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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지하에 폭 300㎞ 두께 200㎞ 마그마 '꿈틀'

 
조홍섭 2016. 06. 10
조회수 3848 추천수 0
 
태평양판이 동해 가운데 이르러 부분 용융 상태
스위스 연구진 동아시아 지진파 분석해 밝혀
 
ul4.jpg» 지하 100㎞의 동해 지진파를 분석한 결과 가장 뜨겁고 액체 상태에 가까운 곳은 울릉도 부근으로 밝혀졌다. 대규모 마그마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그림=피히트너 외(2016) <지구물리학 연구>
 
활동 조짐을 보이는 백두산에 견줘 울릉도는 오래전 ‘죽은’ 화산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울릉도 지하에 백두산에 견줄 만한 대규모 마그마가 존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울릉도가 언제 다시 불을 뿜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드레아스 피히트너 스위스 연방공대 교수 등 연구자들은 국제 과학저널 <지구물리학 연구: 지구>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울릉도 바로 아래 50㎞ 지하에서 폭 300㎞, 깊이 100㎞의 거대한 ‘마그마 저수지’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ul2-1.jpg» 동북아 지구조도. 일본 동쪽에서 태평양판이, 남쪽에서 필리핀판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파고든다. 그림=피히트너 외(2016) <지구물리학 연구>
  
울릉도는 ‘불의 고리’인 환태평양 화산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최근까지 화산활동을 하지 않아 이처럼 대규모의 마그마가 비교적 얕은 곳에서 발견된 것은 매우 놀라운 일로 지질학계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연구자들은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에서 관측된 규모 5.0~6.9의 지진 58개에서 얻은 지진파 자료를 슈퍼컴퓨터로 분석해 동해 일대의 내부구조를 3차원 모델로 만들었다.
 
ul1.jpg» 지진파를 토대로 연구진이 작성한 동해 일대의 3차원 모델. A, B, C, 세 단면에서 보았을 때 마그마(붉은 색)가 어떻게 분포하고 파란 색으로 나타나는 태평양판(Pacific slab)과 필리핀판(PHS)이 어떻게 섭입하는지가 잘 나타나 있다. 그림=피히트너 외(2016) <지구물리학 연구>
 
분석결과를 보면, 일본 동쪽에서 유라시아판을 비스듬히 파고든 태평양판이 동해 가운데 이르는 지하 350㎞ 지점에서 마그마가 형성되기 시작해 상승하다 남쪽에서 일본열도를 파고드는 태평양판을 만나 우회한 뒤 울릉도 밑에서 세력을 강화해 수직으로 솟아오른다. 
 
연구자들은 “지하 100㎞ 근처에서 마그마 발달이 두드러져 지진파의 속도가 20%나 줄어들었다”며 "마그마는 부분 용융된 상태"라고 밝혔다.
 
ul3.jpg» 지각 깊이 별 마그마의 발달 모습. 붉은색은 뜨거운 액체, 파랑은 찬 고체 쪽을 가리킨다. 그림=피히트너 외(2016) <지구물리학 연구>
  
이처럼 울릉도 지하에 대규모 마그마가 생성된 이유로 연구자들은 “태평양판이 빠른 속도로 대륙판을 파고들면서 상승류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논문을 본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처음 보는 결과”라고 놀라워하면서 “지구 내부구조를 단층촬영하는 최신의 연구방법을 썼고 한반도 지진자료를 포함해 충분한 데이터를 썼다.”라고 일단 논문을 평가했다.
 
그는 “지진파의 속도가 20% 줄어든다는 건 지하의 온도가 매우 높고 액체 상태에 가깝다는 뜻”이라며 “백두산의 마그마도 태평양판이 동해를 지나 백두산 지하에 이르러 상승류를 발생시켜 생겼다는 이론이 나와 있는데 백두산과 울릉도의 화산활동을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설명하는 점이 흥미롭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정도의 마그마라면 울릉도에 온천활동, 가스 발생 등이 관측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은 의문”이라며 “후속 확인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학계에서는 필리핀판이 유라시아판을 섭입하지만 아직 일본열도를 지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 연구에서는 일본을 지나 동해 아래까지 진출한 것으로 본 점도 특이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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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구조론은 지각 이동을 해령에서 탄생한 해양판이 확장해 대륙판 밑으로 들어가 맨틀로 돌아가는 순환으로 설명한다. 그런데 해양지각이 맨틀 깊숙이 들어가기 전에 마그마가 형성돼 지표에 화산활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온도가 충분히 높지 않지만 압력이 높고 해양판이 공급한 수분이 충분하면 암석이 녹는 점이 낮아져 부분적으로 녹은 마그마가 형성되는 것이다. 독도와 울릉도, 백두산의 화산활동을 이렇게 설명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울릉도의 마그마 규모는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백두산 마그마와 비교해 어떨까. 최근 북한 연구자들이 서방 과학자들과 백두산의 북한 쪽에서 지진계를 설치해 연구한 결과 천지 아래 5~10㎞ 깊이에 폭 40㎞의 마그마가 분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Kosima Weber Liu_s.jpg» 최근 북한 당국은 미국, 영국 등 서방 과학자를 초청해 백두산 북한 쪽에 지진계를 설치하고 연구해 마그마의 존재를 밝힌 바 있다. 사진=Kosima Weber Liu
 
백두산의 마그마가 이번에 밝혀진 폭 300㎞의 울릉도 마그마보다 훨씬 작아 보이지만, 이 결과는 얕은 지각을 조사한 것으로 이번 연구결과와 비교는 곤란하다고 연구자들은 말한다.
 
홍 교수는 일본 연구자의 한 연구에서 백두산의 심층 마그마는 폭이 700~80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어쨌든, 이번 연구결과는 화산활동 면에서 울릉도가 백두산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04069481_R_0.jpg» 1000년 전 백두산처럼 울릉도에서 언제라도 대규모 화산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때가 되면 2011년 10월12일 울릉도 인근 바다에서 관찰된 용오름 현상처럼 화산재가 하늘 높이 솟아오를 것이다. 사진=강원지방기상청
 
이윤수 한국 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울릉도는 나리분지에 알봉을 남긴 5000년전 분화를 포함해 지난 1만 2000년 동안 4차례 화산폭발이 일어난 활화산”이라며 “백두산 규모의 화산폭발이 일어난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9300년 전 분화했을 때 날아간 화산재가 일본에서도 발견되는데, 분출량은 백두산의 밀레니엄 분출에 견줘 10분의 1 수준이고 남한을 골고루 10㎝ 덮을 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질학적 시간 단위는 우리의 체감 시간과는 다르다. 울릉도가 활화산이지만 언제 다시 활동할지를 예측하는 건 어렵다. 이 박사는 “현재의 과학 수준에서 그것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imut˙ e, S., H. Steptoe, L. Cobden, A. Gokhberg, and A. Fichtner (2016), Full-waveform inversion
of the Japanese Islands region, J. Geophys. Res. Solid Earth, 121, doi:10.1002/2016JB012802.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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