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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 종박 종편, 박근혜 정권을 떠받치는 ‘3종’ 선물세트

등록 : 2014.02.03 19:03 수정 : 2014.02.04 11:24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관광진흥확대회의에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탈렙 리파이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사무총장, 방송인 김지선, 아비가일 등 참석자들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2014.02.03. 【서울=뉴시스】

[성한용 칼럼]

박근혜 정권을 떠받치는 ‘3종 종합선물세트’가 있다. ‘종북’, ‘종박’, ‘종편’이다. 종북은 ‘종북 세력’이 아니라 ‘종북 프레임’을 뜻한다. 정치적 반대 세력을 위축시키는 데 더없이 효과적이다. 지난 대선에서 위력이 입증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을 포기했고 종북 세력이 집권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악을 썼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게 꽤 통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국가정보원을 비판하거나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면 종북이라고 몰아붙인다. 이석기 의원에게 내란죄를 적용하는 것이 지나치다고 고개만 갸웃거려도 종북이란다. 이러니 정부나 여당을 비판할 때는 종북으로 몰리지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 옛날 박정희·전두환 정권이 민주 인사에게 ‘용공’의 굴레를 뒤집어씌워 억누르던 것과 비슷하다. 종박은 ‘박근혜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정치인이나 세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새누리당 안에 그런 사람들이 실재한다. 최경환 원내대표,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홍문종 사무총장 정도가 대표적인 종박이다. 중진으로는 서청원 의원이 있다. 이들은 김기춘 비서실장, 이정현 홍보수석 등 청와대 종박들과 손잡고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원안 그대로 관철시킨다. 종박의 기본 덕목은 ‘맹목적 충성심’이다. 황우여 대표와 최고위원들, 김무성 의원은 친박이지, 종박은 아니라는 게 새누리당 사람들의 설명이다. 맹목적 충성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밖에서 보기엔 거기서 거기 같은데, 집권세력 내부에선 다르게 보이는 모양이다. 종편은 정확히 말하면 이명박 정부가 넘겨준 선물이다. 지난해 몇 차례 하락 위기를 맞았던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새해 들어 다시 안정세로 돌아섰다. 해가 바뀌면 대통령 지지도가 추락할 것이라고 본 정치 해설가들의 예측은 빗나갔다. 왜 그럴까?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국민들이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여론조사를 못 믿겠다는 사람들도 꽤 있다. 그러나 현장을 좀 아는 정치인들은 주저 없이 ‘종편 효과’를 꼽는다. 종편이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를 실상보다 훨씬 더 좋게 홍보해 지지율을 받쳐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고연령층 유권자들은 온종일 종편을 시청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잘해보려고 하는데 야당이 발목을 잡아서 문제”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3종 세트는 서로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독특한 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 종박의 가장 중요한 무기가 종북 프레임이다. 종북 프레임은 종편을 통해 확산된다. 종편의 숨통은 종박이 쥐고 있다. 한 축이 무너지면 다른 두 축도 위험해진다. 공동운명체다. 다 좋다. 3종 세트가 박근혜 대통령을 살리고 대한민국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3종 세트는 지금 박근혜 대통령을 망치고 대한민국을 망치고 경제를 망치고 있다. 가장 큰 폐해는 증오의 확산으로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3종 세트는 대체로 박정희 정권 때를 살기 좋았던 시절로 추억한다. 재벌 총수와 산업전사들을 추앙한다. 그래야 자신들의 존재가 정당화되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의 모든 잘못은 ‘종북 성향의 친노 386’ 탓이란다. 뜬금없다. 실재하지 않는 가공의 괴물을 만들어 증오의 대상으로 삼는 셈이다. 그래서일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고연령층의 결집 현상이 뚜렷하다. 대통령 선거 때 50대와 60대 이상 유권자들이 박근혜 후보를 찍었던 지지율은 각각 57%, 71% 선이었다. 그런데 최근 박근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50대가 66~68%, 60대 이상은 80~85%까지 치솟고 있다. 엄청나다. 반면에 20·30·40대는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찍었던 지지율과 최근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크게 다르지 않다. 6 대 4 정도로 부정적인 평가가 여전히 높은 편이다. 이 정도로 유권자의 정치의식이 양극화하는 상황에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을까? 없다. 3종 세트는 고연령층 유권자들을 도대체 어디로 끌고 가고 있는 것일까? 무섭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선거정국, 안철수신당·야권연대에 달렸다 [성한용의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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