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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선스님 “돌멩이 좀 맞으셨나”, 문재인 “맞았습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9일 오전 광주시 동구 문빈정사 인근에서 법선스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9일 오전 광주시 동구 문빈정사 인근에서 법선스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김철수 기자
 

“올 때에는 정말 돌멩이라도 맞을 각오로 왔다. 앞으로 잘 하겠다고 약속도 드리고, 그러면서 도와주십사 호소도 드리러 왔다. 그런데 어제 다들 걱정을 많이 해주시고 정말 기대 밖으로 따뜻하게 맞이해주셨다. 제가 힘이 많이 난다.”

호남 방문 이틀째인 9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전날보다 한결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문 전 대표는 전날에 이어 광주 시민들을 직접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자신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에 반성하면서도, 사실이 아닌 것은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더민주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문 전 대표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과 함께 이날 오전 무등산 문빈정사를 찾아 법선 주지스님을 만났다. 법선 스님은 문 전 대표를 보자마자 “돌멩이는 좀 맞으셨나”라고 인사를 건넸고, 문 전 대표는 웃으며 “맞았습니다”라고 답했다.

10여 분간 비공개 대화 후에도 법선 스님은 절에서 기르는 개가 병에 걸려 죽을 뻔 한 일을 언급하며 문 전 대표를 향해 “죽었다 깨어나야 한다. 하물며 개도 (그랬다)”며 “관뚜껑을 (열고) 들어갔다 나올 정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전 대표와 김 위원장은 문빈정사 앞에서 광주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를 가졌다. 주말을 맞이해 아침부터 등산길에 오른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삼삼오오 문 전 대표 주위로 몰려 들었다.

문빈정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자주 찾던 곳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표는 “여기는 (예전에) 자주 왔던 곳”이라며 “노무현재단 행사를 한 적도 있고, 여기서 모여 무등산 산행도 여러 번 했다. 오랜만에 왔다”고 소회했다.

문재인 “광주에 늦게 왔다는 지적에 공감”
국민의당 ‘3당 구도’ 주장에 “지금 접근방법은 의미 없어”
‘참여정부 호남홀대론’엔 조목조목 반박도

문 전 대표는 ‘그동안 정면돌파하는 모습이 부족했다. 총선 직전에 또 한 번 광주를 방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한 시민의 질문에 “여러 민심들이 수도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고 저도 (광주에) 온 것이 늦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 광주의 우리 당 선거 상황이 그렇게 좋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며 “남은 기간이 얼마 없는데 남은 기간이라도 광주와 호남에 대해 더 선거를 도울 수 있도록 여러가지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현재 군소야당이 난립해서 결국 새누리당 좋은 일만 시키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 대해선 “실제로 그게 참 걱정”이라며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를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그동안 양당구도 속에서 국민들께 정치가 별로 희망을 드리지 못해 그에 대한 반성으로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3당제, 다당제 말씀하신 건 충분히 이해가 간다”면서도 “다당제, 3당제의 전제는 제1당이 과반수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당이 걷고 있는 접근 방법은 오히려 일당을 강화하고 의석수를 늘려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당이) 과반수가 되지 않아야 2, 3당과 연합하든 또는 연정하든 연합정치가 가능하고, 어느 한 당이 정치를 폭정으로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제 1야당은 더 줄어든 야당, 제3당은 군소정당이 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는 ‘선거 때만 정치인들이 나오고 나중에 등한시하는데 국민 편에 설 수 있는 정치인이 돼 달라’는 한 시민의 당부에 “제가 당 대표로 감히 나선 것도 정당문화를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지금 같은 정당구도 같으면 일반 시민들, 직장인들은 정당에 참여할 수 없다”고 문제에 공감을 표했다.

이어 “(당 대표가 돼서) 첫 번째로 한 게 온라인 입당이다. 온라인으로 쉽게 입당할 수 있게 하니까 그때 불과 며칠 만에 10만 명이 넘는 당원들이 참여해주지 않았나. 또 네트워크 정당과 모바일 정당을 만들면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해 정당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며 “앞으로 그런 부분들은 지속적인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9일 오전 광주시 동구 문빈정사 인근에서 열린 '광주시민들께 듣습니다'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9일 오전 광주시 동구 문빈정사 인근에서 열린 '광주시민들께 듣습니다'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또한 그는 ‘참여정부 시절 광주를 홀대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그게 맞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역대 어느 정부보다 더 많이 배려했다고 자부한다. 오늘쯤 구체적인 자료들을 제시하려고 한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반박에 나섰다.

그는 “실제로 보면 아마 역대 정부 가운데서 (호남 출신) 장관 숫자와 검찰총장, 국가정보원장 등 권력기관장이 (참여정부 때 가장) 많았다”며 “지금은 한 명도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가) 끝난 이후에 보신 적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호남 애정에 따를 만한 분이 있겠느냐”면서도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이 호남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호남을 챙기는데 마음껏 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영남이어서 더 많이 호남을 배려했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그는 “지난번 대선 때 제가 후보가 되니 ‘참여정부가 (호남을) 홀대했고 문재인도 참여정부에 몸 담았으니 함께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는 게 저에 대한 공격 소재가 됐다”이라며 “그것이 지난 번 전당대회 때 호남에서 지지받는 분하고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되니 그것이 호남홀대뿐만 아니라 호남학살의 주범이 문재인이라는 식으로 논리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이야기들이 설령 억울하다고 해도 그것은 광주 시민을 탓할 일이 아니라 제가 부족한 것”이라며 “빨리 그렇지 않다는 것을 해명하고 자주 뵙고 해야 오해들이 쌓이지 않는데 저희가 제대로 못했다”고 반성했다.

문 전 대표는 “남은 (총선) 기간 최선을 다하고 이번 선거 끝나고 나면 일반 시민 신분으로 일반 시민들 속으로 들어와 시민과 함께하는 정치를 하겠다. 광주도 자주 와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잘못된 오해들은 풀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문재인 “호남에선 수도권과는 또 다른 전략적 판단 필요”

마지막으로 문 전 대표는 박근혜 정권에 대한 경제심판론을 강조하며 더민주에 대한 지지를 재차 호소했다.

그는 “지금 광주와 호남에서의 총선 경쟁 구도는 약간 특이하다. 어찌보면 우리끼리의 경쟁이다. 문재인이 좋으니 싫으니 하는 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선거의 핵심은 박근혜 정권을 제대로 심판하느냐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지금 박근혜 정부 심판 분위기는 넘쳐나고 야권후보를 바라는 여론도 높은데, (야권이) 쪼개져 있으니 그 민심을 야권이 승리의 그릇에 담아내지 못하고 오히려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려고 한다”며 “민심과 동떨어진 선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략적으로 판단해주셔야 한다”며 “수도권 유권자들은 정당득표는 자기 지지하는 정당에 하더라도 후보는 새누리당을 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줘야 한다. 호남의 유권자들은 또 다른 전략적 투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총선을 넘어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해야 하는데, 누구를 정권교체의 중심으로 삼겠느냐”며 “지금 국민의당은 현실적으로 호남 밖에서는 안철수 한 분 말고는 당선될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호남이 바라는 것이 호남 내에서 지지받는 게 아니라 호남이 밀어주면 호남 바깥에 나가 이겨라, 정권 바꿔내라는 거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어 “단 한 명의 의석이 호남 바깥에는 없는데 어떻게 정권교체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고 국민의당을 비판하며 “더민주가 많이 섭섭하게 했고 실망을 많이 시켜 드린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내년 대선에서 새누리당에 맞서 정권교체를 할 세력은 전국적으로 지지를 받는 더민주밖에 더 있나”라고 호소했다.

한편, 김홍걸 위원장은 “좀전에 (문 전 대표에 대한) 근거 없는 악성 루머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다”며 ‘참여정부 호남홀대론’을 다시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그런 것들을 들어보니 과거에 저희 아버지가 정치할 때 반대세력에서 터무니없는 악성 루머를 만들어 공격했던 생각이 난다”며 국민의당을 겨냥해 “그분을 곁에서 모셨고, 당해봤던 분들이 똑같이 그런 방법을 사용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제가 기억을 분명히 하는데 아버지께서는 평생 남을 비방, 인신공격하거나 거짓된 내용으로 공격한 적이 없다”며 “탈당한 분들에게 100% 잘못이 있다는 게 아니다. 그러나 그분들의 언행은 전혀 김대중 정신과는 동떨어진 낡은정치, 구태정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태정치를 청산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고 유권자 분들이 현명한 판단해 주실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와 김 위원장은 시민들과의 만남을 가진 뒤 무등산 입구까지 걸어 내려오면서 한참 동안 등산객들과 악수를 하고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특히 문 전 대표는 전날보다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 “사전투표 하셨느냐”, “사진 한 번 찍자”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한 시민은 “너무 늦게 왔다. 왜 이제 왔느냐”며 “힘내시라”고 격려했고, 문 전 대표는 웃음으로 화답했다.

이후 문 전 대표는 2014년 재보선 패배 뒤 방문했던 발산마을회관을 다시 찾아 어르신들과 대화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일정을 끝으로 문 전 대표는 광주 일정을 마무리하고, 오후에는 전북으로 이동해 다시 시민들을 직접 만날 예정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9일 오전 광주시 동구 문빈정사 인근에서 등산객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9일 오전 광주시 동구 문빈정사 인근에서 등산객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김철수 기자
문재인 ‘죽었다 다시 살아난 개’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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