 매커니즘을 잘 알기에 가능했을 터. '이런 관료가 박근혜 정부에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적어도 현재와 같은 파국까지 치닫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여운이 남은 인터뷰였다.

남재희 전 장관의 지적은 한나 아렌트의 인용으로부터 시작됐다. "권위와 강제력은 상반되는 것이다. 한 쪽이 절대적일 때, 다른 한 쪽은 사라진다." 말인 즉슨 "박근혜 대통령이 강제력을 동원해 노동계를 거세게 몰아 붙이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대통령으로서의 자신의 권위도 함께 떨어진다는 것"이다.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무리한 체포 작전에 이 이상 적확한 비유가 없겠다.

남 전 장관은 협상의 바탕이라고 할 '인도적인 룰'을 언급하며 "노동자도 우리 국민 아닌가. (민주노총을 침탈한) 지난 일요일의 풍경을 보면 게임의 룰 면에서 잔인했다"고 평했다. "노동계에 대한 선전포고"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도대체 왜 이런 무리수를 뒀을까. 남 전 장관은 "적대 세력을 뿌리뽑겠다는 박정희 모델"과 "여성 지도자로서 강성 (탄광) 노조를 초전에 박살내서 법과 질서를 확립한 대통령으로 자리잡으려는 대처 모델"을 박 대통령이 복합적으로 흡수한 결과로 봤다. 그리고는 "이제 공안 정치에서 '분쇄 정치'로 이전하는 것 같다"고 했다. "동의하지 않는 세력은 무조건 적대시하고 깨부수려는 것, 그게 분쇄 정치다."

비판이 이어졌다. 박 대통령을 '여왕'에 빗댄 표현에 한마디 덧붙이기를 "벤지풀 퀸(Vengeful Queen)"이라고. "복수심에 불타는 여왕 같다. 아버지를 부정하는 세력, 아버지 명예 회복을 가로막는 세력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고 있는 듯 보인다"고 했다.

경제 민주화와 복지를 내걸어 당선된 박 대통령이 임기 1년도 지나지 않아 왜 이런 평가를 받게 됐을까. 남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극우 껴안기"를 원인으로 봤다. "극우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전부 불순분자로 보인다. 온건 노조도, 전교조도, 철도노조도, 민주노총도 불순분자가 된다"며 "박 대통령 집권 뒤 한국 정치의 축이 극우로 완전히 틀어진 형국"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박 대통령이 밉다고 하더라도 임기 5년은 무사히 마치길 기도하고 도와야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임기를 제대로 마치지 못한다면 그건 곧 헌정 중단을 의미하고 앞으로 우리 정치가 상당히 불행한 길로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야당도 재야 세력도 그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수면 위로 부상한 '대선 불복' 흐름을 단속하며 한 말이다.

더불어 야권에 당부하기를, "대통령 퇴진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 대선 개입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과거 정부에서 발생한 사건인 만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까진 못하더라도 수사는 할 수 있어야 한다. 특검이든 수사든, 엄정하게 밝혀내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지난 24일 서교동 협동조합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가진 남 전 장관과의 인터뷰 전문. 박인규 이사장이 진행한 이 인터뷰는 노동 현안을 시작으로 국내정치, 동아시아 흐름 등 박근혜 정부의 첫 해를 두루 돌아봤다.
 

▲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대처와 박정희를 잊고 루즈벨트에게 배워라"
 

프레시안 :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상 초유의 민주노총 본부에 대한 강제 진입도 있었는데,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부터 시작해 이 정부의 노동에 대한 인식의 한 단면을 보여준 광경이란 평이 나온다.

남재희 : "권위와 강제력은 상반되는 것이다. 한 쪽이 절대적으로 지배할 때, 다른 한 쪽은 사라진다. (Power and violence are opposite. Where the one rules absolutely, the other is absent.)" 한나 아렌트의 말이다.

이 말이 최근의 상황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이 강제력을 동원해 노동계를 거세게 몰아 붙이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대통령으로서의 자신의 권위도 함께 떨어지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작전이었다. 서울 도심에서, 그것도 5000명 씩이나 투입해 지도부 체포 작전을 벌였다. 그런데 결국 잡지도 못했다. 경찰만 망신 당했다.

노사 간의 파업 문제는, 일종의 게임이다. 이번엔 사실상 사측이 아닌 정부와 게임을 벌이는 셈이지만, 보통 파업이 발생하면 양 쪽 모두 나름의 전략과 전술을 구사한다. 어떤 때는 노조를 협박도 했다가, 유화책도 냈다가, 타협안을 도출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게임의 방식엔 기본적으로 '인도적인 룰(rule)'은 있어야 한다. 적성국가와 싸우는 게 아니지 않나. '무찌르자 공산당' 식으로 해선 안 된다. 영원한 적이 아니고, 노동자도 우리 국민 아닌가. 파업이 발생했을 때 바로 진압에 나서 때려 부수는 게 아니라, 일종의 '아량의 기간(period of grace)'을 갖지 않나. 서로 간에 직성이 풀릴 때까지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국민의 여론이 동원될 때까지 기다리기도 하고, 제재 수단을 꺼낸다고 해도 타협의 여지를 남겨두기 마련이다. 최소한, 앞으로의 타협 방책까지 염두에 두면서 강제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독 안에 든 쥐도 내뺄 구멍을 주고 몰아붙여야 하는 것이다. 노사 문제란 기본적으로 어느 한 쪽의 완승이나 완패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22일)의 풍경을 보면, 그런 '게임의 룰' 면에 있어서 잔인했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단순한 파업이 아니지 않나. 저렇게 강성으로 밀어 붙이는 게 과연 옳았나? 이번엔 좀 지나쳤다고 본다.


프레시안 : 정부 입장은 강경한 것 같다. 지적하신 대로 충분한 완충 기간도 두지 않았고, 서둘러 강경 진압했다. 정부로선 이번 파업에 대한 대처를 공기업 개혁의 입구로 보고 말 그대로 뿌리 뽑힐 때까지 강공으로 나설 분위기다.

남재희 : 박근혜 대통령이 두 모델을 흡수하고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델이다. 여기에 영국 수상 마거릿 대처의 모델이 겹쳤다. 박정희 모델은 말 그대로 적대 세력을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마거릿 대처 역시 비슷한 사례가 있는데, 영국의 탄광노조 파업에 강하게 대응했다. 박 대통령이 이런 모습을 많이 차용한 것 같다. 대처처럼 여성 지도자로서 강성 노조를 초전에 박살내서 법과 질서를 확립한 대통령으로 자리 잡겠다, 이런 심리가 깔린 듯하다. 이 두 모델에 대한 추구가 이번 사태를 통해 복합적으로 드러났다.

프레시안 : 한국노총까지 반발하는 분위기다. 이미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했고, 총파업에도 결합하겠다는 계획이다. 집권 1년차에 '노동계와의 전면전'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남재희 : 한국노총은 성향 상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에 우호적인 편이다. 그런데 정부 출범부터 한국노총마저 반대하는 인사를 노사정위원장으로 앉혔다. 그 때부터 정부의 반노동적 자세의 조짐이 보이지 않았나. 처음부터 작심한 것 같다. 노동계에 대한 선전포고다.

물론 우리 노조가 항상 잘했다고만은 볼 수 없다. 잘한 것도 있지만, 잘못한 것도 분명히 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노조 조직률이 10% 안팎이다. 스웨덴이 80%까지 육박하다가 최근에 70% 수준으로 떨어졌다지만, 조직률로만 보면 천양지차다. 그런데 그 낮은 조직률의 노조조차 달래지 못하고 이끌지 못하면 심각한 문제 아닌가?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 중에 유의 깊게 봐야 할 점이 바로 노조를 육성한 것이다. 프랜시스 퍼킨스라는 매우 유능한 인물을 노동부 장관으로 앉혀서, 한 번도 교체하지 않고 재임 기간 내내 노동 정책을 펴게 했다. 의회엔 와그너 상원의원이 '와그너법'을 통해 노조를 지원했다. 결과적으로 국부의 분배에 있어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했다. 그런 점을 배워야 한다. 우리 정부는 그런 면에 대해 이해가 너무 부족한 것 같다.

"교황도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비판하는데..."


프레시안 : 일련의 '반(反)노동' 흐름엔 단순한 노동 문제를 둘러싼 대립이 아닌, 이념 문제도 깔린 것 같다.

남재희 : 정부의 '극우 추종'이 심해지고 있는 탓이다. 얼마 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이, 우리가 흔히 '극우'라고 분류하는 인물들을 만났다고 언론에 보도가 크게 났다. 이는 역대 정권에 없었던 일이다. 권력의 핵심에 가장 근접해 있는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정원장이, 그냥 우파도 아니고 극우 인사만 특별히 따로 회동한 것이다. 한 마디로 '극우 껴안기'가 시작된 것이고, 이는 곧 박근혜 정부의 '극우 껴안기'나 다름없다.

우리나라가 기본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편이고, 분단 상황도 있고 하니 국민들도 보수적이긴 하다. 그렇다고 해서 보수적인 것과 극우는 다른 차원이다. 그런데 지금 드러나는 현상만 보면 박근혜 정부는 그 중에서도 '극우 라인'만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민 정서에도 기본적으로 맞지 않는다.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대통령을 후원하는 원로 그룹이라던 7인회의 경우도 비슷하다. 최근 김민전 교수가 <조선일보> 칼럼에서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라는 표현을 썼던데, 이 '일곱 난쟁이', 7인회의 정치적 성향이 대부분 극우에 가깝다.

요즘 프란시스코 교황이 인기가 많다. 교황의 발언 하나하나가 큰 호응을 받는데, 이유는 바로 그 발언이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경제민주화다. 자본주의 체제를 그대로 두면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될 것이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 그게 시대정신인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 폭력성에 대해 언급을 많이 하다 보니, 이 교황한테까지 마르크스주의자란 비판을 하는 이들이 있다. 오죽하면 교황이 "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혔겠나.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과거에도 지배세력 사람들 중엔 김수환 추기경을 빨갱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극우의 눈에선 그런 것이다.

극우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전부 불순분자로 보인다. 온건노조도, 전교조도, 철도노조도, 민주노총도 불순분자가 된다. 통합진보당은 말할 것도 없다. 보수 세력이 집권한 이상 온건 보수의 통치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박 대통령 집권 뒤 한국정치의 축이 극우로 완전히 틀어진 형국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우파였지만 극우는 아니었다. 문제는 이게 국민의 뜻과 겉돌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다. 한나 아렌트의 말 그대로다. 강제력으로만 통치할 때, 권위는 추락할 것이다.

프레시안 : 지난해 대선에선 '합리적 우파'라고 불리는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경제민주화나 복지 공약을 내걸었다. 당선 되고 나선 너무 빨리 이들과 멀어졌다. 이 변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남재희 : 말 그대로 당선을 위한 선거용 구호였던 셈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며칠 전 재미있는 얘기를 했다. 박근혜 정부 1년이 '이명박 정부 6년차'라는 것이다. 김 대표 말대로, 집권 1년이 아무런 특색이 없었다. 새 정부가 꿈을 실어줄 것이라 기대했는데 정작 이명박 정부의 연장선이었다. 김한길 대표가 "대선 때 휘날리던 경제민주화와 복지의 깃발은 사라지고, 다른 깃발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없다. 이렇게 공약 대부분이 파기·후퇴된 일은 없다"고 했는데, 공감한다.

프레시안 : 이번 철도노조 사태가 대처의 '탄광노조 분쇄'처럼 마무리 될지, 아니면 1997년 노동법 개악처럼 정권에 엄청난 타격과 부담을 입힐지, 쉽사리 예측하기 힘들다. 어떻게 보나?

남재희 : 앞으로 박근혜 정부의 강경한 자세가 좀 더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큰 그림으로 보자면, 공안 통치를 하느라 1년을 허비했다. 얼마 전 이재오 의원이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 마디로 집권 여당이 국정원이 친 사고를 뒷바라지 하느라 1년을 다 보냈다는 것인데, 그런 와중에 복지국가의 공약, 경제민주화의 공약 모두 완전히 폐기됐다.

이제는 '공안 정치'에서 '분쇄 정치'로 이전하는 것 같다. 분쇄 정치가 바로 극우의 로직(logic)이다. 동의하지 않는 세력은 무조건 적대시하고, 적대 세력을 깨부수려는 것, 그게 분쇄정치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가, 박 대통령을 '여왕'이라고 빗댔다. 우리가 여왕을 선출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냥 여왕이면 좋은데, 더 나아가 '벤지풀 퀸(Vengeful Queen)'이다. 복수심에 불타는 여왕 같다. 아버지를 부정하는 세력, 아버지 명예 회복을 가로막는 세력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고 있는 듯 보인다.

아까 언급했던 <조선일보> 칼럼 얘기를 더 하자면, 김민전 교수는 박 대통령에게 두 개의 선택지가 남았다고 했다. 하나는 필리핀 아로요 대통령의 모델처럼 비상계엄을 선포해 계엄 통치를 하든가, 그게 아니라면 국정원 선거 개입에 대한 특검을 수용하라는 것이다. 최근 가톨릭 수도회에선 더 나아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수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논리적으로 따져 보면, 국가 기관 대선 개입은 모두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일어난 일 아닌가. 구속까진 못하더라도, 수사는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논리적으로 맞다. 특검이든 수사든, 엄정하게 밝혀내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결국 계엄통치의 길로 가는 것이다.

프레시안 : 최근 민주당 내에서 공개적 대선 불복 선언도 나왔고, 대선 불복까진 아니더라도 1년 내내 정통성 시비가 이어지고 있다.

남재희 : 야권은 아무리 박 대통령이 밉다고 하더라도 임기 5년은 무사히 마치길 기도하고 도와야 한다. 가장 걱정되는 대목이 바로 그것이다. 박 대통령이 임기를 제대로 마치지 못한다면 그건 곧 헌정 중단을 의미하고, 앞으로 우리 정치가 상당히 불행한 길로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야당도 재야 세력도 그 점은 유의해야 한다. 퇴진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대선 개입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프레시안(최형락)


"균형 외교가 관건,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북한 뿐"

프레시안 : 국내 정치도 잘 풀리지 않는데, 북한 상황도 시끄럽다. 올해 초 3차 핵실험부터 장성택 처형 등의 사건이 이어지면서, 이른바 '혐북(嫌北) 정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최근 남재준 국정원장은 "2015년에는 자유 대한민국 체제로 통일될 것"이라고 말해서 논란을 낳았는데, 민감한 시기에 북한 붕괴론을 부활시킨 듯한 발언이어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을까 염려된다는 지적도 많다. 남북관계의 방향은 어떻게 이끌어야 한다고 보나?

남재희 : 몇 년째 열리지 못하고 있지만,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테이블이 기본적으로 6자 회담이다. 현재 우리로선 가장 급한 상대가 일본인 것 같다. 최근 우리와 사이가 틀어질대로 틀어졌는데, 역지사지해서 일본 입장을 볼 필요도 있다. 일본 입장에서 본다면, 지금의 헌법은 맥아더가 준 헌법이다. 1946년에 공포됐으니 70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다. 그들 입장에선 이를 바꾸려는 욕망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들은 '정상국가'가 된다고 표현하는데, 현실적으로 막기 어렵다고 본다. 이럴 때 우리가 너무 돈키호테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국제 정치에선, 더구나 강대국이 아닌 이상 현실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물론 일본이 독일과 달리 과거에 대해 뉘우치지 않는 것은 괘씸한 일이다. 대표적인 게 군 위안부 문제 아닌가. 위안부 문제나 원폭 피해자 문제 등은 계속적으로 일본과 다뤄야 할 펜딩 이슈(해결되지 못한 이슈)다. 그건 그것대로 두고, 다만 일본이 맥아더 헌법 체제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에 대해선 우리가 너무 즉자로 붙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더 중요한 것이 미국, 중국과의 관계다. 그런데 유의할 점은, 미국과 중국의 힘의 균형이 결코 1대1이 아니라는 것이다. 1대1이라는 것은 착각이다. 군사력에 있어서도 압도적인 차이가 난다. 잘 해봐야 1대0.5 이하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G2라는 것은 허상에 불과하다.

얼마 전 조 바이든 부통령이 방한해 '베팅을 잘하라'고 말하고 갔다. 사실 화끈하게 미국 편 잘 들어야 한다는 협박인 셈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명나라는 조선 양반들에게 '은인'이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파병을 해 일본의 침략을 막았으니까. 그래서 조선 양반들은 청나라가 신흥 세력으로 성장하는데도 명에만 충성했다. 광해군은 적당히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점을 잘 알았지만, 그 때문에 왕위에서 쫒겨 나지 않았나. 그런데 명나라만 추종했던 결과 병자호란이란 처참한 결과를 맞았다. 마찬가지로, 6.25를 돌아본다면 우리에게 미국은 명나라다. 부정할 수 없다. 그래도 병자호란 같은 우를 다시 범해선 안 된다.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현재 6강 구조에서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북한 밖에 없다고 본다. 힘의 균형으로 볼 때, 우리가 어느 정도 유리하게 상황을 끌고 가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게 오직 북한 문제다. 남북관계를 잘 풀어야 6자의 게임에서 우리가 유리하게 상황을 전개할 수 있는 것이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풀어야 하는 이유다. 외교 게임에서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를 왜 먼저 막아버리나. 그러지 않는다면 말 그대로 낭만적인 돈키호테가 되는 것이다. <끝>

 
 
 

 

/임경구 기자,선명수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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