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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남북관계 전망: 북미관계를 중심으로

<기고> 안태형 LA통일전략연구협의회 수석연구위원
안태형  |  taehyungah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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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1.30  15: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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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형 / LA통일전략연구협의회 수석연구위원

 

2015년은 한반도 해방 70주년이 되는 해이자, 동시에 분단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백낙청의 분단체제론 등에서 보여지듯이, 한반도의 분단은 남북 모두의 분단이후의 역사전개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해 왔으며 남과 북은 냉전의 잔재로 인해 아직까지도 여전히 여러 방면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반도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서는 남북이 하루빨리 화해와 협력을 통해 정치군사적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체제를 정착시켜야 한다. 다행히 최근 남과 북 모두 2015년을 남북관계 개선의 해로 만들고자하는 의지를 보이면서, 남북관계 개선과 긴장완화, 평화정착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작년 말 미국이 쿠바와의 국교정상화계획을 발표하면서 미국과 북한의 관계개선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남북관계의 개선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들은 여전히 존재하며, 미국과 북한의 관계개선도 기대만큼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글은 한반도를 둘러싼 최근의 국제정세를 미국, 북한, 한국, 3자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미국 오바마 정부 시기의 한반도정책과 대북정책, 그리고 남북한 정부의 관계 개선을 위한 최근의 적극적인 움직임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현재 어떤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으며, 또 어떠한 어려움이 여전히 남아 있는지를 함께 생각해 보고, 올해와 내년의 한반도 정세를 간단히 전망하고자 한다.

오바마 정부 하의 북미관계 (2009-2015)

전임 부시 대통령의 일방주의적이고 군사주의적 외교를 지양하고 “핵없는 세계”를 이루겠다고 공언한 오바마 미 대통령은 한반도 분단상황 개선에 대한 기대 또한 한 몸에 안고 임기를 시작했으나 지난 6년 간 그의 대북정책은 한 마디로 말해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소위 “전략적 인내 strategic patience” 정책으로 일컬어지는 오바마의 대북정책은 그 동안 대북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미 행정부 내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오바마 정부 하에서 6자 회담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고 북한은 이 시기 동안 두 차례의 핵실험을 추가로 실시하고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에 성공했다고 선언했다. 이제 북한은 플루토늄으로 제조한 핵무기 뿐 아니라 우라늄으로 제조한 핵무기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집권 후반기에는 외교적 업적을 쌓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오바마는 작년 말 올해 초에 대북강경책으로 급선회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 정권은 결국 무너질 것”이라며 북한붕괴까지 거론하는 등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대한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군사적 해결책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기는 하다.

오바마의 대북정책, 더 나아가 대한반도 정책이 기대했던 것만큼의 큰 성과를 내지 못한 데에는 다음의 세 가지 요소가 크게 상호작용했다. 국제정치학에서의 세 가지 분석수준인 개인(individual level), 국내정치(domestic politics level), 국제정치(international level)가 그것이다.

첫째, 오바마 대통령 개인의 대북인식에 문제가 있다. 취임 초부터 오바마는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북한의 신뢰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협상대상으로서의 북한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고, 다른 불량국가들(rogue states)에 비해 북한에 대해서만은 유달리 강경책을 선호했다.

이는 최근 영화 “인터뷰” 해킹사건에 대한 오바마의 신속하고 확신에 찬 대응과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의 “북한은 쿠바, 이란, 미얀마 등과 다르다”는 발언 등을 통해 잘 드러난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의 교육제도나 경제발전에 대해 여러 차례 칭찬하고 한미동맹의 유지, 강화가 대한반도정책의 핵심임을 거듭 강조했다. 한 마디로 말해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은 매우 모범적인 국가이지만 북한은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둘째, 미국의 국내정치적 요소가 강력하게 작용했다. 미국에는 실제적으로 북한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이익단체나 미디어, 시민단체 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다른 외교정책에 비해 민주, 공화 양당의 대북정책에 본질적 차이점이 거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북강경책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미국의 군산복합체 등의 이익에 기여한다.

더 나아가 작년 중간선거 결과, 공화당이 상하양원에서 다수당이 되면서 남은 임기에 오바마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 이는 클린턴 시기 상하양원을 장악했던 미 공화당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있어서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기억을 떠올려보면 알 수 있으며, 최근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을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셋째, 국제정치적 요소가 작용했다. 미국의 대북정책과 대한반도정책은 대중국정책의 종속변수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을 잠재적 위협으로 생각하는 한 한반도의 상황은 개선되기 어렵다. 미국의 대중국견제정책이 아시아로의 회귀정책(pivot to Asia) 또는 재균형정책(rebalancing)으로 불리는 대아시아정책의 핵심이지만, 미국이 아직까지는 중국을 직접적/공식적인 적으로 설정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을 이용해서 동북아에서 (대중국) 한미일 삼각동맹을 강화하고, MD나 THAAD 등 대 중국 군사봉쇄정책을 실현하고자 한다.

또한 북한도 일관성 없고 세련되지 못한 대미정책으로 인해 미국에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최근 미국과 쿠바와의 수교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북한과의 수교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미국이 쿠바와 수교하고 미국과 이란과의 핵협상이 타결된다면, 북한이 미국의 가장 강력한 위협국가로 남게 되어 오바마가 자신의 외교정책은 유화정책(appeasement)만이 아니며 미국에 대한 위협국가에는 여전히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한 대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하겠다.

미국의 대북정책과 남북관계 개선 전망

한반도에서 군사적 대립과 갈등을 억제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선순환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북미관계 개선이 남북관계 개선을 추동한다든지, 아니면 남북관계 개선이 북미관계 개선을 추동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볼 때, 지금은 남북대화를 통한 화해협력 분위기에 의해 남북관계가 먼저 개선되고, 개선된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의 개선을 가져오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북한도 남한과의 관계개선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이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북한에 대해 선제조건을 요구하는 것을 비난하는 북한이 남북대화에 앞서 자꾸 한국에 선제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며, 이는 북한이 남북대화에 대한 의지를 결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북한의 핵/경제건설 병진노선 등도 외교적으로는 유연하게 적용해서 적절한 보상이 주어진다면 핵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진정성 있는 태도를 적극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벼랑끝 전술(brinkmanship)이나 팃포탯(tit-for-tat) 전술보다 더 일관성 있고 적극적이며 선제적인 외교정책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또한 지엽적인 문제일 수도 있지만 공식적인 외교성명서에 자주 쓰이는 호전적이고 저급한 수준의 용어사용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진정으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원한다면, 미얀마나 베트남, 쿠바 사례를 적극적으로 연구, 분석할 필요도 있다.

박근혜 정부도 대북협상에 있어 더욱 유연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먼저 남북대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북한체제를 자극하지 말고, 북한입장에 대한 고려 없이 선언적 제안만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기 위해 작은 것부터 양보하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정부의 제안 중 생산적이고 바람직한 것들도 많지만, take it or leave it 등과 같은 일방적인 제안방식이나, 일관성 없는 대북정책, 북한문제를 국내정치위기 돌파를 위해 이용하는 등의 태도 등으로 인해 북한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현재는 어려운 남북관계를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하고 가장 효율적인 키를 박근혜 정부가 쥐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5.24조치 해제와 같은 과감하고 선제적인 대북정책으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열 필요가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국내정치적 이익을 우선으로 고려하며 북한문제에 접근해 나간다면 남북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성과가 미미해서 지지도가 낮아지고 현 집권당의 정권재창출이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한다면,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남북정상회담 등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지만 이러한 계산으로 성사되는 남북정상회담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될 수 있다고 하겠다.

미국은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정착에 있어 여전히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로 남아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 임기 내에 획기적인 대북정책 변화나 한미동맹에 기초한 대한반도정책의 변화를 가져 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여진다. 국내/국제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선언적 의미에서의 변화는 가능할지 몰라도 공화당이 상하양원을 장악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변화는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미국은 좀 더 거시적이고 일관성 있는 대한반도 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의 대한반도정책이나 대북정책은 장기적이고 일관된 목표를 가지고 대응한다기보다 그 때 그 때 사안에 따라 주먹구구식 대응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미국은 북한의 화해 제스처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성도 있다. 최근 뉴욕타임즈는 사설을 통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지하면 핵실험을 중지하겠다는 북한의 제의를 “암묵적 위협”이라면서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즉각 거절하는 미국의 대응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동북아가 미국의 국익에 정치, 경제적으로 사활적인 지역이라는 의미에서 볼 때, 북한문제와 한반도 정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짧게는 올해, 길게는 내년까지의 1-2년의 기간 동안의 한반도 정세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서 외교적 주도권을 잡으면서 외교적 성과와 리더십을 보여주고자 하는 북한(김정은)과, 뚜렷한 대북전략과 목표 없이 남북관계를 국내정치적 위기상황에 대처할 카드로 사용하기 위한 기회를 엿보고 있는 한국(박근혜), 대북정책에 있어서 중국문제와 국내정치적 요소를 먼저 고려해야 하는 미국(오바마)의 3자 조합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적어도 오바마의 남은 임기 동안 미국이 먼저 한반도문제나 북한문제에 대해서 의미 있는 이니셔티브를 취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 글은 LA통일전략연구협의회(회장 곽태환) 주최 제 26차 통일전략포럼 발표문을 수정 보완한 글입니다.>

안태형 박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학사, 석사

플로리다국제대학교 (Florida International University) 국제관계학 석사, 박사

전 플로리다국제대학교 (FIU) 강사, 전 유씨얼바인 (UC Irvine) 객원연구원

현 LA 통일전략연구협의회 수석연구위원

박사학위논문 “위기의 정치: 대통령, 의회, 미국의 대북정책”을 포함해서 북미관계, 북중관계, 미국외교정책, 북한 외교정책 등에 대한 논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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