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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북미 관계에 난기류...‘3월의 악몽’ 되풀이?

북미는 미사일 발사 놓고 외교전, 남북은 NLL에서 해상포격전

정지영 기자 jjy@vop.co.kr
입력 2014-03-31 20:38:50l수정 2014-03-31 22:49:17

3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북측이 사격훈련을 실시하던 중 100여 발의 포탄이 NLL 이남으로 넘어오고, 우리 군이 3배로 대응사격을 하는 등 남북 간에 긴장된 상황이 벌어졌다.

순탄하진 않았지만 북측의 ‘중대제안’에 이은 남북 고위급 접촉과 이산가족 상봉,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제안’에 이르기까지 조금씩 개선되어가는 것처럼 보였던 남북관계에 다시 난기류가 조성된 것이다.

여기에 한미연합훈련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에 대한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응이 다시북한의 핵실험 가능성 시사로 이어지는 외적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가 자칫 대형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남북.북미 관계에서 해마다 수위를 달리하며 되풀이 됐던 ‘3월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北, ‘핵실험’ 가능성 시사=해마다 3월 남북.북미 관계에 난기류가 조성되는 출발에는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연합훈련과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 자리한다.

올해 한미훈련이 시작된 후 남북은 우여곡절 끝에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무사히 치러내긴 했으나, 훈련이 끝날 때까지 긴장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북측은 최근 일련의 로켓발사 훈련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6일에는 사거리 500km가 넘는 노동계열의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로켓 발사는 2009년 6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1874호) 위반이다. 유엔 안보리는 다음날 15개국이 참여한 회의를 열어 의장 명의의 ‘구두 언론 성명’을 내고 이를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규탄했다.

북한도 30일 외무성 성명을 내고 안보리 조치를 비난하면서 “핵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동안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1874호를 인정하지 않아왔다.

북한 외무성 성명은 한미훈련에 대해서 “미국이 ‘연례적’이니 뭐니 하면서 ‘평양점령’ 등을 노리고 각종 핵타격수단들을 총동원해 핵전쟁연습을 끊임없이 벌여놓고 있다”며 이에 대응한 훈련에도 “보다 다종화 된 핵억제력을 각이한 중장거리 목표들에 대해 각이한 타격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여러 가지 형태의 훈련들이 다 포함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핵실험을 3~4년 주기로 해왔다는 점에서 올해 4차 핵실험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만약 4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예고한대로 새로운 핵무기일 가능성이 대두된다. 이와 관련,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실험이나 기존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혼합한 핵실험, 소형화.경량화 된 핵탄두를 실은 대륙간 탄도미사일급 미사일 실험, 증폭핵분열탄 실험 등의 다양한 관측이 제기된다.

◆NLL 넘어온 어선 나포...北, 강하게 반발=북미간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이번에는 남북 사이의 갈등이 불거졌다. 우리 군이 NLL을 침범한 북한 어선을 나포한 사건에 대해 북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군 당국은 지난 27일 오후 서해 NLL을 넘어온 북한 어석 1척을 발견하고 고속정을 근접 기동시켜 수차례 경고통신 및 경고사격을 실시하는 등 퇴거 요구를 하다 해당 어선이 불응하자 이날 오후 8시께 나포했다. 군은 나포한 어선 선원 3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엔진 고장으로 표류한 어선으로, 이들이 귀순 의사가 없음을 확인한 후 28일 새벽 2시께 북측에 어선을 송환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군 총참모부는 28일 “남조선군부 호전광들이 우리 어선을 강압적으로 나포하면서 놀아댄 무지막지한 깡패행위와 우리 인원들에게 가한 비인간적이고 야수적인 만행에 대해서는 절대로 스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북한은 남측이 총탄 50여 발을 쏴가며 어선을 나포했고 쇠몽둥이를 동원해 북한 선원들을 폭행했다고 주장했고, 북측 선원들이 남측의 ‘귀순 강요’를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이 같은 북한의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는 왜곡”이라며, 어선 나포를 위해 해군 UDT 대원이 진입하는 과정에서 북측 선원들이 몽둥이를 휘두르며 격렬하게 저항했고 정당한 절차에 따라 이들의 팔과 다리를 꺾어 제압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 당국이 북한군 경비정이 아니라 어선을 상대로 경고 통신을 넘어 경고 사격을 가했던 점이나, 선상에 올라가 선원들을 제압하고 나포했던 것은 매우 이례적인 강경 조치다. 우리 군의 NLL대응 기조가 매우 경화되어 있음을 보여준다는 의미다.

◆NLL 사격훈련-대응사격...강경 대 강경=어선 나포 사태를 비난하던 북측은 31일 오전에는 우리 군에 전통문을 보내 서해 NLL 인근 해상 북쪽 7개 지역을 해상사격구역으로 설정하고 이날 중 사격훈련을 실시하겠다고 통보했다.

북측은 12시15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7개 해역에서 8차에 걸쳐 사격훈련을 실시했고, 모두 500여 발의 해안포와 방사포를 발사한 가운데 100여 발이 NLL 이남으로 떨어졌다. 이에 우리 군도 K-9 자주포로 300여 발의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군 관계자는 “1차 사격은 북한이 우리 군에 통보한 7개 구역에서 동시에 진행됐지만 2차 사격부터는 백령도 동북쪽 해상(2구역)에서만 실시됐다”며 “NLL 이남에 떨어진 북한군 포탄은 모두 2구역으로 발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2구역은 북이 통보한 해상사격구역 가운데 백령도와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는 곳으로, 우리 군이 북한 어선을 나포한 지역이다.

우리 군은 북한군이 발사한 포탄 일부가 NLL 남쪽으로 떨어지자 곧바로 대응사격에 나섰고, K-9자주포를 동원해 300여 발의 대응사격을 가했다. 또 F-15K 전투기도 이날 NLL 이남 해상에서 초계 비행을 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북측은 백령도와 가까운 진지에서 우리 쪽 NLL 해상을 향해 집중적으로 사격을 가했고, 우리 군도 즉각적으로 ‘3배 보복사격’을 실시하는 등 강경 대 강경이 맞붙은 셈이다.

일단 북한이 우리 군의 대응사격에 추가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31일 상황은 일단락됐다. 다만 북한은 이날 남측에 ‘강경 메시지’를 전달한 만큼, 숨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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