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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예산 '날치기'하더니…새누리, 이제 와 딴소리

[분석] '세종시 반기' 들던 박근혜, '4대강 침묵'의 의미는?

선명수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1-18 오후 5:12:16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이 4대강 사업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자 발 빠르게 '선 긋기'에 나선 모습이다. 불과 2년 전 야권의 반대를 무릅쓰고 4대강 사업 예산을 날치기하며 이명박 정부의 사업 추진에 힘을 실어줬지만, 정권 이양기 와중에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발표되자 오히려 국토해양부를 타박하며 발을 빼고 있다.

언제는 날치기로 도와주더니…태도 바뀐 새누리, 국토부 장관 '질책'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마지막 고위당정협의회에서 "4대강 사업에 관해 (감사원이) 지적한 그런 문제가 사실인지 정부는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아울러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는지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 자리에 참석한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을 '질책'한 것이다.

다른 당 지도부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박근혜 당선인의 정무팀장을 맡고 있는 이정현 최고위원은 "객관적인 전문가와 감사원 관계자가 공동조사해 국민의 불신과 불안,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고, 정우택 최고위원 역시 "감사원 발표로 불신이 커졌으니 정부가 명확히 설명하고 문제가 된 것에 대해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상일 대변인은 이날 고위당정협의에 대해 "당에서 질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감사원 결과를 보고 걱정하는 마음"이라고 설명했지만, 민주당이 청문회와 국정조사까지 거론하며 박근혜 당선인의 공동책임론을 제기한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새 정부에 부담 주지 말고 현 정부에서 해결하라'는 기류로 읽힌다.

박근혜 당선인 측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채 '눈치 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상일 당 대변인은 전날 감사원 발표 직후 "4대강 사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작업에 착수해 보다 현실성 있는 보완대책을 국회 차원에서 논의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수준의 논평을 내놨지만, 인수위 쪽에선 공식 논평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날 고위당정에 참석한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취재진과 만나 "정부가 국민께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만 말했다.

與, 매년 4대강 예산 날치기 통과시켜…이제와서 딴 소리?

당장 야권은 감사원의 발표를 놓고 정부와 여당을 향해 책임 추궁에 나선 상황이다. 민주당 정성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4대강 사업 예산을 날치기 통과시켜준 당사자가 바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과 박근혜 당선인"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부실 사업의 주범이라면, 새누리당은 종범 또는 방조범"이라고 매섭게 몰아붙였다.

실제 한나라당은 18대 국회 내내 4대강 사업 예산 및 관련 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며 야권과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을 샀다. 18대 국회의 첫 해인 2008년 12월 단독으로 국회를 소집, 4대강 예산을 강행 처리했고, 이듬해인 2009년 12월에도 한나라당 국토해양위원들이 야당의 '이의 묵살', '표결 생략' 등의 기이한 절차를 거쳐 4대강 예산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2010년엔 '4대강 사업의 쌍생아'라고 할 수 있는 친수구역특별법이 직권상정돼 처리됐다. 그 때마다 국회 본회의장은 점거 농성은 물론 폭력 사태가 이어졌고, 야권이 집결해 '4대강사업조사위원회' 구성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협의조차 없이 묵살됐다.

이렇게 이명박 정부 4년간 4대강 사업에 쏟아부은 재원은 22조2000억 원. 당시 시민단체들의 주장에 따르면, 전국의 초·중·고교생들에게 7년간 무상급식을 실시할 수 있는 금액이다.
 

▲ 지난 2009년 12월31일 '4대강 공사 절대 반대'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의장석을 에워싼 민주당 의원들. 당시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 예산을 포함한 새해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연합뉴스


'여당 내 야당' 자임한 박근혜, 4대강 못 막았나 안 막았나?

물론 '여당 내 야당'을 자임해온 박근혜 당선인 입장에선 현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언제나 '속앓이'의 대상이었다. 2007년 경선 때부터 자신의 정치적 '적수'였던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 사업에 반대해온 만큼 4대강 사업을 흔쾌히 인정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현 정부의 핵심 사업에 제동을 걸기도 마땅치 않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대선 3차 TV토론에서 나온 박근혜 당선인의 말에 이런 '고민'의 흔적이 드러난다.

"대운하는 반대했고, 4대강은 치수 위주의 사업이라고 해서 그건 지켜보기로 했다. 4대강은 이번 정부의 핵심 사업인데, 이걸 개인이 하지마라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이 아닌가."

실제 18대 국회에서 4대강 사업의 '총대'를 멘 의원들은 대부분 친이계다. 이들 중 당시 국토해양위 소속으로 4대강 사업을 적극 옹호했던 김성태 의원은 최근 들어 "4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4대강에 대한민국 전체를 토목공사 하듯이 했다"(18일 <평화방송> 라디오에서)며 지각변동 수준의 입장 변화를 보여주기도 했다. 김 의원의 지적은 야당과 시민단체가 지난 4년 내내 문제제기한 내용이기도 하다.
 

▲ 지난 2010년 12월 '4대강 예산저지 결의대회'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 한나라당이 18대 국회 내내 4대강 사업 예산과 관련 법안을 날치기 처리하면서, 국회는 매번 장외투쟁부터 몸싸움, 점거농성이 잇달았다. ⓒ연합뉴스


'총대'를 친이계가 멨지만, 그렇다고 친박계가 한 발 물러나 있었던 것도 아니다. 2010년 야당 의원들이 못 들어오도록 문을 걸어잠근 채 친수구역특별법을 상정했던 당시 국토해양위원장이 친박계 송광호 의원이었다. 송 의원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몸 싸움을 불사해서라도) 4대강 예산을 법대로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매년 예산국회에서도 친박-친이 할 것 없이 '일치단결'해 4대강 예산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4대강 사업에 지속적으로 비판 의견을 내온 친박계 의원은 이한구 원내대표 정도가 유일하다.

특히 박 당선인 역시 이명박 대통령이 집요하게 밀어붙인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선 강력히 반발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박 당선인의 침묵이 '단순한 침묵'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권과 시민단체에서 "친박계가 친이계 핑계를 대지만, 세종시 사례를 볼 때 친박계가 뭔가 하려면 못할 리 없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11년 환경단체가 발표한 '4대강 사업 찬동인사' 명단에도 친박계 핵심인 김무성 전 중앙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 최경환 의원, 정우택 최고위원, 이주영 의원 등이 줄줄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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