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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 대화록’ 보도 <한겨레> 기자 기소

 

‘정수장학회 대화록’ 보도 <한겨레> 기자 기소
 
검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불구속 기소… 최성진 기자 “언론 탄압”
 
정운현 기자 | 등록:2013-01-18 15:44:06 | 최종:2013-01-18 19:00:3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기사보강 : 18일 오후 6시] -- ‘한겨레 입장’ 추가

검찰이 정수장학회의 지분 매각을 둘러싼 비밀대화록을 보도한 최성진 <한겨레> 기자(토요판 팀장)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 이를 보도한 해당기자는 “언론 탄압”이라고 반발해 향후 법정에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한겨레>는 작년 10월 13일자에서 “정수장학회가 MBC 지분 30%와 ‘부산일보 지분 100% 등 갖고 있는 언론사 주식 매각을 비밀리에 추진해온 것으로 12일 밝혀졌다”며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과의 비밀회동 대화록을 상세히 보도했다.
 

▲ 최필립 이사장-이진숙 본부장 간의 ‘비밀대화록’을 보도한 <한겨레> 기사(2012.10.12)

이 기사에서 <한겨레>는 “정수장학회는 수천억 원에 이르는 매각 대금을 활용해 부산·경남 지역 대학생 및 노인층, 난치병 환자 등을 위한 대규모 복지사업을 계획 중인 사실도 드러났다”며 “정치권과 언론·시민사회단체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를 겨냥해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정수장학회가 대선 직전 공론화 절차 없이 보유 자산 매각 및 이를 통한 특정 지역 대상 ‘선심성’ 후원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정치권 안팎의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보도가 나간 후 MBC는 작년 10월 “불법도청으로 의심되는 녹취록을 입수한 뒤 내용을 교묘히 왜곡했다”며 최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하고 <한겨레>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2억 원 손해배상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신청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같은 달 26일 정수장학회 입주 건물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벌여 당시 최 이사장과 최 기자가 통화 중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검찰은 당시 최 이사장이 실수로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은 상태에서 이 본부장을 만났고 최 기자가 이들 두 사람의 대화내용을 엿듣고 녹음해 보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12일 최 기자를 불러 한 차례 조사를 벌였으며, 이튿날 최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최 기자는 검찰조사와 관련해 지난 7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예상했던 내용을 거의 다 물었다. <한겨레>의 보도가 언론의 보도윤리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판단해 포괄적 진술거부를 했다”고 밝혔다.

최 기자는 또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본인의 휴대폰 가운데 최필립 이사장과 이진숙 MBC 본부장과의 회의내용 녹음 파일 및 음성메모에 한정했다”며 “검찰이 휴대폰을 통째로 압수한 것은 영장의 범위를 벗어난 과잉이자 불법”이라고 비난했다.

검찰은 18일 “스마트폰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최 이사장이 통화종료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못해 휴대폰이 켜진 상태에서 A기자가 자신의 휴대폰 녹음 기능을 이용해 대화종료 시점인 17시 55분경까지 약 1시간 동안 대화내용을 몰래 청취·녹음했고 A기자는 10월13일과 15일 위와 같이 녹음한 최 이사장과 MBC 관계자 사이의 대화내용을 녹취록 형태로 실명보도했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이어 “이 사건은 기자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직접 청취·녹음한 후 기사화한 사안으로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에 해당한다”며 “다만 전문적인 도청장비를 활용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이 아닌 우발적 범행인 점을 감안하여 금일 불구속 구공판(기소)에 처한다”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검찰의 기소에 대해 최 기자는 18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보도는 공영방송 간부와 특정 대선 후보의 측근 인사가 공적 재산인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주식을 사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음모를 드러낸 보도였다”고 밝히고는 “검찰의 기소 발표는 국민이 알아야 할 진실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한 탄압이자 도전”이라며 회사측과 함께 대응할 예정이다.

 

한편, <한겨레>는 이날 오후 입장문 발표를 통해 “검찰이 최성진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것은 무리한 법 적용이라고 생각한다”며 “검찰의 이번 기소로 국민의 알권리와 공익을 우선하는 언론 본연의 사명이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다음은 <한겨레>의 입장 전문이다.

[최성진 기자 기소에 대한 ‘한겨레’의 입장]

<한겨레>는 검찰이 최성진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것은 무리한 법 적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찰의 이번 기소로 국민의 알권리와 공익을 우선하는 언론 본연의 사명이 위축될까 우려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한겨레 보도는 형법상 일반 원칙에 따른 정당행위이기에 위법성이 없어서 처벌할 수 없습니다. 위법성이 없다는 것은, 보도하고자 하는 내용의 공익적 가치가 보호하고자 하는 사생활의 비밀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고 이는 형법 20조에 의해 위법성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모든 법 논리에 앞서, 국민의 알권리나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 기초입니다. 최필립 이사장과 MBC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의 대화는 공적 재산의 매각과 관련된 내용이고, 특히 대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논란을 빚을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사안은 <한겨레> 보도를 통해 알려지며 사회적 쟁점이 됐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정수장학회 쪽은) 언론사 지분 매각 문제를 포함한 의혹에 관해 국민에게 투명하고 소상히 해명하고 밝힐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습니다.

언론으로서, 개인간 사적 대화가 아닌 공영방송 매각에 관한 대화내용을 보도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오히려 이를 보도하지 않는 것이 언론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입니다. 똑같은 일이 발생하더라도 보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언론의 사명입니다.

한겨레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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