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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백>으로 국민 힘모아 ‘국정원 개혁하라’ 명령해달라”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56 ] <자백>의 최승호 감독이영광 기자  |  kwang3830@hanmail.net
 

MBC <PD수첩> 출신으로 해직언론인으로 <뉴스타파> 앵커를 맡고 있는 최승호 PD는 ‘PD’ 또는 앵커로 알려져 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 다큐멘터리 영화인 <자백>을 연출해 제 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아 ‘감독’이 되고 <자백>은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최대 화제작이 되었다.

영화 <자백>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을 주 소재로 여러 간첩 조작사건을 조명했다. 영화 뒷이야기가 궁금하여 영화제 때문에 전주를 찾는 최승호 감독을 전주 영화의 거리 근처 커피숍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최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최승호 감독이 go발뉴스와 전주의 한 커피숍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영광 기자

“국정원 개혁을 국민적 운동으로 만들고 싶었다”

-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이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는데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반응이 좋아요. 영화를 개봉할 때 많은 관객이 봐서 실제로 국정원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어요.”

- 반응이 좋은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그동안의 다큐멘터리는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피해자들을 다뤘지 권력기관 자체를 다루고 책임자를 직접 만나고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없었어요. 그리고 국정원의 잘못이 명백하게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이 밝혀진 경우는 없었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걸 보면서 통쾌함도 느끼고 국정원의 잘못에 대해 공감도 하고 그런 거죠.”

-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하셨는데.

“영화제라서 관객과의 대화가 있었는데 서로 교감한다는 느낌이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방송을 오랫동안 했잖아요. 그러나 방송에서는 시청자들과 직접적인 교감을 할 수는 없었는데 이렇게 영화를 본 뒤 그 느낌이 생생할 때 바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까 좋더라고요.”

- 주로 PD나 앵커로 불렸잖아요. 그러나 영화제에서는 감독으로 불려서 색다른 느낌일 듯합니다.

“제가 영화 한 편 만들었다고 감독으로 불리는 건 아직 좀 어색한 것 같아요.”

- 영화 제작은 어떻게 하게 되셨어요?

   
▲ 영화 <자백>의 한 장면

“저희가 간첩 조작사건을 많이 취재했고 방송도 했지만 국정원이 실질적으로 바뀐 게 없어서 아쉬움이 있었어요. 때문에 국정원의 잘못에 대해 적나라하게 밝히는 영화를 만들어 공감의 폭을 넓힘으로써 국정원을 개혁해야 한다는 국민적 운동을 만들어보고 싶었죠.

그러나 저희는 영화 제작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트루맛쇼>, <쿼바디스> 같은 영화를 만든 김재환 감독을 프로듀서로 모셨어요. 김재환 감독이 저희가 모르는 영화의 길로 이끌어줬죠.”

- 기간은 어느 정도였나요?

“취재는 2013년 초부터 4년 정도 했어요. 하지만 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뒤 제작한 것은 1년입니다.”

- 영화 제작한 경험이 없으셨잖아요. 물론 김재환 감독을 영입했지만 처음이다 보니 시행착오도 겪었을 것 같아요.

“계속 토론을 하면서 바꾸고 또 바꾸고 여러 가지 버전으로 실험했죠. 그 결과 나온 최종 결과가 영화제에서 보여드린 겁니다. 작업 과정의 큰 흐름은 김재환 프로듀서가 있었기 때문에 시행착오라 할 만한 건 없었던 것 같아요.”

“40년 전과 변함없이 지금도 간첩 조작하며 공포로 국민들 컨트롤”

- 영화와 방송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영화는 큰 화면이라 아주 섬세한 것까지 느껴지는 것이고 방송은 TV는 아무리 커봤자 한계가 있고 일상적인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TV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시청자의 눈길을 잡아두기 위해서 여러 가지 장치를 많이 하죠. 그래서 내레이션도 많이 들어가고 자막을 많이 넣어 시청자를 끌고 간다면 영화는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관객들이 섬세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차이죠.”

   
▲ 영화 <자백> 포스터

- 내레이션을 직접 하셨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영화가 복잡한 사건들이기 때문에 그 사건들을 충분히 이해시키려면 내레이션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내레이션을 해야 한다면 취재자의 입장에서 관객에게 사건의 흐름을 설명하는 것이라서 취재를 직접 한 사람이 하는 게 맞죠.”

- 영화 중에 재판이 끝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나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사과할 의향이 없는지 묻는 장면이 나오는데 거부하잖아요. 그럴 때 느낌은 어땠어요?

“질문하기 전에도 부인할 것으로 생각은 했어요. 그럼에도 원 전 원장 경우는 유우성씨 이름도 모른다는 식으로 너무 무책임하게 답변을 해서 화가 좀 났죠. 김 전 비서실장 경우는 40년 전 사건이라서 법률가적인 답변을 한 것이고 자기가 조금이라도 법적으로 말려 들어갈 수 있는 것은 피하는 답변이었죠.

그러나 그들이 무책임하게 자기 책임을 부인할 수 있는 이유는 그렇게 해도 괜찮기 때문이에요. 원세훈 전 원장은 유우성 씨의 여동생 유가려 씨를 합동신문센터에 가두고 허위자백을 받은 최고 책임자였어요. 그런데 유우성 씨 사건에서 나중에 출·입경 기록을 조작한 국정원 직원들은 처벌을 받았지만 처음 허위자백을 받아낸 직원들은 처벌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원세훈 씨가 그렇게 나올 수 있죠. 만약 허위자백을 받아낸 직원들까지 엄정하게 처벌했다면 원 씨가 그렇게 나올 수는 없었겠죠.”

   
▲ 영화 <자백> 스틸컷

- 간첩 조작 사건을 어떻게 주목하게 되었나요?

“2013년 4월에 유가려 씨가 합동신문센터에서 나와 가지고 기자회견을 했는데 기사가 났더라고요. 그 기사를 보면 자기가 합동신문센터에서 고문으로 오빠(유우성 씨)가 간첩이라는 허위자백을 했는데 거짓말이라고 했어요.

그 기사를 보고 이건 간첩 조작사건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을 한 거죠. 30~40년 전에 간첩 조작이 일어난 건 우리가 알고 있지만 지금도 간첩이 조작된다는 걸 알게 되어 놀랐어요. 그래서 취재를 시작하게 된 거예요.”

- 유우성씨 사건은 2013년 <뉴스타파>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했어요. 그것과 이번 영화의 차이점은 뭔가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자백 이야기>는 유우성 사건의 1심 판결이 나오기 전에 방송한 거예요. 주로 여동생의 ‘오빠가 간첩’이라는 자백이 실제 사실과 어긋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죠.

그 이후 1심 판결이 무죄로 나왔고, 2심 재판이 시작된 뒤에 국정원이 또 증거조작을 한 겁니다. 이번 영화 <자백>은 유우성 사건을 끝까지 다뤘을 뿐 아니라 국정원에서 자살한 분의 사건과 40년 전 일어난 조작사건들을 함께 다뤘어요. 국정원의 간첩조작 완결판이라고 할 만하죠.”

- 취재하시며 느낀 점도 있을 것 같아요.

“국정원이라는 게 40년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조금도 변하지 않고 계속 간첩을 만들어 내고 그걸 통해 우리 국민을 공포로 컨트롤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제대로 가기 위해서는 국정원 개혁을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취재한 것이 아니어서 초기 촬영분은 좀 거칠게 되어 있는 부분이 있어요.”

“허공 매달린 밧줄 위 걷는 느낌으로 취재…한발만 잘못해도 떨어져”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소개 부탁드려요.

“중국에 들어가서 취재를 많이 했는데 북한과의 접경지역에서 취재했어야 해서 위험하다고 느꼈던 순간들이 많았어요. 다행스럽게 큰 문제가 일어나진 않았죠.”

   
▲ 영화 <자백>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를 하는 최승호 감독 <사진출처=김미진 전북 도민일보 기자 제공>

- 2011년 합동신문센터에서 조사받다가 자살한 한준식 씨 딸과 통화로 아버지의 부고를 알리셨잖아요. 2012년 MBC에서 방송한 드라마 <골든타임>의 의사인 최인혁(이성민 분)이 오버랩 되더라고요. 거기서 아버지의 죽음을 어린 자식들에게 담담히 알려주는 장면이 있었거든요. 그 장면을 보면서 울컥 하던데 부고를 전하는 심경이 어떠셨어요?

“영화에서는 통화하는 과정이 간단하게 표현되어 있지만 굉장히 시간도 많이 걸렸고 아주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하게 된 거예요. 전화할 때 여러 번 마음을 다잡고 했지만, 굉장히 힘든 전화 통화였어요.”

- 영화 끝부분에 재심을 통해 무죄 받은 간첩 사건을 열거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재심을 통해 무죄가 밝혀진 사건만 해도 이렇게 많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사실 재심을 받지 못한 억울한 사건이 훨씬 많겠죠. 당사자들이 죽어버리고 가족들도 산산이 흩어진 경우가 많으니까요.”

- 영화를 제작하며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요?

“국정원을 취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잖아요. 매번 취재 방향을 결정할 때마다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면서 해야 했던 것이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 또는 허공에 매달린 밧줄 위를 걷는 느낌이었어요. 한발만 잘못 짚으면 떨어진다는 느낌으로 취재를 해야 했죠. 그런 부분이 어려웠어요.”

- 영화를 수십 번 봤을 텐데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른가요?

“마지막까지 편집을 계속 바꾸면서 봤기 때문에 느낌은 다 달라요. 이제 앞으로는 완성된 것을 계속 보겠죠.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 느낌은 다른 것 같아요. 전주영화제에서 첫 상영을 했을 때는 관객들이 다소 엄숙하게 봤어요. 그런데 오늘 두 번째 상영할 때는 여러 군데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박수를 치시더군요. 느낌이 다 다른 거 같아요.”

“국정원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국민 개개인 위험”

- 영화를 통해 주려는 메시지는 뭔가요?

“국정원을 바꿔야 한다는 거죠. 국정원을 이대로 놔두면 대한민국이 위험할 뿐 아니라 국민 개개인도 위험해요. 그런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 그렇게 하려면 국민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 최승호 감독이 go발뉴스와 전주의 한 커피숍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영광 기자

“지금 여소야대 국면이 됐고 국회가 국정원을 개혁할 수 있는 상황이 됐어요. 많은 국민들이 이 영화를 봐주시고 힘을 모아서 국정원을 개혁하라고 명령하면 국회가 그 명령을 들을 겁니다.”

- 외압은 없었나요?

“외압이라는 건 국정원 직원들이 고소한다거나 검찰에서 소환하는 등이 있었어요.”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는데 많은 관객이 영화로서 재밌다는 반응을 보여주셔서 만든 제 입장에서는 감사합니다. 앞으로 개봉되면 많이 봐 주시고 국정원을 개혁하는 실질적인 행동에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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