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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세월호... 박근혜 책임지고 내려오시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4/05/02 10:35
  • 수정일
    2014/05/02 10:3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현장] 세월호 희생자 추모제로 치른 노동절 행사... 분향소까지 추모 행렬
14.05.01 20:08l최종 업데이트 14.05.01 21:31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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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24주년 세계노동절, '애도와 분노의 물결' 제124주년 세계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앞 거리에서 노동절대회에 참석한 학생과 노동자들이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의 애도와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날 이들은 전국적 애도와 분노가 끊이지 않는 세월호 참사를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가 총체적으로 합산된 결과물이자 정권과 자본에 의한 학살이다며 총체적 부실, 무능이 부른 세월호 참사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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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몰하는 대한민국 박근혜가 책임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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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슬픔을 넘어 분노하고 행동하라."

서울역 광장부터 남대문과 을지로를 거쳐 서울시청 분향소까지 수km에 이르는 검은색 물결에 시민들은 눈을 떼지 못 했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버스에 짜증이 날 법도 했지만, 검은색 추모 깃발을 앞세우고 노란색 리본을 단 '추모 행렬'을 그저 숙연하게 지켜볼 뿐이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첫 대규모 노동자 집회... 애도 분위기 속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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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모 묵념하는 세계노동절대회 참석자들 제124주년 세계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노동절대회에서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등 참석자들이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묵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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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침몰사고 추모하는 민족춤패 '출' 제124주년 세계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노동절대회에서 민족춤패 '출'이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의 추모와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공연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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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침몰사고에 분노한 시민들 "이런 대통령 필요없다" 제124주년 세계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노동절대회에 참석한 학생과 노동자들이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정부의 늦장대응을 규탄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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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 슬픔을 넘어 분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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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되는 대형사고에 실망한 학생들 제124주년 세계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노동절대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세월호 침몰사고를 비롯한 반복되는 대형사고에도 우리 사회의 안전시스템은 전혀 바뀌지 않는다며 실망감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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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노동자 행사가 열렸다. 특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신승철, 아래 민주노총)이 이날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연 세계노동자대회엔 주최 쪽 추산 1만 명에 이르는 노동자와 시민들이 참여했다. 지난달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전 국민 추모 분위기 속에서 치른 첫 대규모 노동자 집회였다. 

'애도와 분노'란 주최쪽 표현처럼 사고 16일째 열린 노동자 축제를 온전히 즐길 순 없었다. 들썩거리는 노래 공연이나 상징 의식도, 요란한 박수나 환호도 없었다. 2시간에 걸친 공식 행사에 이어진 거리 행진과 합동 분향 내내 세월호 사고로 숨진 희생자들과 산업재해, 정리해고, 장애, 빈곤으로 숨진 이 나라 노동자, 국민들을 기렸다. 

민주노총은 세월호 사고를 '정권과 자본에 의한 학살'로 규정했다. "이윤을 위해 안전과 책임의식도 내팽개치는 자본의 탐욕이 부른 학살"이라는 것이다. 의례적이었던 '박근혜 퇴진' 구호에도 어느 때보다 힘이 실렸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아픔에 산업 재해와 정리해고로 숨진 노동자들의 아픔, 복지 정책 부재로 불에 타 숨진 장애인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민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세월호와 삼성이 닮은 점이 너무 많다"면서 "삼성 노동자에게 무슨 유해 물질을 쓰는지 어떻게 몸을 보호해야 하는지 교육도 안 시킨 것처럼 배 노동자에 안전 교육을 안 시켜. 잘못되면 어떻게 하는지 몰라, 승객 대피도 못 시켰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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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침몰사고 추모 행진 가로 막는 경찰 제124주년 세계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 앞에서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들이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의 추모와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거리행진을 벌이자, 경찰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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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거리 행진을 이끈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들은 지난달 17일 숨진 고 송국현씨를 기렸다. 장애인시설에서 나와 혼자 살던 송씨는 '3급 장애' 판정 때문에 활동 보조를 받지 못했고 지난달 13일 화재를 피하지 못해 큰 화상을 입었다. 

최근 장애인들도 고속버스를 이용하게 해달라며 '이동권 투쟁'을 벌여온 이들은 이날 또 다른 '차별'을 몸으로 겪어야 했다. 휠체어에 탄 장애인 20여 명과 활동 보조인들이 이날 오후 4시쯤 서울역 광장에서 행사를 마친 뒤 횡단보도를 건너 행진 대열에 합세하려고 하자 경찰 100여 명이 달려들어 가로 막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 2명이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 가고 경찰에 항의하던 활동보조인 1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풀려나기도 했다.

송씨와 함께 장애등급제 폐지 투쟁을 벌여온 한 동료는 "보건복지부에서 활동 지원만 했어도 불길 속에 죽지 않았을 것"이라며 송씨의 죽음을 '학살'로 규정했다. 송씨의 작은 분향소는 세월호 희생자 추모 분향소가 있는 서울시청 옆 인권위 건물 앞에 마련돼 있다.  

신승철 위원장 "박근혜 대통령 책임지고 내려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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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침몰사고에 분노한 시민들 "박근혜 퇴진하라" 제124주년 세계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앞 거리에서 노동절대회에 참석한 학생과 노동자들이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의 애도와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행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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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한 시민들 "정부가 책임져라" 제124주년 세계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앞 거리에서 노동절대회에 참석한 학생과 노동자들이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정부의 늦장대응을 규탄하며 행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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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도 이날 미리 준비한 대회사를 읽는 대신 노동자와 국민 앞에 먼저 고개를 숙였다.  

"많은 사람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미안해 한다. 미안하다. 어른이어서 미안하고 이 세상을 민중들의 세상을 바꾸자고 투쟁했던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미안하다. 만약 민주노총이 정치 총파업을 힘 있게 수행했더라면 혹시 안 죽었을까.(중략) 세월이 지나면 또 잊을까 두렵다. 사회 변혁을 이야기하고 세상 변화를 주장했지만 어느새 우리 주변 모든 민중의 죽음에 둔감해진 게 아니냐는 생각에 두렵다."

신 위원장의 사과와 반성은 행동을 이어졌다. "집단적인 성찰과 반성을 통해서 집단의 이름으로 이 세상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가치관을 바꾸지 못하면 또다시 미안하고 좌절하고 슬퍼하는 것 외에는 할 게 없다"면서 "슬픔을 넘어 분노로 가는 길에 민주노총은 80만 조합원의 뜻과 의지를 담아서 요구한다, 박근혜 대통령 책임지고 내려오십시오, 민중이 잘못된 자본과 권력에 죽지 않는 세상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행사를 진행한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추모 분위기에서) 노동절 집회를 해야 하느냐는 얘기도 있었다"면서도 "지금은 슬퍼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슬픔을 넘어 분노로 우리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외치고 투쟁해야 세상이 바뀐다고 생각해 집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5시부터 세월호 희생자 추모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시청 광장으로 속속 모여든 노동자들은 수 천 명의 참배객들 속에 뒤섞여 자연스럽게 행사를 마쳤다. 

한편 이날 시청 광장에서 한 70대 노인이 행진을 취재하던 한 KBS 카메라 촬영 기자가 올라선 촬영용 사다리를 흔드는 바람에 떨어져 다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현장을 목격한 행진 참가자들과 민주노총 집행부가 그 노인을 붙잡아 경찰에 인계하기도 했다.
태그:노동절, 세월호 침몰 사고, 노동자대회, 민주노총 태그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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