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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애 손피켓’ 등장시킨 건 화형식한 당신들

손피켓 등장은 이남종 열사 ‘은폐-침묵‘에 대한 시민의 분노
 
육근성 | 2014-01-22 10:14:4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이명박 정권 때 출범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여야 6대3의 비율로 구성돼 있다. 그 아래 3개의 소위원회와 특별위원회가 있으며, 특별위원회는 또 다시 3개 부문으로 나눠진다. 보도교양특별위원회는 그 중 하나다. 

도심 한복판에서 산 사람 화형식이라니

21일 오후 서울 목동. 도심 한복판에서 임순혜 보도교양특위 위원에 대한 화형식이 열렸다. 임 위원이 “경축! 비행기 추락 바뀐애 즉사”라는 내용의 손피켓이 담긴 사진을 리트윗한 것에 분개한 우익단체가 규탄집회를 열어 허수아비에 살아있는 사람의 얼굴을 붙여 놓고 불을 지른 것이다. 

임 위원은 문제가 된 손피켓 사진을 리트윗하면서 “서울역, 이남종 열사 추모집회에 걸려 있는 손피켓입니다. 이것이 지금 국민의 민심이네요”라는 글도 함께 올렸다.

리트윗 사진에 대해 도를 넘은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자 임 위원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평소 좋은 얘기 쓰는 분의 트위터라 리트윗한 것”이라며 즉각 자신의 실수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사진 출처: 변희재 트위터>

'청와대 분점' 새누리당도 발끈

새누리당도 가만있지 않았다. 진보성향의 인사가 자신들의 수장을 건드렸으니 이때야 말로 충성심을 표출할 기회라고 판단했나 보다. 새누리당이 청와대 분점이라는 사실이 재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입에 차마 담을 수 없을 정도의 저급한 수준의 글은 공인의 언행이 아니다”라며 “스스로 자격미달임을 인정하고 사퇴하라”고 말했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열심히 하고 있는 대통령에게 저주를 퍼부은 것”이라며 “국민 앞에 사죄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정도면 막말 정도가 아니라 저주의 주문”이라고 비난했다. 

여당 ‘임순혜 사퇴’ 요구에 방통심의위원장은 팔 겉어붙여

여당의 입에서 사퇴 촉구 얘기가 나오자마자 ‘보수우익 정치심의기구’로 전락한 방통심의위 박만 위원장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냥 있다가는 불똥이 자신에게 튈 거라는 우려 때문일까. 관련 법규에도 없는 ‘위원 해촉 동의’를 발의했다. 

선례도 없고 규정에도 없는 ‘위원 해촉’. 법규에는 없지만 여당 성향 위원이 과반 이상인 만큼 다수결로 밀어붙일 모양이다. 리트윗 한번으로 불법 해촉 하겠다고 나서는 게 민망했던지 한 가지 사유를 덧붙였다. 확정된 게 아무 것도 없는 논문 표절 의혹까지 해촉 사유에 포함시킨 것이다. 

방통심의위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움직인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전원 합의제 정신을 내팽개친 지 오래다. 여당 성향 위원이 2/3에 이른다는 점을 십분 활용해 심의건의 절반을 다수결로 밀어붙이고 있다.  

여권 편향 정치심의기구로 전락한 방통심의위

2007년의 경우 전체 방송심의 의결수 458건 중 단 3건만 다수결로 의결된 반면, 2013년에는 전체 의결수 1083건 중 479건(44.2%)이 다수결로 처리됐다. 여권을 편드는 정치심의기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PD수첩’ 표적심의, ‘추적60분’ 천안함편 중징계, 손석희의 ‘뉴스9’ 중징계 등 편향적 심의 사례는 수두룩하다. 반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종편의 막말·편향 보도에는 한없이 너그러웠다. 6대3 구조가 만든 부작용이다.

화형에 처해져야 할 만큼 임 의원이 잘못한 것일까. 논란이 된 ‘바뀐애 사진’이 어떤 상황에서 나온 건지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진은 서울역 이남종 열사 추모집회에 걸려있던 것이었다.

 <고 이남종 열사.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 이남종. 지난달 31일 서울역 앞 고가차도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분신한 열사다. 

‘바뀐애 손피켓’은 이남종 죽음 '은폐-침묵'에 대한 시민의 분노

해외 언론까지 큰 관심을 보인 사건이었지만 공권력과 보수언론은 철저하게 무시하려 들었다. 경찰은 유서를 은폐하려 했다. 열사의 죽음이 채무와 어머니 건강 등 지극히 개인적 이유에 기인한 것으로 위장한 보도자료를 뿌렸다.

지상파 3사는 서로 입을 맞춘듯 침묵했다. 이 열사가 분신한 직후부터 영결식이 치러질 때까지 ‘뉴스9’ ‘뉴스테스크’ ‘8시뉴스’ 등에 이 사실이 단 한 차례도 보도되지 않았다. 분신의 이유가 ‘1219부정선거’라는 사실이 뉴스에 언급되는 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그랬을 것이다.

은폐와 침묵. 이러니 과격한 표현의 손피켓이 등장할 수밖에. 민주시민이 부정선거에 항의해 분신을 해도 공권력은 사실을 은폐하기 바쁘고 방송은 침묵으로 일관하는 현실 앞에서 손피켓이라도 들어 울분을 달래려 했던 것이다

손피켓 등장하도록 만든 건 바로 당신들

‘바뀐애 손피켓’에 지나친 표현이 등장한다는 건 인정하겠다. 하지만 묻겠다. 이 손피켓을 만든 시민이 테러 분자인가, 흉기를 든 치한인가? 아니다. 거짓말을 하는 정권에 분노한 시민일 뿐이다. 

말해 보라. 이토록 과격한 문구와 구호가 등장하도록 조장한 이들이 누군지를.

부정선거 의혹, 하나도 해소된 게 없지 않은가. 진실이 감춰지고 호도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언론까지 정권의 장단에 춤을 추는 세상이 됐다. 시민들의 가슴이 얼마나 먹먹한지 아는가.

이러니 시민의 분노가 과격한 구호로 표출되는 거다. 새누리당과 과격 우익단체들, 흥분할 이유 없다. 마치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꼴이다. ‘바뀐애 손피켓’이 등장하도록 상황을 만든 건 바로 당신들 아닌가.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2&table=c_aujourdhui&uid=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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