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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돔, 자리돔, 참돔, 다금바리…생태와 이름 내력이라도 알면 금상첨화

제주 그 다금바리는 다금바리가 아니다

황선도 2014. 07. 21
조회수 13765 추천수 0
 

생생 수산물 이야기 ③ 제주의 돔

 

2m까지 자라는 초대형 돗돔, 암수 한몸에서 성전환까지 자유자재 감성돔

 

open cage_800_17604.jpg» 130㎝에 33㎏까지 자라는 돔인 다금바리. 본명은 자바리가 맞다. 사진=오픈 케이지, 크리에이티브 코먼스

 
■ 옥돔구이 먹을까? 자리물회 먹을까?
    
제주도에 여행가서 한번쯤은 먹어본 생선 중 하나가 옥돔구이일 것이다. 옥돔(옥돔과, Branchiostegus japonicus)은 영어로 말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호스헤드(Horsehead)’로 불리며, 붉은 타일을 바른 것처럼 항상 아름다운 색을 나타낸다 하여 ‘레드타일피쉬(Red tilefish)’로 불린다. 
 
동서를 막론하고 우리나라에서도 구슬 옥(玉) 자를 쓰는 것을 보면 특이한 형태와 반짝거리는 아름다운 붉은색을 띠는 물고기라 수산시장의 좌판에서도 쉽게 눈에 띈다. 일본에서는 단맛이 나는 붉은 생선이라는 뜻의 ‘아카아마다이(アカアマダイ)‘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그 맛 또한 일품으로 구이뿐 아니라 옥돔미역국, 조림, 죽, 회 등 옥돔을 가지고 해먹지 못할 요리가 없다.
    
옥돔의 형태를 자세히 살펴보면, 체형은 비교적 직사각형으로 옆으로 납작하며 이마 부분이 심하게 휘어져 있어 마치 말의 머리를 연상하게 한다. 몸 색깔은 대체로 붉은빛을 띠며 가슴지느러미 끝 바로 위에 황색 가로줄 무늬가 2∼3개 있다. 
 
머리는 전체적으로 붉고 눈 뒤 가장자리에 삼각형의 흰색 무늬가 선명하게 나타나는 것이 유사종인 옥두어류와 구별되는 특징이다. 머리의 등 쪽 정중선에는 1개의 검은색 띠가 눈 사이에서 등지느러미 앞까지 보인다. 꼬리지느러미에는 3~4줄의 황색 세로띠가 선명하게 나타나며 상반부는 붉은빛을, 하반부는 회청색을 띤다.
 
do1.jpg» 옥돔(옥돔과, Branchiostegus japonicus)
 
옥돔은 고급어종으로 살이 매우 희며 맛이 좋아 구이, 죽, 회 등으로 먹는다. 특히 옥돔미역국은 옥돔과 미역을 넣어 끓이는데 비린 맛이 전혀 없고 맛이 시원하고 담백하여 해장국으로 좋다. 
 
제주도에서는 산후 몸조리에 특효가 있다 하여 미역을 넣고 끓인 생옥돔국이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메뉴이다. 몸의 필수구성성분인 단백질과 미네랄이 풍부하여 성장기 어린이나 입맛을 잃은 노인들에게 좋고, 칼로리가 낮아 비만인 사람에게 적합하니 다이어트 식품이라 할 수 있다.
 
do2.jpg» 진공 포장된 옥돔. 제주에서 세 번째로 많이 팔리는 생선이다. 
 
옥돔은 수온 16∼20도의 따뜻한 해역에 바닥이 모래질 또는 모래 진흙인 20∼150m 수심에서 주로 살며, 10∼11월의 수온 18도 전후로 100m 정도의 깊은 수심에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 자라면 45㎝까지 성장하며 6세까지 산다고 보고되었지만 옥돔에 대한 생태학적 연구가 미미하여 수산자원관리를 위한 정보가 요구되고 있다.
    
제주산 옥돔은 제주도에서 양식넙치, 갈치, 참조기에 이어 네 번째로 수익을 올리는 고부가가치 수산물이다. 옥돔과에 속하는 어류로 옥돔, 옥두어(Branchiostegus auratus), 등흑점옥두어(Branchiostegus argentatus) 등이 있는데, 이들의 생김새가 비슷해 건조시킬 경우 값비싼 옥돔과 나머지를 구별하기 어려워 옥두어류가 제주산 옥돔의 상품가치를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돼왔다. 
 
실제 제주시 동문 재래시장에서는 관광객이 수산물 좌판에 펼쳐진 옥돔이 진짜 제주산이냐를 놓고 승강이를 벌이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연구기관에서 옥돔과 옥두어류를 가려내는 디엔에이(DNA) 분자 마커를 개발해서 옥돔의 진위를 쉽게 판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고, 상인들 또한 자체 정화에 의해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였다고 하니 이제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do3.jpg» 옥두어(옥돔과, Branchiostegus auratus).  

do4.jpg» 등흑점옥두어(옥돔과, Branchiostegus argentatus) 사진=김준상 조사원,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옥돔과 비슷한 종의 하나가 제주도 모슬포에서 흑돔이라 부르는 등흑점옥두어다. 최근 어획량이 증가하고 어가도 옥돔의 70% 정도이라고 하니 자원이 감소한 옥돔을 대체할 수 있는 어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등흑점옥두어 최대 체장은 40㎝ 정도이며 성숙연령은 2∼3세이며 생물학적 최소 체장은 19㎝인데, 주로 21∼27㎝가 대부분 기선저인망에서 어획된다고 한다. 현재 잡히는 크기가 무리의 절반이 산란을 할 수 있는 최소 성숙 크기보다 크므로 아직은 자원관리에 적합 것으로 본다. 
    
몸은 길고 납작하며 머리 앞 부분이 급경사를 이뤄 언뜻 보면 옥돔과 구별하기 어렵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눈 아래에서 위턱까지 2개의 흰색 줄무늬가 이어져 있어 눈 뒤에 삼각형의 은백색 무늬가 있는 옥돔과 구별할 수 있다. 몸의 등 쪽은 담적색을 띠어 황갈색인 옥돔과 다르며, 등지느러미에 검은 반점이 세로띠를 이루고 가슴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 위 가장자리가 검은색을 띠어 구별할 수 있다.

 

■ 지역마다 다른 자리돔의 미묘한 차이

 
제주에서 여름에 물회를 찾으면 당연 자리돔(자리돔과, Chromis notata)을 썰어 만든 자리물회를 추천한다. 자리돔은 돔자 항렬을 쓰는 사촌 중 가장 작고 못생겼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지지만, 과거에 제주도 서민들에게는 배고픔을 달래 주고 단백질과 칼슘 공급원의 역할을 해왔기에 더할 수 없이 고마운 존재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자리돔 잡는 것을 ‘자리 뜬다’라고 한다. 이는 ‘테우’라는 전통 배를 타고 그물로 떠내는 방식으로 고기를 잡아왔기 때문이다. 
 
자리돔을 가지고 만든 요리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리물회이다. 제주 어민들은 자리를 잡다가 끼니때가 되면 자리돔을 뼈째 썰어 야채와 양념을 섞은 다음 물을 부어 마셨다. 자리물회는 변변한 먹을거리를 준비하지 못했던 어로 현장의 부산물이라는 이야기이다. 
 
제주 특산이 된 자리물회는 자리가 잡히기 시작하는 유채꽃이 필 무렵부터 먹기 시작한다. 이때 잡히는 자리는 뼈가 아직 여물지 않아 뼈째 썰어 먹기에 적당하기 때문이다. 
 
맛이 담백하고 기름기가 적어 소화가 잘돼 와병 후 회복기 환자에게 좋고, 열량이 낮아 비만인 사람에게 적합하다. 협재 해수욕장 앞 비양도에 꽃멸이라 부르는 샛줄멸 잡이를 알아보러 갔다가 만난 어촌계장 아주머니의 손에 이끌려 집에서 만들어준 시원한 자리물회는 잊을 수가 없다. 
 
세꼬시처럼 뼈째 통째로 써는데, 아주 얇게 썰어 억세지 않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는 작아도 뼈가 억세기 때문이다. 시원하게 얼음을 띄워 물에 말은 자리물회를 한입 떠 넣고 씹는데, 뒤에 남는 향의 여운이 제 맛이다.
 
do5.jpg» 자리돔 물회.

 
자리돔의 몸은 길쭉한 난형이며 옆으로 납작하다. 눈은 몸 크기에 비해 큰 편이며, 입은 작고 둥글다. 등 쪽과 아가미덮개는 암갈색이고 가슴은 청색을 띤 백색이다. 
 
가슴지느러미 기저부에는 동공 크기의 청흑색 반점이 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제주와 신안에서 출현하는 자리돔 개체군 사이에는 이 반점의 크기에 차이가 있는데, 제주 자리돔의 반점이 신안의 그것보다 상당히 크다고 한다. 
 
이렇게 지역 계군이 나뉘어 있는 것을 봐서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자리돔이라고 이름 붙였다는 유래가 이해할 만하다. 실제로 제주 사람들은 도내에서도 잡히는 생산지에 따라 자리돔을 달리 평가한다. 외해와 접해있어 물살이 센 모슬포에서 잡힌 자리돔은 가시가 억세고, 같은 서귀포시이지만 보목 앞바다에서 잡힌 자리돔은 뼈가 부드럽다고 구분을 할 정도이다.  
 
do6.jpg» 자리돔(자리돔과, Chromis notata) 사진=김준상 조사원,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자리돔은 산호나 바위가 많은 지역에 무리를 지어 살며 6∼7월에 산란하는데, 암컷이 알을 낳아 암반에 붙이면 수컷은 부화할 때까지 지키는 부성애가 큰 어류이다.
 
do7.jpg» 자리돔 떼.

  
■ 우리나라에도 ‘니모’가 있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 ‘니모’는 물고기계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인데, 이 니모의 정체는 클라운피쉬(Clown fish) 또는 아네모네피쉬(Anemone fish)라 불리는 오렌지클라운피쉬(Orange clownfish,Amphiprion percula)이다. 
 
빨강 혹은 오렌지색과 흰색의 배열이 꼭 광대와 같다고 하여 광대라는 의미의 클라운(Clown)을 썼는데, 왕관이란 뜻의 크라운(Crown)과 발음이 비슷해서 왕관물고기로 잘못 번역되기도 한다. 또한, 많은 종류의 클라운피쉬가 말미잘(Anemone)과 공생하므로 아네모네피쉬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네모네피쉬는 말미잘 근처에서 살면서 눈에 잘 띄는 체색으로 말미잘에게 먹이를 유인해 주고 말미잘이 먹고 남은 찌꺼기를 먹으며 공생을 한다. 큰 물고기가 공격하면 아네모네피쉬는 말미잘 속으로 숨고 말미잘은 독이 있는 촉수로 공격하여 물고기를 마비시켜서 쫓아버린다. 
 
아네모네피쉬는 말미잘의 독에 면역이 되어있어 말미잘을 은신처로 이용할 수 있고 말미잘은 아네모네피쉬를 이용하여 먹이를 구하는 서로 도움이 되어주는 관계를 이룬다. 공생은 기생과 달리 양쪽이 서로 이득을 보는 것으로 인간사 정치판에서는 이를 상생이라는 용어로 차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Alex Giltjes_Amphiprion_percula.jpg» 흰동가리(자리돔과, Amphiprion percula). 사진=Alex Giltjes, 위키미디어 코먼스

   
클라운피쉬는 특별한 산호물고기로 따뜻한 수역의 얕은 수심에서 산다. 알려져 있는 것만 1,000여 종에 달하는 말미잘 중 오직 10종류만이 클라운피쉬에게 은신처를 제공한다고 알려져 있다. 클라운피쉬는 수컷으로 태어나지만 번식시키는 암컷이 죽으면 수컷이 성을 바꿔 암컷이 되는 성전환을 한다. 산란은 연중 내내 계속되며, 알은 보름께 숙주 말미잘 근처의 편평한 표면에 덩어리 형태로 낳는다.
 

한국에서는 클라운피쉬 또는 아네모네피쉬 모두를 자리돔과 같은 과에 속하는 흰동가리류로 총칭한다. 우리나라에서 니모를 가장 많이 닮은 물고기로는 흰동가리(자리돔과, Amphiprion clarkii)를 들 수 있다. 
 
꼬리지느러미가 노란색을 띠어 영어로는 엘로우테일클라운피쉬(Yellowtail clownfish)라고 부른다. 황갈색 몸통에 가로지르는 세 개의 하얀 줄무늬에 의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앞의 하얀 줄무늬는 눈 바로 뒤쪽에 위치하고 가운데 줄무늬는 중앙을 가로지르며 뒤의 것은 꼬리지느러미 근처에 나타나 있다. 
 
물고기는 일반적으로 수컷이 화려한 색을 보이지만, 이 종은 자체가 화려한 물고기라 색으로 성 구분이 가능하지 않다. 해안의 산호초와 암초 사이에서 살며 말미잘의 촉수 안에 들어가 공생하는데, 말미잘 독침에 한 번 쏘이면 독침 세포에서 분비되는 점액으로 어체를 둘러싸게 되어 면역이 생긴다.
 
흰동가리는 일부일처로 다정한 부부애를 보여주며 5∼11월에 말미잘 주변 암초 표면에 산란하여 알을 붙여놓고 수컷이 보살핀다. 다 자라야 15㎝ 정도 크기로 수명이 11년인 것으로 보아 귀여운 캐릭터를 가진 관상어로 개발 가능하다.
 
흰동가리와 함께 관상어로 개발될 수 있는 또 다른 어종으로 파랑돔(자리돔과, Pomacentrus coelestis)을 추천하고 싶다. 몸은 파란색이고 배와 뒷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가 노란색을 띠어 관상어의 풍모를 다 갖추었다. 
 
네온사인 색깔을 보인다 하여 영어로는 네온댐절피쉬(Neon damselfish)라 부를 정도이다. 최대 크기 9㎝로 수심 20m보다 얕은 산호초나 돌이 있는 바닥 가까이에 살며, 생태적 습성은 클라운피쉬류와 비슷하다.
 
Nick Hobgood _Neon_damselfish.jpg» 파랑돔(자리돔과, Pomacentrus coelestis). 사진=Nick Hobgood, 위키미디어 코먼스
 
범돔(황줄깜정이과, Microcanthus strigatus)은 호랑이에서 따온 이름이다. 백수의 제왕 호랑이를 떠올리면 상당한 카리스마를 가졌다고 생각할 법하지만, 실제는 20㎝ 정도 크기에 불과한 작은 물고기이다. 
 
이름에‘범’자를 붙인 것은 너비가 비슷한 노란색과 검은색 세로줄 무늬가 교대로 있는 것이 마치 호랑이를 닮았기 때문이다. 영어로는 줄무늬가 있다고 해서 스트리피(Stripey)라고 부른다. 
 
언뜻 보면 체장이 짧고 체고가 높아 마름모꼴 형태를 보여 나비고기과 어류(Butterfly fishes)와 헷갈릴 수 있다. 범돔은 제주도 바다와 같이 아열대 연안과 산호초에 무리지어 다니는 비교적 흔한 어류이다. 식용으로서의 상업성은 없으나 크기가 작고 수족관에 적응을 잘해 관상용으로 개발하면 인기가 있을 것이다.
 
Richard Ling _800px-Microcanthus_strigatus_(juvenile).jpg» 범돔(황줄깜정이과, Microcanthus strigatus). 사진=Richard Ling, 위키미디어 코먼스
 
■ ‘돔’ 자 항렬의 종손은 도미
    
우리나라 물고기에는 ‘돔’ 자 항렬이 많다. 여기에서 돔은 가시지느러미를 의미한다. 그러니 돔자가 붙은 물고기는 가시지느러미 즉, 극조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돔류(Sea breams)는 몸과 머리는 옆으로 납작하고 체고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예전부터 ‘어두육미(魚頭肉味)’ 또는 ‘어두일미(魚頭一味)’라는 사자성어를 참 많이 들으면서 둘 중 어느 것이 옳은 말인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궁금했다. 
 
혹자에 의하면 어두육미는 물고기와 육고기의 몸통을 얻을 수 없었던 사람이 소위 부속에 해당하는 머리와 꼬리 부분을 먹으면서 자위를 했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해학이 깃든 이야기다. 
 
또 다른 설로 어두일미는 도미의 머리 부분이 맛있다는데서 유래했다는 말이 있다. 물고기 박사인 나는 그 많고 많은 물고기 중에 왜 하필 도미일까에 의문을 품었다. 
 
아마도 이는 도미의 생김새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도미과 어류는 물살을 가르며 빠르게 헤엄치는 고등어과 어류처럼 머리는 작고 몸은 방추형으로 미끈하게 빠졌다기보다는 체형이 납작하고 머리 부분이 몸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비교적 높다. 
 
다시 말하면 머리 쪽에 살이 많아 다른 생선에 비해 먹을 것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눈알을 자유자재로 돌릴 수 있도록 되어있어 머리 부분 근육이 발달해있다. 
 
눈 주위 살에는 피부 미용에 좋다는 뮤코다당류 성분이 담겨있으며, 눈알에는 피로회복에 효과적이라는 비타민 비1이 많이 함유되어있어 눈을 포함한 머리에 맛과 건강이 다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옛 현인들은 분명 이러한 과학에 기초해서 어두일미라는 사자성어를 만들었으리라 나는 생각한다.
   
도미과에 속하는 어류들은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최고의 어종으로 대접받는다. 회나 찜 등 입맛을 돋우는 요리용으로도 그러하지만 수명이 수십 년으로 길어 부모님의 무병장수를 비는 회갑연에는 반드시 올려야 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일처를 유지하는 어류라고 생각하고 결혼 잔칫상에도 빠지지 않았다. 이는 백제사람 도미와 절개 있는 그의 처에 관한 설화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하지만 해가 지고서야 암수가 방란과 방정을 하는 생태적 특성을 들어 조신하다고 생각하였을 듯싶다. 이렇게 오랫동안 우리의 생활에 밀접하게 이용될 때도 물고기의 생물학적 또는 생태학적 근거가 녹아들어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도미과 물고기들 중 참돔(Pagrus major)은 돔 중에서 최고라는 의미에서 ‘참’ 자를 붙인 것이다. 균형 잡힌 몸매는 전체적으로 고운 빛깔의 담홍색을 띠고 배 쪽은 연하며 등 쪽에는 광택을 내는 파란 반점들이 많이 흩어져 있어 ‘바다의 여왕’이라는 별칭도 있다. 
 
참돔은 ‘아카다이’라는 일본식 이름으로 불리고 있으나, 공식 일본명은 마다이(マダイ)로 참(眞) 돔이라고 하는 우리 이름과 같은 뜻이다. 영어권에서는 붉은색을 띤다고 하여 ‘레드시브림(red sea bream)’이라 한다. 
 
참돔이 다 자라면 크기가 1m가 넘는 것도 있어 도미과 어류 중 가장 큰 편이다. 참돔은 성장이 빨라 양식을 많이 한다. 붉은색이 강하고 콧구멍이 선명하게 두 개인 개체가 자연산이며, 체색이 어둡고 두 개의 콧구멍이 하나로 연결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양식산이다. 
 
그런데 양식으로 참돔의 공급이 늘어나자, 돔 중에 최고라는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흔해지면 대접받지 못하는 법이다.
 
do9.jpg» 참돔(도미과, Pagrus major).  

 

스쿠버다이버뿐 아니라 낚시꾼들에게 인기가 있는 참돔은 회유성 어종이다 보니 계절이 바뀌면 다른 곳으로 떠난다. 그래서 낚시꾼들은 계절에 따라 회유하는 이들을 찾아 일본의 대마도와 우리나라 곳곳의 섬들을 오가기도 한다. 
 
참돔은 제주도 서남 해역에서 월동을 하고 봄이 되면 서해안과 중국 연안으로 이동해 4∼7월에 해가 지면 물에 뜨는 알을 여러 차례 낳는다. 어릴 때에는 연안 얕은 곳에서 생활하다가 2∼3년 자란 뒤에 수심 30∼200m의 암초 지대로 이동하여 서식한다.
 
아침부터 정오 사이에만 먹이를 먹고 오후부터 아침까지는 거의 먹이를 먹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대 크기는 1m 내외로 수명은 20년 이상의 장수어이다. 
 
수온 18도 이상이 되면 식욕이 왕성하고 17도 이하가 되면 식욕이 감퇴하고 12도 이하에서는 전혀 먹지 않는다. 참돔은 서해 전역에서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 되면 월동장으로 남하하는데, 봄부터 가을까지 주로 어획된다. 수산자원보존을 위하여 24㎝ 이하는 포획이 금지되어있으니 조업에 주의해야 한다.
 
제주에서 참돔이라 부르며 오히려 참돔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생선이 있다. 모양과 체색조차 비슷한 황돔(도미과, Dentex tumifrons)이 그것이다. 
 
몸은 황적색 바탕에 눈에서 주둥이까지 노란색 무늬가 있고 등에도 불분명한 노란색 무늬가 있다. 등지느러미 아랫부분에 3개의 황색 무늬가 선명하게 나있다. 배지느러미는 희고 가슴지느러미는 연한 붉은색을 띠며 나머지 지느러미는 연한 황색이다. 꼬리자루가 참돔보다 짧아 구별할 수 있다.
 
do10.jpg» 황돔(도미과, Dentex tumifrons). 
 
황돔은 제주도를 포함한 남해에 서식한다. 정착성 어류지만 여름에는 얕은 곳에 서식하며, 겨울철에는 깊은 곳으로 계절회유를 한다. 체장 15㎝ 정도의 3년생이 되면 산란에 가입하는데, 6∼7월과 10∼11월에 두 번 산란한다. 암·수 한 몸의 시기를 거쳐 수컷에서 암컷으로 성전환을 하며, 수명은 8∼9년이다. 15㎝ 이하는 포획이 금지되어있다.
 
같은 도미과에 속하는 감성돔(Acanthopagrus schlegelii)은 참돔에 비해 성장이 느려 양식을 해서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 그래서 양식해 흔해진 참돔보다 흔히 볼 수 없다는 희소성으로 인해 최근 들어 참돔이 누리던 지위를 차지하고 나섰다. 
 
감성돔은 몸빛깔이 금속광택을 띤 은청색 바탕에 암회색의 가로줄 무늬가 여러 개 있어 전체적으로 검게 보인다. 그래서 검은돔으로 불리다가 감성돔으로 이름이 변하게 되었다고 한다. 감성돔을 가리켜 ‘구로다이(クロダイ)’라 하는데, 이는 일본어 검다는 말‘구로’에 돔을 뜻하는‘다이’가 붙은 것이다.
    
감성돔은 수심 50m 이내의 해조류가 있는 암초지대이거나 모래질인 연안에 주로 서식하는데, 내만성 어종으로 큰 이동은 없으나 겨울철에는 깊은 곳으로 이동한다. 성장은 6∼12월에 성장이 좋고 1∼5월이 나쁘며, 또 암컷이 가장 성장이 좋고 그 다음 암수 한 몸 개체, 수컷의 순이다. 
 
감성돔의 최소 성숙 체장은 수컷은 체장 17㎝, 암컷은 20㎝ 크기의 2살배기이다. 5∼6년이 되면 성숙하며 3∼7월에 산란기 동안에 수십 회 산란한다. 
 
최대 체장은 60㎝로 참돔보다는 작다. 1년생의 경우 대부분 수컷이지만 2∼3년생은 암수 한 몸이다. 3∼4년생은 암, 수로 분리된 것 외에 암수 한 몸으로서 수컷의 기능을 가지는 것도 있다. 4∼5년생부터는 암수로 완전히 분리되며 대부분은 암컷으로 성전환되는 특성이 있다. 
 
open cage_800_16158.jpg» 감성돔(도미과, Acanthopagrus schlegelii). 사진=오픈 케이지, 크리에이티브 코먼스 

 
 ‘돔’ 자 붙었다고 다 돔이 아니다
    
도미과에 속하지는 않지만 ‘돔’ 자가 붙은 물고기들이 있다. 제주도 어느 횟집의 수조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돌돔(돌돔과, Oplegnathus fasciatus)은 밝은 회흑색 바탕에 6∼7개의 검은 가로줄이 있으며 육질이 단단하고 담백하여 횟감으로 인기가 있다.
 
 ‘돌’ 자가 붙은 내력에 대해서는 주로 암초 지대에 서식하기에 붙었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돌처럼 단단한 육질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일본어로 돌을 뜻하는 ‘이시’를 붙여 ‘이시다이(イシダイ)’라고 부른다. 
 
부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돌돔은 작은 몸에 있는 뚜렷한 검은색 가로줄 무늬로 인해 관상어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머리와 몸에 가로 줄무늬가 있어 흔히 줄돔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잘못된 이름이다.

 

open cage_800_15028.jpg» 돌돔(돌돔과, Oplegnathus fasciatus). 사진=오픈 케이지, 크리에이티브 코먼스

 
어릴 때는 주로 떠다니는 해조류인 ‘뜬말’ 아래에 붙어 플랑크톤을 먹고 자라다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암초 그늘로 숨어들어 저서생활을 한다. 돌돔의 속명은 그리스어로 무기 같은 턱을 가졌다는 뜻이며, 영어권에서는 줄무늬가 있는 강한 턱을 가진 물고기로 부르는 것을 봐서도 부리모양의 강한 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양 턱의 이빨이 단단한 새의 부리 모양이라 딱딱한 소라나 성게 등을 깨 먹을 수 있다. 특히 성게를 좋아하여 암초 틈에 성게 껍데기가 널려 있는 곳이 있으면 인근에 돌돔이 살고 있을 것이라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래서 돌돔을 전문적으로 낚는 낚시꾼들은 말똥성게를 미끼로 사용하기도 한다. 살이 탄탄하여 횟감으로 최고이지만 24㎝ 미만은 포획이 금지되어있으니 함부로 잡을 일은 아니다.
 
돌돔과는 받침 하나 차이이지만 분류학상으로 전혀 가깝지 않은 돗돔(반딧불게르치과, Stereolepis doederleini)은 가끔 방송이나 신문에 엄청난 크기 때문에 전설의 심해어로 소개되곤 한다. 실제 어미는 수심 400∼600m의 바위 지역에 살며 최대 2m 크기에 90㎏ 정도라고 보고되어있으나, 그 이상의 초대형어가 어획되었다는 언론보도는 심심하지 않게 접할 수 있다.

do12.jpg» 돗돔(반딧불게르치과, Stereolepis doederleini). 사진=정순봉 조사원,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체형은 계란형이고 옆으로 납작하며 주둥이가 짧고 아가미덮개에 2개의 강한 가시가 있다. 등지느러미는 가시지느러미(극조부)와 살지느러미(연조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꼬리지느러미 가장자리는 직선으로 잘라지는 절형이다. 
 
등지느러미 연조부 끝과 꼬리지느러미 끝 부분은 흰색 띠가 있으며 배지느러미는 전체적으로 검다. 유어기에는 흑갈색 바탕의 몸에 5개의 연한 녹갈색 세로띠가 있지만 성장하면서 없어져 몸 전체가 흑갈색을 띤다.
 
■ 그토록 먹고 싶었던 다금바리가 자바리라고?
    
제주도에서 최고급 어종으로 흔히 ‘다금바리’라 부르는 물고기는 ‘자바리(바리과, Epinephelus bruneus)’로 그루퍼(Grouper) 종류이다. 자바리는 보통 60∼80㎝ 크기지만 최대 136㎝, 33㎏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진다. 
 
물고기 박사인 내가 마음을 먹으면 먹지 못할 생선이 없는데, 아직 이놈과는 밤낮으로 눈팅만 하는 사이다. 근무하고 있는 배양장 수조에 양식을 위한 종묘생산개발 연구용으로 어미가 될 때까지 고이 모셔져 있다. 
 
open cage_800_17542.jpg» 다금바리로 알려져 있는 자바리(바리과, Epinephelus bruneus). 사진=오픈 케이지, 크리에이티브 코먼스 

 

자원이 감소하여 여간해서는 자연에서 만날 수도 없으니, 어마어마한 어가를 주지 않고는 구경조차 할 수가 없다. 일본에서는 양식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양식 개발 중에 있다. 
 
몸은 다갈색 바탕에 6∼7개의 흑갈색 가로줄 무늬가 비스듬하게 있다. 제주도를 포함한 남해의 따뜻한 해역의 바위 지역에 서식하며 주로 밤에만 움직이며, 산란은 8∼10월에 한다고 알려져 있을 뿐 생태특성에 관해 아직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회, 탕, 구이 등으로 이용하며 버리는 부분이 없이 내장부터 뼈, 눈알까지 전부 먹을 수 있는 최고급 어종이다.
 
그럼 진짜 다금바리(바리과, Niphon spinosus)는 어떤 물고기일까? 같은 바리과 어류이지만, 극조부와 연조부 사이가 움푹 꺼져 깊은 홈이 있어 자바리와 구별하기 쉽다. 갈색바탕에 진한 색의 세로줄 무늬가 있으며, 꼬리지느러미는 전체적으로 검지만 위와 아래 양엽 끝이 희며 중앙부위가 조금 밝다. 
 
이 종은 100∼140m 수심의 모래가 섞인 펄 바닥이나 암초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정착성이 강한 어류로 이동을 거의 하지 않아 서식장에서 산란을 하다고 하는데, 역시 생태학적 정보가 부족하다. 제주도를 포함한 남해에 서식하며 연중 잡히지만 어획량은 매우 적다. 
 
do14.jpg» 다금바리(Niphon spinosus). 사진=김준상 조사원,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같은 바리과 어류 중 횟감으로 많이 이용되는 어류로 붉바리(Epinephelus akaara)와 능성어(Epinephelus septemfasciatus)가 있으나 이들 또한 어획량이 적어 귀하신 몸값을 자랑한다.

 

Izuzuki_MaHT.jpg» 능성어(바리과, Epinephelus septemfasciatus). 사진=Izuzuki, 위키미디어 코먼스

 

‘바리바리’ 많다 하여 붙여졌다는 바리과 어류가 이제는 구경하기도 어려운 형편이 되었다니 하루빨리 자원회복이 되어 맛이라도 볼 수 있길 고대해 본다.
 

글·사진 황선도/ 한겨레 물바람숲 필자,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어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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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어류학 박사
고등어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어류생태학자.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에서 자원조성 업무를 맡고 있다. 뱀장어, 강하구 보전,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수산자원 회복 등에 관심이 많다.
이메일 : sanisdhw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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