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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노동 부산 생탁, 사장 연봉은 100억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5/01/31 10:29
  • 수정일
    2015/01/31 10:2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직원 수 절반이 ‘사장들’, 이들 연봉이 매출액의 35%
 
육근성 | 2015-01-31 08:33:0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지난 29일 276일 째 파업 중인 부산 사하구 장림동 소재 부산합동양조(생탁)을 찾았다. 빨간 조끼를 입고 정문 옆에서 농성 중인 노동자들 대부분은 50대 이상의 중년여성들이었다. 파업 노동자들이 털어 놓은 근무환경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직원 대부분이 근로기준법을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을 사측이 최대한 악용해 온 것이다.


업계 2위 알짜기업… 직원 대부분은 촉탁계약직

부산 생탁은 서울의 장수막걸리에 이어 업계 매출 전국 2위다. 부산 지역 시장점유율은 70% 정도이며 경남지역에서도 가장 잘 팔리는 막걸리로 통한다. 연매출액은 230억 정도. 70년대 부산의 양조장들이 모여 합동양조를 만든 것이 생탁의 출발이었다.

직원들의 연령은 높은 편이다. 50대 이상이 대부분이며 70대 노인도 있다. ‘정년 55세’라는 사규 때문에 거반의 직원이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촉탁계약)이다. 직원들의 근무 여건이 대체 어떠하기에 칼바람 속에서 비닐을 깔고 바닥에 앉아 사측을 규탄하는 걸까.

파업의 발단은 구내식당에서 우연히 보게 된 사규집 때문이었다. 노조 조직부장인 송복남 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작년 11월 식당에서 보게 된 사규에 이상한 문구가 있더군요. 연차를 쓰지 않으면 연말에 자동 소멸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우리 직원들은 한 번도 연차를 받아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왜 연차를 못쓰게 하느냐, 못쓴 연차는 수당으로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더니 봉급에 모든 것이 다 포함된 ‘포괄임금’이라고 우기더군요. 답답해서 몇 명이 민주노총을 찾게 된 겁니다.”


근로자들이 들려준 얘기는 ‘충격적’

농성장에서 노동자들이 전해주는 근무환경은 참담했다. 박정희 정권이나 5공 때를 연상할 만큼 열악하기 짝이 없다. 현장에서 농성 중인 생탁 근로자들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다.

▲밥 먹을 시간도 없었다. 4시 30분에 출근하니 아침과 점심을 회사에서 먹어야 한다. 하지만 밥 먹어야 하는 시간에도 기계는 계속 돌아간다. 잠시도 쉴 틈이 없다. 5분 만에 밥을 먹어야 했다.

▲택시타고 출근해야 하는데도 버스비만 줬다. 버스가 다니지 않는 시간대에 출근하려니 거리가 먼 경우 택시를 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회사는 버스비에도 부족한 월 7만원을 지원해 주는 게 고작이었다.

▲작업화까지 직원 개인 돈으로 사야 했다. 작업현장엔 항상 물이 질펀하다. 한겨울에는 무척 발이 시리다. 그래서 회사에 속에 털이 있는 장화를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했다. 직원들이 개인 돈으로 직접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휴일에도 근무했다. 주 5일 근무는커녕 한 달에 한번 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지금은 조금 사정이 나아졌지만 몇 달 만에 휴일을 갖는 직원도 많았다. 물론 휴일수당 같은 건 없었다.

▲장례도 치를 수 없었다. 송복남씨가 겪은 일이다. 아들이 없는 삼촌이 세상을 떴다. 때문에 자신이 상주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회사에게 설명하고 휴가를 요청했지만 사측은 사규집 뒤적거리더니 “삼촌 상에 휴가를 주라는 규정은 없다”며 거절했따. 결국 장지에도 갈 수 없었다.

▲하루 18시간 일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명절 전 3일 동안 배송 기사들은 혹사를 당한다. 잠은 대기하는 동안 차 안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졸면서 운전하기 일쑤였다.

▲휴게실에는 곰팡이와 쥐, 바퀴벌레가 득실댔다. 밤 근무자가 잠시 눈을 붙이는 공간이 있지만 환경은 끔찍했다. 노조가 설립된 뒤 노동청에 진정해 겨우 개보수가 이뤄졌으나 사측은 왜 그런지 언론의 취재를 막고 있다.

▲ <야근 직원이 눈을 붙였던 휴게실. 사진은 수리 전 상태(자료제공: 블로거 거다란>

▲산재 처리?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직원 이봉호씨의 경우다. 술과 물을 섞어 비율을 맞추는 작업현장은 바닥과 계단이 미끄럽다. 이 씨가 넘어져 손이 찢어지고 손가락이 부러졌다. 의사 권유로 MRI 촬영을 했건만 사측은 “누구 맘대로 사진을 찍었느냐”며 MRI 검사비 지불을 거절했다.

▲못쓰는 술탱크가 직원 목욕탕이었다. 쓰다 버린 술탱크에 지하수 받아서 오토바이 헬멧 같은 걸로 물 끼얹도록 해 놓은 게 고작이엇다. 샤워하면 오히려 몸이 간지러웠다. 파업하고 난 뒤에야 겨우 수리가 이뤄졌다.

▲직원 1인당 한끼 부식비는 450원. 100명 직원이 아침 저녁 두끼 먹는데 사측이 지불하는 비용은 고작 9만원이다.

▲휴일에는 점심을 제공하지 않았다. 배가 고프다고 하소연 하면 고구마 혹은 삶은 달걀을 두 개도 아닌 딱 하나씩만 먹으라고 줬다.

▲성추행도 있었다. 혼자 근무하는 여성 근로자의 바지 속에 손을 집어넣는 등 추행이 있었다고 말했던 피해자는 회사로 복귀하자마자 말을 바꿔 “그런 일 없다”고 부인했다.

사측은 파업 9개월이 되도록 대화에 소극적이다. “이미 식약처로부터 벌금 맞을 거 다 맞았다”며 오히려 배짱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 생탁은 식약처로부터 제조 일자 조작, 기계와 식기류 염소로 세척, 암반수 사용한다고 과대 광고한 사실 등이 드러나 처벌을 받은 바 있다.


매출액 35%가 사장 연봉

노조에 대한 경찰의 과잉 대응도 문제다. 지난 26일 경찰은 파업집회에 참여한 노동자 5명을 붙잡아 이 중 3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현장근로자의 급여는 130만원 수준. 그런데 놀라운 건 사장이 챙겨가는 액수다. 전체 근로자 인건비는 매출의 9%도 안 되는데 사장은 연매출의 35%를 가져간다. ‘합동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사장단’이 41명이나 된다. 사장 한 사람이 챙겨가는 배당금은 월 2300만원. ‘사장단’ 연봉이 100억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아무 일도 안 하면서 지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뭉칫돈을 빼내가는 것이다.

‘사장들’이 챙겨가는 엄청난 연봉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박봉에 시달리며 노예처럼 일하는 근로자들을 쥐어짠 결과다. 중소기업 사장 연봉이 100억 원이라니. 기네스북에 오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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