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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민족주의자들의 '현실적 정치선택'의 교훈


임정기념사업회 학술회의, 여운형.김규식.조봉암 재조명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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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09  0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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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광복회가 후원한 ‘반독재 평화통일의 기수 여운형, 김규식, 조봉암 선생 학술회의’가 8일 서울역사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삼웅, “몽양은 글로벌한 진보적 민족주의자”

“비상한 시기의 비상한 지도자였던 몽양의 정치철학을 사자성어로 압축하면 ‘혈농어수(血膿於水)’ 즉 ‘피(민족)는 물(이념)보다 진하다’는 글로벌한 진보적 민족주의자다.”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광복회가 후원한 ‘반독재 평화통일의 기수 여운형, 김규식, 조봉암 선생 학술회의’가 8일 오후 2시 서울역사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몽양 여운형의 ‘민주.민족사상’을 주제로 발표했다.[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몽양 여운형(1886~1947) 선생의 ‘민주.민족사상’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 “몽양을 일러 공산주의자, 민주사회주의자, 민족적사회주의자, 자유주의자, 진보적민주주의자, 진보적민족주의자 등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이 적용되지만, 그는 오직 조국의 독립과 해방, 통일정부 수립을 목표로 하는 진보적 민족주의자였을 뿐”이라고 규정했다.

김 전 관장은 19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과정에서 몽양 여운형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하고 특히 일본정부의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해 “연설과 회견을 통해 일본 조야를 압도했다”고 전했다.

당시 ‘일제의 초청에 응하는 것은 반역행위’라는 일부의 매서운 성토 분위기 속에서도 몽양은 “일제의 기만 술책을 꿰뚫으면서도 초청에 응하여 도일한 것은 이를 역이용해 보자는 전략이고 배짱”이었고, “몽양과 같은 배포가 아니고서는 결행하기 어려운 모험”이라고 평했다.

이어 집안 노비들을 해방시킨 사례부터 임시정부 운영 과정 등에서 몽양이 ‘투철한 민주주의 신념과 사상’을 보인 대목을 강조하고 “몽양은 민족사상과 더불어 민주주의 신념이 대단히 투철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김 전 관장은 “미군정의 작용이 아니었다면 몽양은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라며 “조국해방과 통일국가 수립이라는 큰 목표에서는 한 번도 이탈하지 않은 호걸풍의 지도자”라고 애석해했다.

아울러 “‘지하의 투사, 지상의 신사’라 불리면서 조국의 독립과 자주, 민주주의와 통일국가 수립을 위해 종횡무진, 동분서주했던 선각자 몽양의 식견과 리더십 그리고 행동반경은 오늘 꽉 막힌 좌우,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시대적 가치가 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중석, “김규식, 예리한 정치감각 가져”

   
▲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우사 김규식 ‘남북협상과 평화통일’을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우사 김규식(1881~1950) 선생의 ‘남북협상과 평화통일’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 “김규식은 미국과 소련군이 철수하면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했다”며 정치가로서의 김규식의 식견을 부각시켰다.

서 명예교수는 김규식 선생은 “동시철병론에 대해서는 철병 준비 기간이 있어야 하며, 군사단체나 이와 유사한 단체는 해체시키고 남북 질서를 유지할 국방군을 편성한 뒤 철병하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전조선정당사회단체대표자연석회의 추진과정에서 이를 어느 정도 관철시켰다고 평가했다.

김규식 선생은 48년 연석회의를 추진하며 북측에 대해 “미소 양군 조속 철퇴에 관해서는 먼저 양국 당국이 철퇴조건, 방법, 기일을 협정하여 공포할 것”을 5개항의 요구사항에 포함시켰고 결국 조선정당사회단체지도자협의회 명의의 공동성명서에 ‘내전 방지’가 4가지 합의사항 중 하나로 제시될 수 있었다.

서 명예교수는 “김규식은 학자형 정치가로 알려져 있었지만 국제정세에 밝았고, 예리한 정치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며 그 사례로 “분단정부가 들어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 남측지역에서만 실시된 5.10선거에 ‘불참가 불반대’를 통해 “단정세력이 권력을 독점하는 것을 막을 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통일독립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고 평가했다.

5.10선거를 맞아 중도파 민족주의자들 대다수가 북행을 택했지만 김규식 선생은 ‘불참가’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남조선 선거에는 반대치 않겠”다고 해 5.10선거 결과를 유리하게 끌어내 이후 제헌의회에서 소장파 의원들이 헌법과 반민특위법, 농지개혁법, 지방지차법 등에서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밑받침이 됐다는 것이다.

서 명예교수는 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 12월 10일 세상을 뜨면서 “어떻게 하든지 민족통일을 해야 되고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김규식 선생의 유언을 다시 한 번 전했다.

박태균, “조봉암, 면면이 흘러오고 있었던 ‘공개념’과 연결고리”

   
▲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죽산 조봉암의 ‘정치사상과 공개념’을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진보당 사건으로 사형당한 죽산 조봉암(1899~1959) 선생의 ‘정치사상과 공개념’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 “조봉암의 사상 속에 민족주의가 있다는 점에서 사회민주주의의 맥락에서만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진보당의 사회적 민주주의라는 게 유럽이나 서구의 것을 갖다 베끼겠다는 얘기가 아니고 한국의 풍토에 맞는 뭔가를 하겠다는 의미에서 이걸 했다”며 “생산 분배의 합리적 통제로 민족자본 육성”을 추구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합리적 통제는 시장경제를 완전히 무시하는 게 아니라 시장경제 베이스 위에서 통제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조봉암 선생의 이같은 사상은 “독립운동가들의 마음과 머리 속에 면면이 흘러오고 있었던 ‘공개념’이라는 측면에서의 연결고리가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추정하고 “사회민주주의를 주장하면서도 농업에 주목하고, 제3세계에 주목하고 통일에 대해 강조했던 것은 그런 공개념에 대한 부분들”이라고 짚었다.

나아가 “임시정부 건국 강령이라든가 한국독립당의 노선에서 나오는 주로 조소앙 선생의 사상적 측면에서 나온 연결성을 좀더 주목해 봐야 한다”며 “왜 우리가 해방되고 새로운 나라 세울 때에 토지는 국유화하고 개혁해야 하고 공공부분 강조해야 하는가. 조소앙 선생 이야기 결론은 한국 사람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역사에서 중요한 사회적 개혁이 있을 때마다 나온 것이 바로 공개념”이고 “서양에서의 근대개혁은 사적소유를 확립하는 방식으로 갔다면 우리 한국과 동양에서의 사회적 개혁, 근대적 개혁이라는 것은 공공의 영역을 가지고 한 것이 중요하다”는 것.

박 교수는 “60년대 이후에 가서 서양에서 유학하는 사람들이 한국사회 주류가 되면서부터 이런 부분이 깨져버린 것 같다”며 “97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우리가 나갔어야 되는 방향의 아주 중요한 부분들의 하나였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박 교수는 죽산이 초대 농림부장관에 참여한 것은 “어쨌든 제안을 받았고 본인이 농업에 있어서 개혁을 하는 게 한국사회의 당장 가장 중요한 문제다라고 해서 하셨다고 생각한다”며 “반면에 북한으로 가지 않고 남쪽에 남아 5.10선거에 참여한 것은 박헌영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해석했다. 당시 북한에서 부수상 겸 외상을 맡고 있던 박헌영과 사적 감정이 얽혀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민주세력이 결정적 승리를 얻을 수 있는 평화적 방식에 의한 조국통일의 실현”과 “남북 간의 균형적 경제 발전” 등을 내세운 데 대해 “당시 북진통일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이런 주장을 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 국회의원 총선거를 목전에 두고 열린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몽양과 우사, 죽산의 현실주의적 정치적 선택이 주요하게 거론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국회의원 총선거를 목전에 두고 열린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몽양과 우사, 죽산의 현실주의적 정치적 선택이 주요하게 거론됐으며, 장원석 ‘몽양 여운형 생가기념관 학예연구사’와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김성보 연세대 사학과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학술회의는 김자동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회장이 개회사를, 박유철 광복회 회장이 축사를 했고, 이부영 몽양여운영선생기념사업회 회장과 장은기 우사연구회 사무국장, 박중기 추모연대 명예의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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