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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막내기자 "당연히 KBS 꼴도 보기 싫을 것"

 

유가족 목소리·정부 비판 축소보도… “보도 잘못했다, 반성 리포트 내자”
김수정 기자  |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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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5.14  15: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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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KBS 38~40기 막내기자들이 사내 게시판에 ‘반성합니다’라는 말머리를 단 글을  잇따라 올렸다. 세월호 참사 보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자성과 현장에서 자신들이 ‘기레기 중 기레기’로 불리고 있다는 아픈 고백이었다. 막내들의 반성문 이후, KBS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사건’이 터졌다. 8일부터 9일까지 단 이틀 간, 김시곤 보도국장의 ‘세월호-교통사고 사망자 수 비교 발언’ 등을 비롯한 KBS 보도에 분노한 유가족들의 항의방문, 김시곤 보도국장의 ‘끊임없는 길환영 사장의 보도 개입’ 폭로, 청와대 앞 밤샘 농성, 길환영 사장의 사과 등의 일이 벌어졌다.

   
▲ 14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조합원 총회가 열렸다. 조합원들이 "청와대 부역사장 길환영은 퇴진하라", "전사원 똘똘 뭉쳐 부역사장 몰아내자"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14일 정오,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청와대 부역사장 길환영 퇴진'을 주장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이하 새 노조) 총회가 열렸다. 제일 처음으로 사내 게시판에 반성문을 올린 KBS 보도국 사회부 38기 강나루 기자도 이날 총회에 참석했다. 발언대에 올라 ‘막내들이 반성문을 쓰게 된 까닭’을 밝힌 강나루 기자는 이날 새 노조 조합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강나루 기자는 “모 선배의 말처럼 누구를 선동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그 글을 올렸다”며 “이런 식으로 있다가는 (KBS가)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없는’ 조직이 되겠다 하는, 참담한 심정으로 글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강나루 기자는 “처음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팽목항에서 가족들과 같이 밥도 먹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팽목항에 갈 수가 없었다. 갈 때마다 가족들이 저희를 향해 눈을 흘기는 게 현장에서는 바로 느껴졌다. 데스크에서는 그걸 느낄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얘길 하면 어떤 선배들은 독려하는 의미에서 한 말이라고 하는데, KBS면 욕을 먹는 게 당연한지 묻고 싶다. 그게 어떻게 격려하는 의미에서 욕을 하는 건지…”라며 울먹였다.

또한 “한 종편은 유가족을 생중계하는데 저희는 죽은 목소리마나 담고 그것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대통령이 처음 왔을 때, 가족들이 정부가 빨리 해야 한다고 항의하는 목소리를 냈는데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그건 원고에서 배제됐다. 박수소리만 나갔다”고 말하며 “가족들이 실망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가족들이어도 당연히 KBS 꼴도 보기 싫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가족들의 KBS 앞 항의방문에 꿈쩍 않던 길환영 사장이 청와대 농성 직후 바로 사과한 점도 질타했다. 강나루 기자는 “가족들이 추운 곳에서 영정 들고 소매 훔치며 울고 있을 때 사장 어디 있었나”라며 “얼굴 코빼기도 안 비치다가 다음날 정무수석이 한 마디 하니까 노란 리본 달고 와서 ‘죄송하다’ 했다. 그 죄송하다는 게 진짜 죄송해서 한 얘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8~40기 막내기자들을 대표해. 사측에 KBS 메인 뉴스 <뉴스9>에 ‘세월호 보도를 잘못했습니다’라며 반성하는 리포트를 할 것을 요구했다.

다음은 강나루 기자의 발언 전문.

   
▲ 가장 먼저 사내 게시판에 '세월호 보도 반성문'을 올려 KBS 38~40기 막내기수들의 '반성문 행렬'을 이끌어 낸 강나루 기자. 14일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 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안녕하십니까. 보도국 사회부 38기 강나루입니다. 다시 한 번 인사드립니다. 일단 38기 이하 40기까지 KBS 조직에서 거꾸로 세 기수를 셋을 때 제일 마지막 기수가 반성문을 올린 것들이 이번 사태로 이어지는 데 큰 촉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건 여기 계신 노조 선배님께서 저 아이들이 어떤 생각과 어떤 고민을 가지고 글을 올렸을까 고민하셨을 것 같아서 먼저 손을 들었습니다.

세월호 사고가 나고 나서 일단 바로 진도 현장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사고 현장 간 첫날부터 나흘 동안 배를 타고 있었고, 최근에 나온 노보에서 그 얼굴 없는 기자가 바로 접니다. 그러니까 가장 현장에서 가까웠던 기수들이 38~40기입니다. 왜 반성문을 올렸냐? 모 선배의 말처럼 누구를 선동하기 위해서 저희가 그 글을 올린 게 아닙니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올린 것도 아니고,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이러고 있다간 안 되겠다, 내가 사랑하는 KBS 조직이 이런 식으로 있다가는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조직이 되겠다 이런 생각으로, 참담한 심정으로 글을 올린 겁니다. 저희들이 어떤 목적을 취하는 것도 아니고. 현장에서 저희가 느낀 거는 유가족들이 저희가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팽목항에서 점심도 거기서 해결하고 가족들과 같이 육개장도 먹고. 저희도 밥은 먹어야 되니까.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팽목항에 갈 수가 없는 거예요. 갔을 때마다 점점 가족들이 저희를 향해서 눈을 흘기는 게 현장에서는 바로 느껴집니다. 데스크에서는 그걸 느낄 수가 없어요. (침묵/박수)

이런 얘길 하면, 어떤 선배들은 KBS가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잘하라는 의미에서 독려하는 거고,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때도 그런 식으로 원래 KBS 욕을 먹었다 이런 얘기를 했는데 (울먹) 그러면, KBS면 욕을 먹는 게 당연한지 그걸 묻고 싶어요. 그게 어떻게 격려하는 의미에서 욕을 하는 건지… (침묵)

저희는 가족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지 못했고, 구조작업이 지지부진하다고 가족들이 그렇게 얘기를 하면 당연히 가족들의 의견을 받아서 팩트 취재한 다음에 뉴스를 내보내는 게 상식이라고 생각하는데 ‘가족들이 격앙돼 있으니까 그 얘기는 온전히 받을 수 없다’. 한 종편에서는 유가족들을 생방송에 앉혀놓고 생중계를 하는데 저희는 죽은 목소리만 담고 있는데… 그것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또, 정부가 구조작업이 지지부진할 때 비판적인 보도를 해서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해야 되는데, 대통령이 체육관에 처음에 왔을 때 뭐 백 명이 다 그런 건 아니겠죠. 하지만 그 가족들이 자식 살려달라고 하면서 대통령에게 정부가 빨리 해야 한다고 항의하는 목소리를 냈었는데,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그건 원고에서 배제됐습니다. 그리고 박수소리만 나갔습니다. 가족들이 실망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족들이어도 당연히 KBS 꼴도 보기 싫을 거예요.

그리고 원칙도 없고 기준도 없는 속보 보도를 통해서 유가족 가슴에 다시 한 번 못을 박았습니다. 전원구조부터 시작해서 시체가 다수 엉켜있다는 보도까지도 저희가 반성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장면들이 현장에서 우리를 기레기라고 부르는 이유라고 생각하지만, 모두 다 동의하진 않지만 그들의 심정은 다 이해합니다. 저희가 기레기라고 불리고 있을 때 회사는 뭘 하고 있었는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그날, 5월 8일날 어버이날, 가족들이 분향소에 있던 영정사진을 다 들고 저희 회사 앞으로 찾아왔을 때 아시는지 잘 모르겠지만 막내 수습부터 젊은 기자들이 다 집회 현장에 와 있었어요. 그리고 유가족들이 거의 새벽 1시인가 2시까지, 3시간~4시간 추운 데 밖에서 떨고 있는데 자기 자식들의 영정 사진을 소매 훔치면서 울고 있는데 그때 사장 어디 있었습니까? 그때 사장이 가족들 앞에 와서 사과했습니까? 얼굴 비쳤습니까? 해명했습니까?

그리고 다음날 어땠습니까? 언제 나타났습니까? 청와대 왔을 때 그대 나타났습니다. 가족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KBS에 바로 영정 들고 왔을 때는 얼굴 코빼기도 안 비치다가, 다음날 정무수석이 한 마디 하니까 쪼르르 달려와서 달지도 않았던 노란 리본 달고 와서 “죄송하다”고. 그 죄송하다는 게 진짜 죄송해서 한 얘긴지 잘 모르겠습니다. 유가족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정리하겠습니다. 총회에서도 저희는 <뉴스라인>이나 광장(<뉴스광장>)이 아닌, KBS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그리고 상징성 있는 9시 뉴스에 ‘저희가 이런 부분 보도를 잘못했습니다’, ‘전원구출 오보했습니다’ 이렇게 반성하는 리포트해야 된다고 강력히 주장했고 9시 뉴스에 들어갈 겁니다. 9시 뉴스에 들어갈 때까지 싸울 거고 내일 기자들도 분향소에 단체로 조문하기로 했습니다. 전에 파업했을 때, 저희 기수가 파업둥이라고 불릴 정도로 저희가 열심히 파업했습니다. 이번 세월호 사고 이후에도 이미 많은 움직임이 보였던 것처럼 많은 선배님들도 힘 모아주실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노조원들은 세월호 보도를 비롯해 공영방송으로서 KBS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을 반성하며,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사진=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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