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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2만 촛불 "끝까지 밝혀낼 게"

세월호 2만 촛불 "끝까지 밝혀낼 게"희생자 추모와 진실 위한 촛불행동.. 범국민대책위·진상조사위 구성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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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5.11  01: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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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함께할게, 생명들을 살려내라, 잊지 않을게, 끝까지 밝혀낼게."

전국에서 모여든 2만 여 명의 촛불 시민들이 10일 경기도 안산시 고잔구 문화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진실을 밝히는 국민 촛불행동'에 참가해 한 목소리로 애도와 분노의 심정을 담아 이같이 외쳤다.

앞서 이날 오후 3시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에서 '꼭 안아줄게-노란리본 잇기' 행사를 마친 3천 여 명의 참가자들은 도보로 단원고등학교를 거쳐 대회장인 안산 문화광장으로 속속 모여들어 대회시작 전 순식간에 광장을 가득 메웠다.

대회장은 '미안해, 잊지 않을게, 행동할게'라는 대형 현수막과 추모객들이 매달아 놓은 노란 리본띠, 안산시 고등학생들이 들고 입장한 만장, 그리고 엄마 손을 잡고 참가한 어린 아이들부터 머리 희끗한 노인들까지 한 마음으로 켜 놓은 촛불이 한데 어우려져 노란색 물결이 일렁였다.

대회는 조가와 함께 긴 묵상으로 시작했으며, 여기 저기서 슬픔을 이기지 못한 애도의 한숨과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특히 이날 대회장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참가해 시종 숙연한 분위기였다.

최종 사망자로 확인된 단원고 학생의 유가족인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낭독할 때에는 흐느낌이 더했다.

아버지는 진도 팽목항에 머물던 중 구조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으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보낸 편지라며 추모하러 오신 분들 앞에서 꼭 읽고 싶었다고 말했다.

생존 학생의 아버지는 무대에 올라 눈물로 범벅이 된 채 "살아서 힘들었다"고 말을 잇지 못해 참가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 아버지는 긴박했던 사고 당일 아침 딸과 통화하면서 "'객실내에 서 기다리라'는 세월호의 지시를 무시하고 '무조건 갑판으로 나오라'"고 말했다며, "살아 나온 아이들은 '구조'가 아니라 '탈출'해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사회연대'는 이날 '5.10 공동행동 선언'을 발표해 △ (대통령에게) 실종자들에 대한 신속한 구조와 수색작업에 끝까지 최선을 다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 (국민들에게) 범국민대책위원회와 국민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며 △ (국회에) 피해자 가족과 생존자들을 지속적,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안 제정을 요구하고 △ (국민들에게)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촛불을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안산시민사회연대는 이를 위해 다음주 토요일인 17일 서울광장에서 10만 촛불을 켜 달라고 국민들에게 거듭 호소했다.

이에 앞서 세월호 침몰사고를 추모하고 정부에 책임을 묻기 위해 나선 엄마들의 모임 '엄마들의 노란손수건'은 "거대한 자연의 힘앞에 불가항력적으로 벌어진 재앙이었다면 이렇게 억울하지 않다"며, "이번 사고에는 왜 이렇게 의혹이 많은가"라고 되묻고는 세월호의 불안한 출발부터 방치된 침몰, 선원들만의 탈출과 잘못된 구조 등 초기 대응, 재난관리시스템의 총제적 부재, 민간 잠수부의 접근 통제 등 문제점과 의문점을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

특히 '엄마들의 노란손수건'은 1천600억 원짜리 수상구조함 '통영함'이 사용되지 못한 것과 관련해 "정말 돈때문에 그런 것인지" 되묻고, 사고 발생 25일 지난 지금 추모집회에 나선 청소년들이 일당 6만원에 동원됐다거나 '종북세력' 운운하는 데 대해서는 "뭘 믿고 그런 악마 같은 소릴 하는가"라고 일갈했다.

또한 '노란손수건'은 "권한과 절차를 따지며 그 금쪽같은 3일간을 구조에 나서지 않았던 정부, 그 잔인한 현장을 앞에 두고 기념촬영과 좌파타령을 하는 정부여당의 고위 관료들이 끝까지 그런 식으로 한다면, 책임은 우리 국민이 지겠다"며 "꿈을 빼앗은 이 나라에 분노하고 행동하겠다. 반드시 기억하고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어서 권영국 민변 세월호진상규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사고 당일 해경 수사관이 세월호 선장을 자신의 집에 재우는 등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문제가 제기돼 특위를 발족하게 됐다며, "대통령을 포함해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를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국 위원장은 전날 유족들의 상경과 청와대 방문을 통해 KBS 사장으로부터 보도본부장의 사표를 수리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했는데, 하루가 지난 상황에서 보직변경에 그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며 "유족들의 가슴에 또 다시 대못을 박는 표리부동한 태도는 이제 그만두라고 간곡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은 "용산참사, 쌍용차 조합원들의 연이은 죽음이 줄을 이어 벌어졌지만 이에 눈길을 주지 않던 우리가 이제서야 우리 사회의 잔인한 모습을 제대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 월드컵이니 지방선거니 하는 정치놀음에 빠져서 세월호 참사도 또 잊어버리는 바보 같은 시민이 되겠느냐"고 물었고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박 소장은 "이제 가만히 있지 말자. 이제 행동하자. 잘못된 나라와 잘못된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꿔보자"며 "추모 분위기를 더욱 확산시키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싸워나갈 것이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의 책임을 끝까지 추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같은 장소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던 안산지역 고등학생들은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참사 등 여러 재난들이 쉽게 잊혀지는 것을 보아왔다며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만큼은 결코 잊지 말아달라고 외치고 싶었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또 어른들에게 당부했다.

뒤를 이어 지난해 7월 18일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다 파도에 휩쓸려 사망한 공주사대부고 학생들의 유가족들도 무대에 올라 "특검을 요구하는 희생자 가족들과 동참해 달라"며, 동병상련의 애도를 표했다.

이날 대회에는 경기굿위원회와 평화의 나무합창단, 노래패 '우리나라' 등이 추모 공연을 준비했으며, 가수의 꿈을 키우던 단원고 학생의 언니가 포함된 시민합창단이 '거위의 꿈'을 불러 참가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 일대에서 열린 '꼭 안아줄게-노란리본 잇기'행사 참가자들이 추모의 마음을 모아 노란풍선을 날렸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행사 참가자들은 단원고등학교 앞을 지나 촛불행동 대회장인 안산시 문화광장을 향해 행진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행사 참가자들은 단원고등학교 앞에서 안산문화광장까지 세월호 희생자들의 영정이 그려진 대형 걸개와 함께 행진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대회장인 안산문화광장에 마련된 '청와대에 띄우는 편지-행동하는 노란엽서'보내기 접수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안산문화광장에 설치된 노란리본 조형물에도 애도의 노란띠가 많이 걸려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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