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총리, 괜찮겠습니까]
부동산 투기·병역 기피·논문 표절·황제 특강·특혜채용 등
각종 의혹 ‘릴레이’ 모자라…‘언론 통제’ 사실까지 드러나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대해 기자들에게 해명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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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후보자 날마다 새 논란
고액연봉 차남 건보료도 안내
새정치 “부적격” 자진사퇴 촉구
여권 내부 “솔직히 낙마감” 곤혹
이상돈 “선진국 같으면 총리커녕 의원직도 내놔야”
이와 별도로 지난 6일 녹취록 공개로 드러난 그의 언론관은 총리 후보자로선 치명적 흠결로 떠올랐다. 이 후보자는 차남 소유의 분당 대장동 땅 투기 의혹이 언론에 최초 보도된 지난달 27일,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이렇게 말했다. “(종편 간부에게 전화해) ‘야 우선 저 패널부터 막아 임마, 빨리 시간 없어’ 그랬더니, ‘지금 메모 즉시 넣었다’고 하더라. 내가 보니까 빼더라고. 내가 (언론사) 윗사람들하고 다 관계가 있어요. ‘어이 이 국장, 걔 안 돼’, 지가 죽는 것도 몰라요.” 서울 통의동 총리 후보자 사무실 앞을 지키던 젊은 기자들에게, 자신이 보도와 인사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과시한 것이다. 듣기에 따라선 바로 앞에서 젊은 기자들을 협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를 총리 후보로 지명했을 당시 야당은 물론 대다수 언론에서도 ‘소통 총리’가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과거 박정희,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 수준의 통제 중심적 언론관을 벗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2000년 인사청문회 도입 이래 총리 후보자에서 낙마한 6명의 사례를 보면, 김대중 정부 때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은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아들의 이중국적 의혹으로,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회장은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국회 동의를 얻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때 김태호 의원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의 회동 사실을 속였다가 거짓말이 탄로나면서 청문회 도중 사퇴했다. 박근혜 정부의 첫 총리 후보자인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은 부동산 투기와 자녀 병역면제 의혹으로 인사청문회 전에 사퇴했다.
8일 선출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전당대회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이완구 후보자에 대해 “총리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이른 시일 내에 청문회에 임하는 우리 당의 당론을 정하겠다”고 공세를 높였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은 이날 저녁 지도부 만찬에서 “예기치 않았던 일이 있었는데, 다같이 힘을 합쳐 이 고비를 잘 넘기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김무성 대표가 전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속으로는 전전긍긍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이 정도면 다른 사람들 같으면 청문회 통과 못 한다”고 말했다. 여권의 다른 인사는 “역대 어느 후보보다도 부적격이다. 솔직히 낙마감”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안에서는 과거 증빙 자료들을 모아둔 ‘비밀 가방’ 운운한 이 후보자의 행동들이 오히려 자신의 오점을 가리기 위한 ‘눈가림 쇼’ 아니었느냐는 한탄도 나온다.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을 맡았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이 후보자의 언론 압박 발언에 대해 “선진국 같으면 총리 후보자로는 이미 끝이고, 국회의원직도 관둬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옛 한나라당에서 윤리위원장을 맡았던 인명진 목사는 “청문회를 극복하고 박근혜 정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어떤 게 정부를 돕는 길일지 이 후보자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넘든 못 넘든, 정치권 안팎의 공통된 진단은 ‘상처투성이’인 그에게 ‘책임 총리’도 ‘소통 총리’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승준 김외현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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