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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네이버와 다음에 바람맞은 이유

 

등록 : 2014.02.12 20:33 수정 : 2014.02.13 10:35

 
 
지난 5월 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회장단 초청 만찬. 왼쪽부터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정홍원 국무총리, 정몽구 현대차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뉴시스

[현장에서]

재벌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4개 중견기업과 업종단체를 신규회원으로 영입했다. 이로써 전경련 회원사는 기존 500개에서 554개로 10% 가량 늘어났다. 신규회원들은 ‘한류’의 세계화를 주도하는 SM엔터테인먼트, 여행업계와 회계업계 1위인 하나투어와 삼일회계법인, 파리바게뜨로 유명한 에스피시(SPC) 등 서비스업종의 대표기업과 중견기업들이다. 심지어 중소벤처 모임인 벤처기업협회까지 포함됐다. 일부에서는 1961년 전경련 설립 이후 최대 규모의 신규 회원 영입으로, 재벌 중심 경제단체라는 기존 이미지를 깬 파격이라는 평이 나온다. 하지만 전경련이 영입을 위해 가장 공들인 인터넷 포털업계 1·2위 업체인 네이버와 다음은 가입을 거부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중견기업연합회에 가입한 데다 중소기업과의 상생과 동반성장 약속 이행에 주력하고 있는데, 대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전경련에 가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다음도 “올해 회사의 경영화두가 인터넷 생태계 발전과 상생 노력인데, 전경련에 가입해 대기업 이익을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경련이 중견기업과 서비스업종으로 회원 확대를 시도한 것은 지난해 초 국민에게 신뢰받는 경제단체로 재도약하기 위해 발전방안을 만들기로 다짐한 데 따른 것이다. 2012년 총선·대선에서 경제민주화가 시대정신으로 떠오르면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까지 경제민주화 공약을 전면에 내건 데 따른 위기의식의 발로였다. 하지만 네이버와 다음의 평가에서 나타나듯, 전경련이 지난 1년 간 보여준 모습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는 역부족이다. 경제단체의 한 간부는 “전경련이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소수 재벌의 이익만 대변하는 대신 우리 사회와 경제 전체의 이익을 함께 고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고언했다. 전경련이 여전히 소수 대기업의 이해만 대변하는 모습은 쉽게 확인된다. 전경련은 12일 산하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을 통해 ‘신규 순환출자 규제’에 반대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13일에는 ‘총수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비판하는 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두 규제는 재벌의 무분별한 경제력 확장과 총수일가의 부당한 사익추구를 막기 위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대표적인 경제민주화법이다.

곽정수 선임기자

전경련은 신규회원 영입을 계기로 대기업 중심 경제단체라는 기존의 ‘정체성’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부정했다. 또 이 달 말 회장단 개편에서도 중견기업을 회장단에 포함시킬 계획은 없다. 전경련의 회원 확대가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한 쇄신보다는 단순한 ‘세 불리기’나 부정적 이미지를 완화하려는 ‘분칠’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명박 정부 말기부터 시작된 ‘재벌총수 비리 엄단’ 분위기가 지난 11일 김승연 한화 회장의 배임사건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을 계기로 ‘재벌총수 봐주기’로 급변하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전경련의 위기의식도 함께 사라지지 않을까 주목된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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