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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4개국의 전쟁수행체제 구축

 
<칼럼>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김종대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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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03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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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미래 국가간 전쟁에 대비하는 국가들

2014년을 맞이하는 동북아 국가들, 특히 중국과 일본, 남북한 4개국에서는 매우 유사하면서도 중요한 변화가 나타났다. 동북아 국가들이 “전쟁을 결심할 수 있는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 동아시아에서 사실상 국가급 전쟁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나라는 오직 미국밖에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면서 그 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동북아 국가들이 전쟁수행체제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먼저 중국을 보자. 중국은 작년 11월에 중국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라고 할 수 있는 ‘국가안전위원회’를 창설했다. 이와 함께 총 7개의 군구를 5개로 통폐합하면서 과거 관리형 군대의 요소를 일소하고 전투형 사령부로 그 체질이 바뀌고 있다. 특히 미사일을 담당하는 제2포병사령부가 창설되고 육해공군의 합동작전을 지휘하는 군구사령부에 그 전력을 배속시키기고 있다. 이와 함께 유사시 도서지역을 점령할 수 있는 지상군을 강화한다. 시진핑은 군 구조개혁의 취지가 신속성과 공격성 강화라고 지침을 부여하고 있다.

일본도 작년 12월에 실질적인 전쟁지도 기구인 일본판 NSC ‘4인 각료회의’를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전쟁전략은 3종 세트라고 할 수 있는 국가안보전략서(NSS)와 방위계획대강, 중기방위력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이 문서들에서는 과거의 방어적 표현이 대거 퇴색되고 공격적인 의도를 그대로 드러내는 표현이 많아졌다. 예컨대 과거에는 ‘미사일 방어’라고 표현했는데, 지금은 ‘미사일 종합대책’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공중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뿐만 아니라 북한이나 중국의 미사일기지 자체를 정밀하게 타격한다는 공격적 의미까지 추가된다. 또한 일본의 육상자위대 7개 여단도 신속대응군, 즉 공격부대로 체질이 바뀐다.

북한은 작년 3월에 ‘3일전쟁’ 계획을 표방하며 북한판 NSC인 ‘국가안전 및 대외일꾼협의회’를 선보였다. 이와 함께 전략로켓사령부 역시 창설되었는데, 이는 중국의 제2포병사령부와 거의 유사하다. 또한 특수부대 역량을 강화하면서 전방으로 병력을 집중시키고, 신속성과 공격성을 강화하는 군 구조개편을 완결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김정은 시대에 보다 현대적인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총참모부의 작전국에서 현대적인 교리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 작년 12월에 대통령의 전쟁지도능력을 보완하는 ‘NSC 상설화’를 발표했다. 더불어 김관진 국방장관은 취임 이래 지난 3년여 동안 “방자가 아닌 공자로서 전장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교리를 수행하려는 교과서적인 행보를 보였다. 적극적 억제전략, 적의 중심 타격, 선제공격 등 그가 쏟아낸 말은 일관되게 한 가지를 지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극단을 지향하는 전쟁에서 공자로서의 주도권 확보가 가장 유리한 전략이라는 점이다. 여기에서 나타나는 원칙은 신속성과 공격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청와대에 NSC가 상설화되는 이유 중 하나는 분단위로 군사작전을 지도하는 체제, 예컨대 킬체인(kill-chain)과 같은 신속한 작전을 지도할 수 있는 체제를 지향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지난 1월의 다보스포럼에서 일본의 아베 총리가 “지금 일.중관계, 즉 동북아시아는 1차 세계대전 직전과 유사하다”고 말한 것도 단순히 빈말이 아니다. 친절하게도 아베 총리는 올해 100주년이 되는 1차 대전 발발에 대해 “당시 독일과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상당한 무역으로 교류하고 있었는데도 전쟁이 일어났다”며 지금 중국과 일본이 경제적으로 상당한 수준으로 서로 의존하고 있다고 해서 전쟁이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는 점을 사실상 강조했다. 일본은 올해 자민당이 신년 정책발표에서 매년 포함시키던 ‘부전(不戰)의 맹세’를 삭제했다.

중국도 이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과거 중국의 군대는 지역 군벌 체제의 유산이 남은 생활하는 군대였다. 그러나 작년에 중국군 최고 지도부에 중국과 일본의 해상 충돌이 벌어졌을 때 예상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모의 실험)한 자료가 회람되었다. 여기에서는 중국이 지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자 과거 군벌의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고 전쟁하는 군대로 개혁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의견통일이 이루어지고, 과감한 군 개혁에 착수하게 된 것이다. 중국도 미래 언젠가 있을지 모르는 전쟁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이를 준비하는 것이다. 최근 심양군구가 10만명의 병력을 동원한 기동훈련을 한 것도 바뀐 지휘체계와 작전교리를 시험해보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바야흐로 동북아에서 전쟁하는 국가들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이러는 동아시아 지역공동체 형성이라는 과거 평화와 공존의 꿈은 그만큼 멀어지고 있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14~16대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 보좌관

16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방전문위원

전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

전 국무총리실 산하 비상기획위원회 혁신기획관

<디펜스21+>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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