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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정원 해킹'에 인권 프레임 짠 배경은?

 
[시사통] '남 일' 아닌 '내 발등의 불'로 인식시키겠다는 의도
시사통2015.07.16 09:31:03
 
 
새정치연합의 안철수 의원이 다시 링 위에 섰습니다. 당의 '국정원 불법사찰의혹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지난해 7.30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1년 만에 정치 전면에 다시 등장한 겁니다. 
 
안철수 위원장의 첫발은 제대로 뗀 듯합니다. 사고의 관성과 정치의 관성에 끌리지 않고 적절하게 판을 짜고 있는 듯합니다. 
 
안철수 위원장이 어제 기자들과 만나 강조한 건 '인권'이었습니다. 진상규명, 재발방지책 마련과 함께 '혹시 있을지 모를 도·감청에 대한 국민 불안 해소'를 진상조사위의 3대 활동기조 가운데 하나로 꼽았습니다. 이어 국정원 불법사찰 의혹사건은 "국민 인권과 관련한 문제이니 여당도 함께하는 국회차원의 특위 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요. 안 위원장이 조만간 진상조사위 명칭을 '국민 인권'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바꿀 계획이라는 전언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안 위원장의 '인권' 프레임 설정은 매우 적절합니다. 이번 사건을 '강 건너 남의 일'이 아니라 '내 발등에 떨어진 불'로 느끼게 함으로써 국민의 광범위한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것이기에 매우 적절합니다. 
 
비교사례가 있습니다. 대선 때 불거져 1년 넘게 이어졌던 국정원의 댓글공작사건인데요. 사건의 진상은 국민주권 행사과정을 왜곡·훼손하는 불법적이고도 반민주적인 작태였지만 국민전선은 쉬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규탄집회가 열리고 노숙농성이 전개됐는데도 더 많은 국민의 분노어린 참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대선 불복' 프레임과 국민의 '내 표는 아니다'는 자기 확신이었습니다. '대선 불복' 프레임은 '그래서 대선을 다시 치르자는 건가'라는 반문을 낳았고, 내가 한표 행사하는 데 국정원 댓글의 영향을 받은 바 없다는 식의 '내 표는 아니다'라는 확신은 '그래봤자 대선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겠는가'라는 예단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반문과 예단은 국민으로 하여금 국정원의 댓글공작사건을 1인칭 주인공 시점이 아니라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바라보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이번에 불거진 국정원의 해킹사건도 자칫 이런 프레임에 갇힐 수 있습니다. 문제의 RCS를 2012년 총선 직전에 사들였고, 대선 직전에 추가 주문한 사실이 밝혀지고 있는 터라 이런 프레임 설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국정원 해킹사건이 '선거' 프레임 하나에만 의지해 다뤄지면 물타기와 자르기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이전의 댓글공작사건과 대충 버무림으로써 사안의 선도를 떨어뜨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책임을 원세훈에게로 몰아 꼬리자르기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안철수 위원장의 '인권' 프레임은 이런 가능성과 우려를 씻어내는 유효적절한 정치적 도구입니다. 지난해 말의 '사이버 망명'에서 확인하지 않았습니까? 국민의 엿보기와 엿듣기에 대한 원초적 불안감을 안고 살아갑니다. 이런 원초적 불안은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 거대한 분노로 연결됩니다. 안철수 위원장이 위원장직 수락의 변으로 내놨던 '혹시 있을지 모를 도·감청에 대한 국민 불안 해소' 발언은 바로 이런 정서적 줄기를 건드린 것입니다. 
 
아울러 조사의 초점을 대선 이후 해킹 공작에 맞추게 되면 '인권' 문제는 구차한 설명이 필요없는 선험적 문제로 부각됩니다. 극히 일부만 파악된 ‘해킹팀’ 관련 문건에서 2012년 대선 이후의 해킹 흔적들이 나오고 있기도 하고요. 대표적인 게 <미디어오늘> 기자를 사칭한 해킹 시도 인데요. 이 공작이 시도된 시점은 2013년 10월이었습니다. 
 
안철수 위원장의 '인권' 프레임은 정치공학적 설정을 넘어 본질적 접근이기도 합니다. 만에 하나라도 국정원의 해킹 대상에 대공 용의점이 없는 민간인이 한 명이라도 끼어있는 게 밝혀진다면 그 순간 국정원은 국민이 응당 누려야 하는 사생활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 됩니다. 국정원이 <미디어오늘> 기자를 사칭한 이메일에 악성코드를 심어 엿보려 한 대상이 재미 과학자인 안수명 박사인 사실이 드러난 게 웅변합니다.  
 
안철수 위원장의 '인권' 프레임은 본질적 차원에서도, 전략적 차원에서도 적절한 접근입니다.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입니다. 남는 문제는 동력입니다. 바로 팩트겠죠. 세간에서 흥미로워하고 기대하는 게 바로 안철수 위원장의 '전문성'인데 이게 어떻게 발휘돼 얼마만큼의 팩트 동력을 조달할 수 있는지 지켜볼 일입니다.  
 
이 기사는 7월 16일 <시사통> '이슈독털' 내용입니다. (☞바로 가기 : <시사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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