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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남북갈등의 불씨, ‘무인기’

<친절한 통일씨> ‘북 소행’ 발표에 ‘공동조사’ 요구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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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5.12  02: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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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31일 백령도에서 발견된 소형 무인기. 국방부는 지난 8일 최종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3대의 무인기가 모두 북한에서 발진했다고 발표했다. [자료제공 - 국방부]

지난 8일 한.미 공동조사전담팀이 “최근 발견된 소형무인기 3대의 비행경로를 분석하여 북한의 소행임을 입증할 수 있는 명백한 과학적 증거, 스모킹 건을 증거로써 3대 모두 발진지점과 복귀지점이 북한 지역임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지만, 북한은 11일 국방위원회 검열단 대변인 담화를 통해 “‘조사 결과’라는 것은 논의할 일고의 가치도 없는 참으로 허망하고 해괴한 모략대본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남북 공동조사를 거듭 촉구했다. 이에 따라 남북 간에는 또 하나의 진실공방 사항이 추가됐다. 지금까지의 소형 무인기 관련 사안을 간략하게 정리해 본다.

무인항공기란?

무인기(無人機, Unmaned Vehicle)는 사람이 타는 유인기와 달리 사람이 타지 않고 운용할 수 있는 탑승 병기류로 각국에서 각종 무인항공기(UAV, Unmanned Aerial Vehicle)를 비롯한 여러 초기형 무인 무기체계가 운용되고 있다. UAV는 벌이 윙윙거린다는 뜻의 드론(drone)이라고도 불린다. UAV는 비행고도에 따라 고고도(HALE 45,000 ft 이상), 중고도(MALE 45,000 ft 이하), 저고도(LALE 20,000 ft 이하)로 나눌 수 있고, 크기에 따라 분류하기도 한다.

임무에 따라 무인 정찰기는 전자장치에 의해서 자동조종 또는 원격조종되며, 목표 상공에서 항공기 내에 장치된 자동 카메라로 목표를 촬영하거나 TV 카메라로 영상을 기지에 송신한다. 미국의 RQ-1 프레데터나 RQ-4 글로벌 호크, 일본의 FFOS 등이 있으며, 무장형 무인 정찰기로는 공대지 미사일 헬파이어를 탑재한 MQ-1 프레데터를 미군에서 실제로 운용하고 있다. 무인 공격기도 있다. 이스라엘이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비공식 국제협의체인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는 대량살상무기의 운반수단인 미사일은 물론 무인항공기에 대한 기술 통제를 실시하고 있다. MTCR은 무인 항공기 완성품의 획득은 물론 하위체계나 관련기술까지 국가 간 기술이전을 통제하고 있다. 국방연구원은 “MTCR의 영향으로 인해 군 소요를 충족할 수 있는 무인항공기의 적시적인 해외 획득은 불확실하며 무인항공기와 관련된 해외기술의 도입마저 불투명한 상태”라며 “우리나라와 같이 현존하는 적과 대치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무인항공기의 핵심기술과 체계개발에 대한 연구를 통해 독자적인 무인항공기 획득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요지의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북한은 1990년대 초반부터 무인타격기를 비롯한 무인기 개발을 추진해 발사 훈련까지 실시한 것으로 북측 언론에 의해 확인되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유난히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졌던 지난해 3월 20일, 조선인민군 항공군과 포병부대를 찾아 무인타격기와 대공미사일 발사 훈련을 현지지도했고, 북한 언론은 “오늘 초정밀 무인타격기들의 비행 항로와 시간을 적 대상물들이 도사리고 있는 남반부 상공까지의 거리를 타산(계산)하여 정하고 목표 타격 능력을 검열해보았는데 적들의 그 어떤 대상물들도 초정밀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이 확증되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연합뉴스>는 2011년부터 북측이 무인타격기를 개발 중이라는 첩보가 군과 정보 당국에 입수됐지만 실전 배치 사실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국방부는 지난 8일 “북한이 현재 운용중인 무인기는 대공표적 및 정찰용으로 ‘방현’Ⅰ,Ⅱ기 300여대와 시험.정찰용인 ‘쉬멜(Shmel)’ 10여대와 공격용인 무인공격기 10여대 미만을 운용하고 있다”면서 “신형 다목적 무인기인 두루미는 현재 개발 중”이라고 확인했다.

우리 군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고속 표적기 MQM-107D ‘스트리커(Streaker)’를 대공미사일 사격 훈련용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북한 무인기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4월 8일 경기 양주시의 한 정보대대에서 운용 중인 국산 무인정찰기 송골매의 훈련 모습과 내년부터 배치되는 무인기 ‘리모아이-006’을 공개했다. 국방부는 1991년 걸프전에서 미군 무인정찰기의 활약상을 보고 정찰용 무인기 도입사업을 시작해 2002년 육군 군단급 전방부대에 정찰용 무인기 ‘송골매’를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은 송골매 외에도 이스라엘에서 도입한 ‘서처’와 ‘스카이락-II’를 2005년과 2009년에 실전배치했으며 모두 작전반경이 100km에 달하는 고성능 무인기다. 또한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글로벌 호크가 2018년 실전배치되면 북한 전역을 정찰.감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잇따라 발견된 3대의 소형 무인기
 

   
▲ 파주 무인기가 찍은 청와대 상공 사진. <조선일보>가 단독 보도해 논란을 일으켰다. [자료제공 - 국방부]

우리에게는 다소 거리감이 있게 느껴졌던 무인기가 최근 추락한 3대의 소형 무인기가 발견됨으로써 주요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지난 3월 24일 파주에서 정체불명의 소형 무인기가 추락한 채 발견됐지만 당시는 특별한 대공용의점를 발견하기 어렵다며 큰 문제가 되지 않고 넘어간 듯 했다. 그러나 같은 달 31일 백령도에서 다시 소형 무인기가 추락한 채 발견되면서 무인기 문제가 전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가 4월 3일 파주 무인기가 촬영한 청와대 상공 사진 등을 공개함으로써 청와대 상공마저 방공망이 뚫렸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보유출과 언론사의 무책임한 보도까지 도마에 올랐다. 이어 주민에 의해 삼척 야산에서 6개월 전에 발견됐던 무인기를 4월 3일 수색 끝에 찾아냈고 4월 11일 국방부는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 “북한의 소행으로 확실시 되는 정황 증거가 다수 발견되었다”고 밝혔지만 ‘과학기술적인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잇따라 발견된 3건의 소형 무인기의 수준이 조잡하고 연료와 비행거리, 추락 당시의 상태 등을 이유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중간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북측이 14일 ‘국방위원회 검열단 진상공개장’을 통해 제2의 ‘천안함 사건’이라며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을 적시해 남북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물론 청와대는 북측의 공동조사 제의를 일축했고, 5월 8일 한.미 공동조사전담팀의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 3대 모두 북한지역에서 발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측은 국방위 검열단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와는 추호도 상관이 없다”고 부인했다.

<무인기 사건 일지>

3월 24일 파주에서 추락한 소형 무인기 발견
3월 28일 대공용의점 결론 못 내림
3월 31일 백령도에서 추락한 소형 무인기 발견
4월 3일 조선일보, 파주 무인기 촬영 사진 보도
4월 6일 삼척에서 추락한 소형 무인기 발견
4월 7일 전국 주요지휘관회의 개최, 대책 논의
4월 11일 국방부, 중간 조사결과 발표 (북 소행 확실시, 기체 공개)
4월 14일 북 국방위 검열단 진상공개장 발표 (부인, 공동조사 제안)
4월 15일 청와대, 북 공동조사 제의 거부
5월 8일 국방부, 최종 조사결과 발표
5월 11일 북 국방위 검열단 대변인 담화 (부인)


'북한 소행' 명백한 과학적 증거 VS '제2의 천안함 사건'

   
▲ 한.미 공동조사전담팀이 최종 조사결과 발표시 배포한 백령도 무인기 항로. [자료제공 - 국방부]

한.미 공동조사전담팀은 4월 14일부터 조사를 진행해 5월 8일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공동조사전담팀은 “최근 발견된 소형 무인기 3대의 비행경로를 분석하여 북한의 소행임을 입증할 수 있는 명백한 과학적 증거(Smoking Gun)로서 3대 모두 발진지점과 복귀지점이 북한지역임을 확인하였다”고 발표했다. “소형 무인기 3대 모두 다수의 우리 군사시설 상공을 이동하도록 계획되었고, 2대(백령도․파주 추락 소형 무인기)에서 비행경로의 근거가 되는 사진을 확인하였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백령도에서 3월 31일 발견된 소형 무인기는 발진지점과 복귀지점이 해주 남동쪽 약 27 km 지점임을 확인했고, 비행계획과 사진촬영 경로가 일치했으며, 특히, 비행조종컴퓨터에 저장된 실제 50분 동안 비행기록이 비행계획과 정확히 일치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파주에서 3월 24일 발견된 소형 무인기는 발진지점과 복귀지점이 개성 북서쪽 약 5km 지점임을 확인했고, 비행계획과 사진촬영 경로가 일치했으며, 삼척에서 4월 6일 발견된 소형 무인기는 발진지점과 복귀지점이 평강 동쪽 약 17km 지점임을 확인했으나, 사진자료가 없어 비행계획과 사진촬영 경로의 일치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공동조사전담팀은 3대 무인기의 발진.복귀지점 좌표와 주요 항로점 좌표를 공개했으며, 비행설정고도와 사진촬영고도, 비행계획과 비행기록, 사진촬영 경로가 담긴 지도도 공개했다. 김종성 국방과학연구소(ADD) 무인기(UAV)사업단장은 최종 결과발표 브리핑에서 “중국의 무인기와 외형이나 기타 제원상 특성이 매우 유사한데 북한은 홍콩을 경유해 중국에서 개발한 이들 무인기를 수입해 복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백령도에서 추락한 무인기는 비행계획상 420여㎞나 됐다”고 밝혔다. 백령도 무인기는 423㎞, 파주 무인기는 133㎞, 삼척 무인기는 150㎞가 당초 입력된 왕복 비행거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무인기 발견 초기부터 숱한 의혹들이 제기돼 왔다. 무인기의 수준이 조악하고 촬영사진의 화질이 '구글 어스'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이 먼저 꼽혔다. 또한 연비 등을 감안했을 때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겠느냐는 문제제기나 기체에 그을음이 없는 상태에서 파손 없이 추락한 점, 배터리에 사용된 한글 서체 등도 의혹으로 떠올랐다. 공동조사전담팀이 최종 발표한 무인기들의 발진좌표를 구글 어스를 이용해 검색한 결과 전답, 도로, 산중턱으로 나타나 무인기 발사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 한 네티즌으로부터 제기되기도 했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4월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무인기라는데 왜 아래아 한글 서체가 붙어 있느냐.. 북한의 무기는 보통 ‘주체 몇년’같이 연호를 사용하는데 그것도 없다”, “북한 무인기라면 왕복 270㎞를 날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5㎏의 가솔린을 탑재해야 한다.. 12㎏짜리 무인기가 5㎏ 배터리를 장착하면 뜰 수가 없다고 한다” 등 문제를 제기하고 “북한에서 보낸 게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홍익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4월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부 관계 당국 자료에 따르면 작년 9월부터 이미 20여대 이상이 확보됐다며 보고를 들었느냐”면서 “이런 북한의 무인정찰 활동이 100여 차례 이상 (있었던 것으로)정보당국에서 파악했고 이 내용을 보고했는데 상급기관에서 묵살했다는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북한은 국방위원회를 내세워 줄곧 자신들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4월 14일 국방위원회 검열단 진상공개장을 통해 정부의 중간 조사결과 발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또한 “또 하나의 ‘천안’호 사건을 조작하는 것으로 제2의 ‘5.24대북조치’를 취하여 북남관계를 영원한 대결관계로 만들어놓으려는데 있다”고 남측의 의도를 경계했다. 특히 “‘천안’호사건을 포함한 모든 ‘북소행’관련 사건들을 공동조사하자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민족의 거대한 관심속에 진행될 진상조사에는 남조선의 ‘국가안보’를 총괄한다는 청와대 김장수안보실장이 남측을 대표하여 나오면 될 것”이라고 김장수 실장을 적시해 눈길을 끌었다.

최종 조사결과에 대해서도 국방위원회 검열단은 11일 대변인 담화를 발표, “기억기(메모리)를 통해 입력좌표를 얻어내고 그에 근거하여 ‘북소행’을 입증했다고 하였다”며 “과학과 기술의 시대에 기억기내용을 변경조작하거나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재입력하는 것쯤은 초학도라고 해도 손바닥을 뒤집는 것처럼 수월하다”고 일축했다. 역시 “무엇보다 온 남조선땅이 초상집으로 화하고 울분에 찬 절규가 그대로 ‘대통령탄핵’ 요구로 번져지고 있는 최악의 ‘정권’위기가 닥쳐오자 그로부터의 출로를 ‘무인기사건’에서 찾아보려는데 박근혜패당의 어리석은 속심이 있다”고 정치적 해석을 가하고 “떳떳하다면 뒤골방에서 주먹질해대지 말고 지금이라도 우리의 공동조사제의에 응해나와야 할 것”이라고 재강조했다.

지리한 '말 대 말' 공방만

최종 조사결과 발표시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의 행위는 정전협정과 남북 불가침 합의를 위반한 것으로 명백한 군사 도발”이라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는 한편 정전협정에 근거해 유엔사를 통해 경고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남북간 군사문제를 다룰 협의체는 없는 실정이고, 유엔사를 통하더라도 북한 군부가 호응하지 않으면 만남 자체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다룰 만한 국제기구도 딱히 없다. 결국 남북간 지리한 ‘말 대 말’ 공방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해 드러난 방공망의 허점은 당장 시급한 문제다. 김민석 대변인은 “국방부는 군사적 대응 방안으로 북한의 소형 무인기 위협에 대응해 탐지.식별.타격체계를 최단 시간 내에 발전시키기로 했다”며 “북한의 소형 무인기를 탐지하기 위해 10대 미만의 이스라엘제 저고도레이더를 올해 안에 긴급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육군이 운용하는 저고도레이더 TPS-830K로는 북한의 소형 무인기를 탐지할 수 없기 때문에 이스라엘 라다의 RPS-42 등을 구매해 배치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같은 임기응변식 대응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은 “슬쩍 뭘 보여주기만 해도 국방정책이 수정되는 공포의 확산구조는 적이 갖고 놀기에 딱 알맞은 구조”라며 “이것은 군사에 대한 본질에 천착하기보다는 여론에 민감한 관료정치의 폐해”라고 꼬집었다.

이 와중에 <YTN>은 10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등장하는 뉴스 배경화면에 무인기를 합성해 넣어 네티즌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 YTN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동정을 보도하면서 무인기 사진을 합성해 넣어(왼족) 말썽을 빚고 있다. [자료제공 -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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