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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해경 '핫라인' 통화 내용 보니 '한심'

청와대, 세월호 침몰 당시 "큰일났네, VIP보고 끝났는데"

곽재훈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7.02 11:14:07

 

 

 

 

 

 

 

세월호 사고 당일 청와대와 해양경찰(해경) 간의 핫라인 통화 내용이 공개됐다.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우원식,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 정부기관과 해경 상황실 간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후 1시 16분까지도 해경은 '생존자 370명'으로 알고 있었다. 해경은 청와대 위기관리상황실과의 통화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것으로 생존자 370명이라고 한다"며 "진도 행정선에서 약 190명 승선하고 있었다고 한다"고 보고했다. 약 30분 후 청와대 국가안보실 상황반장이 해경에 전화를 걸어 "인원 변동사항 있느냐"고 묻자 해경은 "370(명)도 정확한 게 아니라고 한다"고 했다. 
 
1시간여 후인 2시 18분, 청와대가 다시 전화를 해 "VIP께 5분 후에 보고 올라가야 한다. 인원 정리 한 번 해달라"고 요청하니 해경은 "저희도 파악 중인데 370명은 잘못된 보고"라고 했다. 
 
이후 2시 36분에 비로소 상황 파악이 된 해경이 신원 확보된 생존자·사망자를 "166명"이라고 통보하자 청와대는 대경실색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166명 구조, 2명 사망이면 (370명에서) 202명이 사라진 것 아니냐"며 "166명이라고, 큰일 났네. 이거 VIP까지 보고 다 끝났는데"라고 탄식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제 사태 파악이 된 듯 "지금 바다에 있을 가능성도 없고 나머지 310명은 다 배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냐"며 "아까는 190명 구조했을 때 너무 좋아서 VIP께 바로 보고했거든"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대본에서 발표한 것도 해경청에서 보고받아 발표했을 것 아니냐"며 "368명으로 거기도 완전 잘못 브리핑된 거네. 이거 여파가 크겠는데"라고 우려했다. 청와대 상황실이 위기관리 컨트롤타워는커녕 대통령 보고를 위한 명단 파악과 사건이 미칠 여론의 파장을 살피느라 전전긍긍했던 셈이다.
 
그러나 이날 저녁 5시 30분경 중대본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들을 발견하거나 구조하기가 힘이 드느냐"고 묻는 등, 희생자들이 배 안에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안보실에서 대통령에게 정확한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보고 과정도 문제…청와대가 먼저 해경에 전화
 
청와대와의 통화 내역을 보면, 청와대는 해경에서 보고를 받은 것이 아니라 해경에 먼저 전화를 걸어 사고 내역을 물었다. 오전 9시 32분, 청와대 위기관리상황실이 해경에 전화해 "진도에서 여객선 조난 신고 들어왔느냐", "심각한 상황인가?"라고 묻자, 해경은 "지금 심각한지 배하고 통화중인데, 일단 배가 기울어서 침수 중이다. 아직 침몰은 안 됐다"고 최초 보고했다. 
 
20여분 후 청와대에서 재차 "구조작업 하고 있나"라고 묻자 해경은 "아직 구조 단계는 아니고 지금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고 답한다. 청와대가 "상선이 구조작업 중이라는데?"라고 되묻자 "지금 현장 지원하고 있다. 지금 뛰어내린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라고 했다. 
 
오전 10시 20분, 청와대가 다시 한 번 재촉을 했다. "빨리 인원만 확인해가지고 다시 한번 전화를 주시고요, 지금 계속 좌측으로 넘어가고 있잖아요? 어느 정도 걸릴거 같습니까?" 해경의 답은 이랬다. "저희들도 모르겠습니다."
 
10시 37분에 대통령으로부터 해경 청장에게 최초 지시가 하달됐다. 청와대 위기관리상황실 관계자는 해경에 전화를 걸어 "해경 청장님 어디 계시냐"며 "VIP(대통령을 지칭) 메시지 전해드리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해경에 "첫째, 단 한 명도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하라", "다음, 여객선 내에 객실·엔진실 등을 포함해서 철저히 확인해 가지고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하라"는 지시를 전했다. 
 
"해경, 구조 헬기를 의전용으로 빼돌려"
 
우원식 의원은 특히 한 상황실 관계자와 지방청과의 통화를 통해, 해경이 해양수산부 장관과 해경청장 등 고위공직자들 이동을 위해 구조헬기 운용 능력을 스스로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해경 상황실장은 사고 당일 정오께 제주해경청과의 통화에서 "해수부장관이 무안공항으로 가신다고 한다"며 "무안공항으로 오면 무안공항에서 현장으로 가보신다고 (한다). 팬더512(헬기 편명)를 지금 중지, 임무중지하고 무안공항 가서 연료 수급받고 대기하라"고 지시한다. 제주청은 이에 반발하며 "누가 그러냐? 본청에서 누가 그렇게 지시를 하냐고?"라고 되묻고 "아니, 구조하는 사람을 놔두고 오라 하면 되겠냐"고 따진다. 
 
그러나 해경은 10분 후 다시 제주청에 전화해 "(해경 본청) 경비국장이 '장관님 (이동) 편성차 헬기 이동시키지 말고 어차피 유류 수급하러 무안공항으로 간 김에 유류수급하고 잠깐 태우고 오라'고 한다"며 "장관 편성차 이동한다고는 애기하지 말라"고 한다. 상황실은 "실제로 유류수급도 하면서 장관편성해서 이동하라"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이에 대해 "현장에서 구조중인 헬기를 급유 핑계로 이동할 것을 지시"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보다 앞선 같은날 오전 10시경, 해경 본청과 인천해양경찰서 간의 통화에서 해경은 "기상 상황 어떠냐"며 "일단 이륙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요청한다. 해경 상황실 근무자는 그러면서 "청장님이랑 타고 나가실 수 있다"며 "그래서 준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인천서 측이 "저희가 직접 구조(하는) 임무보다는 청장님 입장할 수 있게끔 준비하라는 건가?"라고 묻자 본청 상황실이 "네"라고 확인했다. 
 
우 의원은 이날 국정조사에서 김석균 해경 청장을 세워두고 "당신 때문에 헬기가 못 떴다"며 "우리 국민을 죽게 놔뒀다고 생각지 않느냐"고 맹렬히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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