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현장] 고(故) 심미선·신효순 양의 12주기 추모음악회

 
기사 관련 사진
▲ 민중의례 중인 참석자들 고(故) 신효순, 심미선양의 12주기 추모음악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관련사진보기


12일 오후 7시,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선교교육원 앞 정원에 사람이 몰려들었다. 가슴에, 모자에,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단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정원에 마련된 의자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준비한 의자가 부족해서 많은 사람들이 서서 음악회를 지켜보았지만, 불쾌해하거나 자리를 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치인에서부터 시민단체 관계자, 백발의 노인부터 어린 중학생까지 50여 명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해 세상을 떠난 고(故) 심미선·신효순 양의 12주기 추모음악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아이들의 넋이 자주와 평화의 희망으로 피어나기를..."

사단법인 민족미술인협회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 준비한 추모음악회는 예정보다 조금 늦은 7시 15분께 시작했다. 음악회는 김경호 향린교회 목사의 하모니카 연주로 막을 열었다. 김 목사는 연주에 앞서 "아이들의 넋이 자주와 평화의 희망으로 피어나기를 바란다"며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담아 연주하겠다"고 말했다. 김경호 목사가 하모니카로 '아리랑'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연주하는 동안 많은 참석자들이 눈을 감고 조용히 음악을 감상했다.

김씨의 연주와 민중의례가 끝난 후, 추모사를 맡은 이은선 세종대학교 교수가 나와 마이크를 붙잡았다. 이은선 교수는 "오늘 우리 주변에 죽음이 만연해 있다"며 "우리는 어느 사이 죽음에 무뎌지게 되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씨는 효순·미선양의 희생과 세월호 참사를 병치시키며 국가권력을 비판한 후 희망에 대해 얘기했다. 이씨는 "촛불의 지속성이 신뢰의 그루터기가 된다, 그 그루터기에서 어떤 거대한 제국, 거짓과 불의도 결국은 물리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의 잎새가 돋아나는 것을 본다"고 추모사를 마무리 지었다.
 
기사 관련 사진
▲ 대금을 연주 중인 한충은 KBS 국악관현악단 부수석 한충은 KBS 국악관현악단 부수석이 고(故) 신효순, 심미선 양의 12주기 추모음악회에 참석하여 대금을 연주하고 있다.
ⓒ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관련사진보기


추모사 이후 권정호 변호사가 객석 앞에 섰다. 권씨는 2002년 사건부터 지금까지 효순·미선양을 기리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왔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했다. 권씨는 "미국을 배척하자는 것이 결코 아니라 상호 평등한 호혜적 관계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씨의 발언 이후 음악회의 본무대가 시작됐다. 대금과 기타, 노랫소리가 어우러졌다. 사람들은 아는 운율이 나오면 따라서 흥얼거리기도 하고, 고개를 까닥거리기도 했다. 눈을 감고 악기소리를 듣다가 눈물을 훔치는 관객도 있었다.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가 터져 나왔지만 환호성은 없었다. 추모음악회는 잔잔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날 대금을 연주한 한충은 KBS 국악관현악단 부수석은 오늘 참석 이유를 묻는 <오마이뉴스>의 질문에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연주를 해달라는 부탁을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상처가 아물고 딱지가 질 때까지는 행사에 계속 와야 하지 않겠나, 앞으로도 당연히 참여할 것"고 말했다. 한씨는 이어 "앞으로도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야한다, 돈과 권력이 지배하는 세상을 문화와 예술과 사랑으로 무너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도종환 "눈물의 힘과 슬픔의 힘을 모아서 세상을 바꾸자"
 
기사 관련 사진
▲ 국화꽃을 헌화 중인 도종환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이 고(故) 신효순, 심미선 양의 12주기 추모음악회에 참석하여 추모비에 국화꽃을 헌화하고 있다.
ⓒ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관련사진보기


다음으로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추모시 낭송 순서가 있었다. '길'이라는 제목의 추모시는 효순·미선뿐만 아니라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함께 기리는 시였다. 

시 낭송 후 도종환 의원은 "이 나라가 아픔을 잊어버리고 싶어한다"며 "하지만 눈물이 우리에게 하던 말을, 눈물이 우리 얼굴 위에 쓰던 젖은 글씨를 어떻게 잊느냐"고 말했다. 도 의원은 "눈물의 힘과 슬픔의 힘을 모아서 세상을 바꾸자"고 말했다. 주최측은 "아직 도종환 시인이 추모시를 다듬고 있는 중"이라며 "완성될 때까지 전문을 공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의원실 보좌진과 함께 온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작년과 재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석했는데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며 "효순·미선양이 살아있었으면 딱 나 정도의 나이다, 원래 숨 쉬고 있었어야 할 사람들이 묻힌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하지만 슬픈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 그분들의 슬픈 죽음보다 더 슬픈 일"이라며 "국민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겠다고 하니 경찰이 막았다, 국회의원이 나서니까 그제야 허가를 해줬다"고 안타까워했다.

중학교 1학년 학생 "무척 슬프다는 것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모든 연주가 끝난 후 추모음악회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일어서서 한 사람씩 손에 국화꽃을 들었다. 참석자들은 효순·미선 추모비에 국화꽃을 꽂으며 헌화했다. 엄마의 손을 붙잡고 함께 온 김소흔(13)양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2002년에 엄마가 나와 함께 촛불 시위에 나선 것으로 안다"며 "세월호 참사와 겹치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양은 "머리가 복잡해서 정확하게 내 감정을 표현할 수는 없지만 무척 슬프다는 것 하나만큼은 분명하다"고 얘기했다. 

참석자들은 이후 다과와 함께 담소를 나눈 후 내일 행사를 위해 추모비를 트럭에 옮기는 것으로 이날 음악회를 마무리 지었다. 추모음악회는 고(故) 심미선·신효순 양 12주기 추모행사의 일환으로 열렸다. 13일 오전 11시에는 당시 사고가 발생했던 경기도 양주시에서 효순·미선로(路) 선포, 표지판 설치 등을 포함한 현장추모제가 예정되어 있다. 이어 평통사는 오후 3시부터 서울 대한문 앞에서 효순·미선양을 기억하기 위한 분향소 설치 및 운영을 할 예정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