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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미, 주말 9시간 밤샘 투혼…"테러 방지법 '디톡스'"

 
필리버스터 113시간째…23번째 토론자 이학영 이어가
 
| 2016.02.28 14:53:51
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의 테러 방지법 직권상정을 막기 위해 야당 의원들이 진행하고 있는 무제한 토론, 즉 필리버스터가 28일 정오 113시간째를 맞았다. 현재 23번째 토론자인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연설 중이다.

지난 23일 더민주 김광진 의원의 토론으로 시작된 필리버스터는 금요일인 지난 26일, 김용익 의원(☞관련 기사 : 김용익 "국정원, 성생활도 들여다볼 수 있어")에 이어 배재정 의원이 밤 10시 30분께까지 3시간 40분간의 연설을 하며 14명째 발언자까지 토론을 마쳤다. 

배 의원에 이어 전순옥(3시간 31분), 추미애(2시간 35분), 정청래(11시간 40분) 의원이 연단에 올랐고, 이 가운데 정 의원은 앞서 은수미 의원이 최장 시간 연설 기록(10시간 18분)을 경신하며 특유의 입담을 과시해 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 화제가 됐다. (☞관련 기사 : '참서비스인' 정청래 영상 화제 "정문헌이 누구냐면…") 

정 의원의 연설이 길어지며 본회의장 의석에서 장시간 대기해야 했던 진선미 의원도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새벽까지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9시간 14분 동안 연설을 끌어 갔다. 통상 토요일 오후는 정치 현안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저조한 시간대다. 하지만 오후 4시 22분께 연단에 오른 18번째 토론자 진 의원은 일요일 새벽 1시 37분까지 밤샘 투혼을 선보였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진 의원은 헌법 10조·17조·18조의 기본권 보장 내용을 강조하며 "사생활의 자유"가 테러 방지법으로 인해 침해받을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실시간으로 달리는 지지자들의 댓글 내용을 연설에서 그대로 소개하기도 했다. 

진 의원 다음으로는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을 따르는 더민주 내 정파 모임 '민평련(민주평화연대)' 회장이자 4선 중진인 최규성 의원이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최 의원은 2시간 53분 동안, 그 다음 주자인 20번째 토론자 오제세 의원은 2시간 6분 동안 연설 릴레이를 이어 갔다. 일요일 아침 6시 44분께부터는 더민주 박혜자(2시간 37분), 국민의당 권은희(2시간 59분) 의원이 차례로 연단에 올랐고, 더민주 이학영 의원은 정오를 약간 넘긴 시각부터 연설을 시작했다. 

특히 권은희 의원은 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관이었고, 외압으로 수사를 그만둬야 했다는 논란 때문에 시선을 모았다. 

권 의원은 "무제한 토론은 언젠가 끝나겠지만, 국민들께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오만한 질주를 포기하게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권 의원의 소속 정당인 국민의당의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필리버스터만으로는 (테러 방지)법 통과를 막을 수 없다. 필리버스터가 끝난 순간 바로 통과되는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28일 새벽 국회 본회의 무제한 토론 발언자로 나서 연설을 이어가고 있다. 진 의원의 표정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연합뉴스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 성명 "의회 민주주의 새 역사 쓴 100시간"

전날 밤 11시께, 진선미 의원의 차례에서 무제한 토론 시간이 누적 100시간을 넘어서자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는 성명을 발표해 의미를 기렸다. 이 원내대표는 "참여하시는 의원님들도, 지켜보시는 국민들도, 보도하는 언론들도 지칠 법도 하건만 관심과 열기가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며 "'역사의 심판을 받겠다'는 비장한 마음으로 시작할 때 이렇게 호응을 받을 줄 몰랐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23일 낮) 제가 필리버스터에 대한 생각을 복안으로 간직하고 마지막으로 국회의장과 접촉을 시도하려고 할 때 TV 화면에는 '의장이 직권상정을 결정했다'는 자막이 떴었다"며 "오후 2시경부터 (더민주) 의원총회를 시작하고, 직권상정으로 올라올 새누리당의 테러 방지법에 대해서 무제한 토론을 걸자고 제안을 드리자 의원들의 현실적 우려가 많았다"고 술회했다. 

"'준비가 부족한 채로 나가면 국민들에게 오히려 실망을 줄 수 있다', '언론 환경이 불리한 상황에서 장시간 발언하다 보면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은데, 2시간 발언하면 종편 뉴스 프로그램에 1주일치 공격감을 제공할 것이다'라는 지적이 많았다"라며 그는 "저도 비슷한 걱정을 했다. 의총 당시에는 필리버스터 제도와 그 폭발력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고, 스스로 의원들의 능력을 불신했던 측면도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무제한 토론 신청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 "테러 방지법이 민주주의와 인권 보호에 악영향을 미칠 독소 조항이 많은 법임이 분명하고, 국민들은 그 사실을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반드시 알려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을 들며 "저의 정치적 운명을 걸었다는 비장한 심경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당과 지지자들께도 조금은 면목이 서게 되었다"며 "우리 당이 제340회 임시국회 제7차 본회의에서 시작한 새누리당 테러 방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테러 방지법 독소 조항 제거를 위한 '디톡스 필리버스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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