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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지방선거에서 이겨야 합니다.

지방자치제는 야당에게 정권탈환을 담보해주는 제도
 
임두만 | 2014-03-29 09:13:2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지방자치제, 비록 지방토호들의 정치적 권세를 유지시키는 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지방자치제는 민주주의의 근간입니다. 우리나라도 지방자치가 행정과 의회자치제에서 교육자치제까지 시행되고 있으므로 지방자치제의 절반가량 왔습니다. 마지막 남은 지방경찰제, 지방검찰제, 지방법원자치제가 시행된다면 완벽한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방의 재정자립도가 형편없으므로 이는 앞으로도 상당 시간이 지나야 할 것입니다. 중앙정부 예산지원이 없으면 지방행정기관의 공무원 급여도 부족할 자치단체가 있을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스위스와 같이 지방세와 국세를 따로 거두는 이중 세제를 실시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도 세목별로 지방세와 국세가 다르고 자치단체별로 지방세를 징수합니다만 이는 엄연히 중앙정부와 국회가 제정한 세법에 따른 징수이므로 스위스와는 체제 자체가 다릅니다. 진정한 지방자치제란 세법까지 자치단체의 자율에 맡겨져서 자치단체별로 필요한 세수를 조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결국 재정상태가 이 정도인 나라에서 이 만큼이라도 지방자치제를 실시한다는 것은 당연히 야당에게 정치적 입지를 마련해주기 위함입니다.

국정을 책임진 여당은 사실상 자치제가 부담스럽고 싫죠. 도지사 광역시장 같은 장관급 광역단체장은 물론, 시장군수라는 고위 공직자들을 임명할 권한을 정권을 책임진 대통령과 여당이 갖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야당은 정권을 잡을 엄두를 낼 수도 없습니다. 이는 실질적으로 1995년 전국 지방선거가 실시되면서 1997년 정권이 교체된 것으로도 증명됩니다.

지방자치제는 야당에게 이처럼 거대한 선물입니다. 이런 깊은 내막을 이해하지 못한 안철수 같은 신진인사가 자신의 ‘상표’하나 때문에 호남을 제외한 기초단체장을 다 여당 측에게 넘겨준다면 야당이 정권을 되찾을 기회는 영영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중앙정권을 잃었더라도 야당은 어떤 식으로든 지방정권을 단 한곳이라도 더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계속적으로 완전한 지방자치제를 요구하면서 지방검찰제, 지방경찰제 지방법원자치제까지 이끌어 내므로 중앙종속적 자치제가 아닌 완전한 지방자치제를 추구해야 합니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정권교체의 틀을 만듭니다.

이런 점 때문에 야권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를 야권후보 단일화란 핵심이슈를 만들었습니다. 지역적 특성에 따라 자율적 단일화도 되었고 자율적 단일화가 되지 않은 지역은 정당이 다름에도 경선이라는 제도를 통해 거의 강제적 단일화도 했습니다. 그리고 선거는 야권의 압승이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유권자 인식이 여야로 양분된 상태이므로 이 방식 외에는 여권을 이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전례가 있음에도 지금 야권은 ‘명분’하나 때문에 시작도 하기 전의 게임에서 패배를 각오한다는 패배의식만이 팽배합니다. 패배가 정당하다는 억지논리도 횡횡합니다. 선거에서 패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논리가 어떻게 성립될 수 있는지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특정 정당은 패배를 알면서 그 많은 돈을 들여 선거전에 나서고, 국가는 특정 정당의 싹쓸이를 위햐 엄청난 세금을 쏟아 부어야 하는 희한한 게임을 우리는 봐야 합니다.

이 희한한 게임이 성립되지 않으려면 게임 룰이 정당해야 합니다. 한 쪽에서 지키지 않겠다면 지키도록 강제하는 것은 가장 기초입니다. 아무리 억지논리를 들이대도 야당은 그 억지논리를 물고 늘어지며 룰의 정당성을 고집해야 합니다.

민생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장하는 정치를 하기 위해서도 선거를 이겨야 합니다. 아무런 권한이 없는 낙선자들의 정당이 무슨 방법으로 민생정치를 할 수 있습니까? 정치인이 입으로 주장하면 그게 민생정치입니까? 정책을 집행해야 민생정치입니다. 집행 권한은 선거에서 이겨 당선자가 되어야 생깁니다. 지금 야당이 해야 할 것은 선거에 이기기 위한 노력입니다.

그 노력의 첫째가 룰의 공정성입니다. 기존의 법은 정당공천제인데 정치지도자들의 약속으로 이 법을 무공천으로 개정하기로 했으면 개정하는데 모든 힘을 쏟아야 합니다. 그게 안 된다면 무공천 공약을 한 대통령에게 지키라고 압박을 가해야 합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면 목숨을 건 단식이라도 해야 합니다.

1989년 1월 24일, 김대중·김영삼·김종필 야3당 총재는 국회에서 회담을 갖고 1989년 내에 광역자치단체장 선출을 포함, 지자제가 실시될 수 있도록 한다고 합의했습니다. 야3당 총재회담 합의에 따라 3월 4일 지방자치법개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그러나 노태우 대통령은 이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4월 26일 다시 회담을 연 야3당 총재는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비판하면서 계속 노태우 대통령과 여당인 민정당을 압박했습니다. 그리고 1989년 10월 19일 야3당 총재회담에서 “공동 노력하여 정기국회에서 지자제법을 통과시키기로” 재차 합의하는 것으로 노태우 대통령의 결심을 촉구했습니다.

이윽고 1989년 12월 15일 청와대 4자(노태우·김대중·김영삼·김종필)회담은 야3당이 제출한 지방지치제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습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소수 여당이 다수 야당의 반대를 뚫고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을 처리할 방도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정기국회 폐회일인 1989년 12월 19일, 여야 4당 간에 극적인 대타협이 이루어져 국회에서 관계 법률안이 통과되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 벽두인 1월 22일.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은 자신들이 이끌던 3당을 합당한다는 발표를 합니다. 그리고 이 합당 이후 지방자치제 실시와 관련된 모든 합의를 파기했습니다. 특히 김영삼과 김종필은 자신들이 야당 총재일 때 지방자치제가 필수라고 주장하면서 김대중의 평민당과 지방자치제 법안 통과에 온 힘을 쏟더니 합당 후 여당이 되면서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돌변한 것입니다,

3당 합당 후 정계가 거여 대 소야 개편된 1990년, 거의 1년 내내 김영삼과 김종필에게 합의를 지키라고 요구하던 김대중 평민당 총재는 이들이 합의를 지킬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고 그해 10월 8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습니다.

호적은 1924년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는 1923년생인 김대중 총재의 당시 나이가 만 67세, 우리나이로 68세였습니다. 이 노령의 단식은 목숨을 건 단식이었습니다. 특히 소금도 물도 먹지 않은 단식이었기에 측근들과 당내의 반대도 많았습니다. 당 중진을 비롯한 의원들의 단식중단 호소가 있었으나 김대중 총재는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동조단식 등 다양한 방식의 당내 응원이 답지했습니다.

단식 8일 째, 탈수현상이 생기면서 생명이 위독해졌습니다. 측근들이 병원으로 옮겼으나 병원에서도 단식을 풀지 않았습니다. 단식 중 당시 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이 병실을 찾아왔을 때, “나와 김 대표가 민주화를 위해 싸웠는데 민주화란 것이 무엇이오. 바로 의회 정치와 지자제가 핵심 아닙니까. 여당으로 가서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어찌 이를 외면하려 하시오.”라고 질타했습니다.

결국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대표가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김대중 총재는 10월 20일 13일간의 단식을 끝냈습니다. 여·야 간 극한 대치가 협상으로 판이 바뀌면서 12월 6일 전면적 지방자치제 실시를 최종 합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1991년 6월 30일 이내 기초 및 광역 지방의회를 구성하고, 1992년 6월 30일 이내 기초 및 광역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실시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합의를 여당은 다시 지키지 않았습니다. 1992년 1월 10일 노태우 대통령은 1992년 6월 30일 이내 실시하기로 되어 있던 자치단체장 선거를 일방적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1992년 총선과 대선이 치러졌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법에 정해진 시기를 늦출 수 없었기에 1992년 대선에서 당선 된 김영삼 대통령은 1995년에 가서 제1회 동시 지방선거를 시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선거에서 민주당은 서울시장을 당선시켰으며 인천과 경기를 빼앗겼지만 전면적 승리라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1997년 정권을 교체했습니다. 이를 뒤돌아보면 1995년 지방선거 실시 및 야당승리가 정권을 교체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터전이었습니다.

야당에게 지방선거 승리는 이처럼 대단한 의미가 있습니다. 2006년 지방선거의 한나라당 전면적 승리는 2007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졌습니다. 2010년 야권의 전면적 지방선거 승리는 이명박 정권 전체를 흔들었으며 한나라당이 당명까지 새누리당으로 바꾸게 하는 원동력이었습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은 실상 야당에게 매우 좋은 여건이었으나 정치력에서 현 박근혜 대통령에게 밀려 총선도 패하고 대선도 패했지만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이 야당 역사상 전무한 130석 거대의석을 지니게 한 원동력입니다.

이런 역사에서 보듯 지방자치제는 야당을 위한 제도입니다. 이 제도가 없다면 대통령은 17개 장관급 광역 단체장과 교육감, 244개 이사관급 이상의 기초단체장의 인사권까지 총괄 행사하는 제왕이 됩니다. 지금 지방자치제가 실시되어 이들의 인사권이 국민인 유권자에게 넘어가 있어도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하는데 만약 이런 인사권까지 지닌 대통령이라면 어떤 제왕이 부럽지 않습니다. 실지로 지방자치제를 폐지한 박정희는 18년을 제왕으로 지냈고 전두환 7년 노태우 5년도 제왕적 대통령이었습니다. 물태우라고 불렸으며 총선 패배로 잠시 흔들렸으나 노태우가 제왕적 대통령이 아니었다고 말할 사람 없습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글의 명료한 답안입니다. 지방자치제는 야당에게 정권탈환을 담보해주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를 활용하지 않고 정권탈환을 논하는 것은 메아리도 없는 바다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짓입니다.

제도의 악용으로 지방 토호들이 득세하고 이 토호들을 장악한 중앙의 정치 권력자들이 지방의 공무원 조직까지 장악하는 현실을 타파하는 개혁은 분명하게 필요하나. 이를 위해 더 필요한 개혁을 할 수 있는 정권을 잡을 수 없다면 ‘명분’ 때문에 게도 구럭도 다 잃는 것입니다. 애초 기초공천제 폐지는 잘못된 공약이었습니다. 그러니 상황을 보다가 기초공천제 폐지공약은 잘못된 공약이었다고 새누리당은 당당하게 말하는 것입니다.

지방토호의 득세, 지방 공무원의 줄세우기는 공천제가 가져 온 폐해이기는 하지만 이 폐해가 공천을 하지 않는다고 해소될 것이라는 생각이 순진한 생각입니다. 그 방식이 맞다고 해도 공직선거법 상 공천이 보장된 것이 현재의 룰인 만큼, 이 법을 개정하든지, 개정이 안 되면 법대로 시행하는 것이 법치주의 국가의 정상적 정치행위입니다.

따라서 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해놓고 하지 않는 것을 비판하고 비난하고 강요하고 강압하는 게 첫째이고, 그래도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법대로 따르는 것이 둘째입니다. 게임의 룰이 바뀌지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룰에도 없는 것을 약속과 명분이란 이유로 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정당 지도자의 독선입니다.

지방자치제는 풀뿌리 민주주의입니다. 이런 풀뿌리 민주주의가 명분과 실리 싸움에 개차반이 된다면 이것은 정치개혁이 아니라 정치후퇴입니다. 특히 일부 명망가들이 명분이란 이유로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는 것은 새정치가 아니라 독재입니다.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면서 그것을 해야 기득권 포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금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해야 할 일은 명백한 수순이 있습니다. 첫째, 약속을 지키라고 상대에게 계속 강압하는 것입니다. 그 방식은 위에 인용한 김대중의 방식보다 더 강한 방식이어도 됩니다. 당 지도부의 단식투쟁이나 농성투쟁이 시작되면 현역 새정치민주연합 시장군수는 물론 예비후보까지 릴레이 단식으로 룰의 공정성을 압박해야 합니다.

현 박근혜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가 국정목표입니다. 선거과정의 공정한 룰이야말로 가장 핵심적인 비정상의 정상화입니다.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는 것이 비정상의 정상화 첫걸음입니다. 이를 강압하고 그래도 지키지 않을 경우 정치소비자인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방식이 약속을 지키라는 강성투쟁입니다. 이 강성투쟁에 여권이 굴복하여 무공천으로 돌아서면 우리도 예측 가능한 정치를 볼 수 있습니다. 정치소비자인 국민이 예측가능한 정치가 선진정치입니다.

만약 그래도 여권이 공천을 고집하면? 야권도 법에 명시된대로 공천해야 합니다. 그것이 공정한 룰 안에서 치루는 게임입니다. 1:1싸움이어야 승리를 바라볼 수 있고 승리해야 새정치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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