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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이 영화, 상영관 찾기 힘드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4/02/05 09:05
  • 수정일
    2014/02/05 09:0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보고 싶은 이 영화, 상영관 찾기 힘드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백혈병 노동자 다룬 ‘또 하나의 약속’ 예매율 높은데도 할당 스크린 100개 미만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높은 예매율과 평점에도 불구하고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4 일 이 영화의 배급사 OAL(올)은 “당초 300개 상영관 개봉을 목표로 했으나 100개관도 확보하지 못했다”며 “6일 개봉 영화 중 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고 관객 평점이 9.8~9.9점(10점 만점)으로 높은 데도 복합상영관에서 적은 스크린을 배정한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투 자사가 없어 제작부터 자금 조달에 애를 먹었던 김태윤 감독의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이번에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상영관 부족 문제를 겪게 됐다. 사진은 대기업 반도체 공장에 취직한 딸을 백혈병으로 잃고 회사에 항의하러 찾아간 상구 역의 배우 박철민이 극중 배경이 되는 진성반도체 사원들에게 끌려나가는 영화의 한 장면. | OAL 제공


3 대 복합상영관인 롯데시네마는 이날 전국 7개관 상영을 배급사에 알렸다. 전국 96개 극장에 600여개의 스크린을 가지고 있는 롯데시네마는 서울, 인천, 일산, 부산, 대구, 포항, 청주의 각 1개관에서만 상영키로 했다. 대전, 광주, 울산, 제주 등에서는 상영하지 않는다. 또 CGV는 45개관, 메가박스는 30~40개관을 고려하고 있어 <또 하나의 약속>은 전국 80여개관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제작비가 비슷한 규모였던 주상욱·양동근 주연의 <응징자>(2013)는 294개 스크린에서, 사회적 이슈를 다뤄 화제가 됐던 <부러진 화살>(2012)도 245개 스크린에서 개봉됐다.

일 반적으로 개봉관 수는 영화에 대한 평가와 예매율, 프린트와 광고(P&A) 비용 등을 고려해 정한다. <또 하나의 약속>은 예매가 시작된 3일부터 <겨울왕국> <수상한 그녀>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6일 개봉되는 영화 중에서는 예매율이 가장 높다. 3일에는 30개관에서만 예매가 진행됐는데도 5000명 넘는 예매관객 수를 모았다.

예매사이트 인터파크, 맥스무비에서도 4일 현재 2~3위의 예매 순위를 보이고 있다. 예비관객들의 관심도 높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또 하나의 약속> 예고편 조회수는 103만여건이다. <수상한 그녀>의 88만건, <조선미녀삼총사> 22만건을 훌쩍 앞선다.

 

<또 하나의 약속> 포스터.


이 작품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의 실화를 소재로 했다. 딸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위해 대기업과 싸우는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삼았으며 박철민과 김규리가 주연을 맡았다.

제 작사는 이 같은 스크린 수 감소에 대해 소재의 민감성에 따른 대기업의 외압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윤기호 프로듀서는 “대기업 계열사인 복합상영관들이 시내 중심가 스크린 대신 변두리관만 배정하고 있다”면서 “공중파의 한 영화 프로그램에서는 고위 관계자가 막아 영화가 소개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극장의 예고편 광고도 석연찮은 이유로 빠졌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이 영화는 지난달 13일부터 롯데시네마에서 한 달간 예고편이 상영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고편을 방영하지 않고 있다 배급사 측의 항의에 뒤늦게 1주일만 방영하는 데 그쳤다.

배급사 올 김윤미 대표는 “15년째 배급일을 하고 있지만 극장 예고편 방영이 누락되는 것은 처음 본다”며 “보이지 않는 외압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제작 관계자는 “삼성을 다룬 영화라 예고편을 방영하지 말라는 극장 고위관계자의 지시가 있었다는 해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에 대해 롯데시네마는 “작품성, 시사회 평가, 작품 규모 등을 고려해 상영관 수를 확정하는데, <또 하나의 약속>은 그 정도(7개) 스크린 수가 적당하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고편 방영누락에 대해서는 “담당자의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 또 하나의 약속>은 제작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제작사가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3대 대형배급사와 접촉했으나 거절당했고, 신생배급사인 올과 계약했다. 제작비도 대기업이 아닌 개인투자가들의 힘으로 모았다. 시민 모금 운동인 제작두레로 3억원의 후원금을 받았고, 100명 이상의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약 12억원을 투자받아 총제작비 전액을 모았다. 제작두레 방식 등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 전액을 모은 상업영화는 <또 하나의 약속>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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