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역사교과서 채택에 반대했던 경기도 수원 동우여고 공기택 교사가 면직되고 같은 학교법인에 속한 다른 학교로 발령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우여고 교장은 사임했고 동원고 교장은 평교사 발령을 받았다. 동우여고와 동원고는 학교법인 경복대학에 속한 사립학교로 지난해 교학사 역사 교과서를 채택했다가 철회한 바 있어 이번 교장과 교사 임면이 인사보복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14일 복수의 동우여고와 동원고 관계자들에 따르면 공 교사는 13일자로 학교법인 경복대학 이사장에게 “동우여자고등학교 근무를 면함. 동원고등학교 근무를 명함”이라는 내용이 담긴 임명장을 받았다. 

이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 교장은 13일 사임 의사를 밝힌 후 이날 사임 의사를 확정했다. 홍 교장은 중임 가능한 교장직에 연임 되지 않고 평교사로 발령을 받았다. 또 동원고 김종환 행정실장은 법인 내 다른 대학교로 전보 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 교사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오늘 아침 뜬금없이 24년 근무했던 동우여고를 떠나 동원고로 가라는 임면장을 받았다”며 “미리 언질도 없고 예상 못했던 일이라 당황스럽다. 속 마음으로는 서운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마디 의견도 묻지 않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통보 받았으니 기분 좋을 리도 없을 것”이라며 “교과서 문제 때문에 보복 당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없지 않다”고 적었다. 
 
   
▲ 공기택 동우여고 교사 페이스북 페이지.
 
공 교사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법인에서는 임면 사유를 말하진 않았다”며 “가끔 다른 학교로 발령이 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이사회 결정 전에 본인 의사를 물어보는 게 순서인데 이번에는 그런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공 교사는 “당황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항의나 문제제기는 안 할 생각”이라며 “제가 그것 때문에 시달리고 고민하기 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공 교사는 동원고로 옮긴 후에도 역사 교과를 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교사 자격 자체가 역사 교과고 다른 과목을 가르칠 수 없기 때문에 학교 측도 타 교과 수업을 맡기진 않을 것”이라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건 새로운 문제”라고 말했다. 

동우여고 교장 사임, 동원고 교장은 평교사로…행정실장도 발령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도록 역사 교사들에게 압력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던 동우여고 최 교장은 13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 학교 한 교사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14일 사임했다는 결과를 발표했고 내일부터 학교를 나오지 않겠다고는 했다”며 “아직 퇴임식 등 자세한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원고 교장은 평교사 신분이 됐다. 홍 교장은 임기 4년에 중임 가능한 교장직에서 재임용에 탈락, 평교사로 발령이 났다. 홍 교장은 이학박사로 앞으로 동원고에서 물리 과목을 가르칠 예정이다. 이 학교 소속 한 교사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홍 교장의 평교사 통보 소식은 최근에야 알게 됐다”며 “홍 교장은 발령 사유에 대해 말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동원고 신임 교장은 평교사 중에서 발탁됐다. 학교법인 측이 김선호, 정강현 두 교감을 그대로 두고 평교사 중에서 교장을 선택한 것이어서 사실상 두 교감에 대한 불신임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임 교장 취임식은 25~26일경 진행될 예정이다. 

동원고 복수의 관계자들은 행정 총괄을 맡고 있는 김종환 행정실장도 법인 내 대학교로 발령이 났다고 전했다. 

이 학교의 다른 한 교사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를 통해 “이번 일련의 인사에 대해 ‘교학사 역사 교과서 철회’ 논란과 관련한 인사보복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면서도 “정작 책임질 사람은 학교 설립자와 법인인데 애먼 사람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 조치 당사자이면서 학교 행정을 맡고 있는 동원고 김종환 행정실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와 관련해 교육청 보고도 안 된 상태에서 최종적으로 확정됐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동우여고 행정실 관계자는 “학교 인사 사항에 대해서 너무 관심이 많다”며 “아직 정확하게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학교법인 경복대학 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법인은 동우여고 교장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고 동원고 교장은 임기가 이달 28일까지인데 단순히 연임을 하지 않은 것 뿐”이라며 “공 교사의 경우는 동원고(남고) 근무 중인 여교사가 여고로 이동을 요청해 자리를 바꾸게 되는 것으로 과목도 같다”고 말했다. 

김종환 행정실장 인사에 대해 이 관계자는 “대학 행정실은 마음대로 갈 수 있나. 그런 인사는 없다”고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보복성 인사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요즘 같은 민감한 시기에 보복성 인사가 어디 있느냐”며 “절대 보복성 인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전국적인 교학사 역사교과서 채택 철회 운동을 이끌었던 방은희 역사정의실천연대 사무국장은 “교과서 사태 외압 주체인 이사장이 양심에 반하는 선택으로 내몰리고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해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한 교사와 교장를 또 한 번 가해하는 상황”이라며 “이 교과서 사태의 중요 책임자인 서남수 교육부 장관과 외압을 넣은 재단 이사장이 처벌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함으로써 국민적 비난 대상이 된 학교들이 일선 교장을 희생양 삼아 분풀이 하는 데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와 의문이 든다”며 “이처럼 사학을 중심으로 협박과 보복이 이어지는 것이 외압에 의한 것은 아닌지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고소고발이 있거나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은 사안이 아니라 감사 개시할 요건이 안 된다”며 “또 무리하게 감사를 하더라도 정상적인 이사회 의결을 거쳐서 확정된 것이라면 교육청에서 취할 조치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