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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출신 보수학자 "보수정권 8년... 이대론 미래없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6/06/18 04:22
  • 수정일
    2016/06/18 04:2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e사람] '21세기 대한민국 국부론' 펴낸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의 고언

16.06.17 20:27l최종 업데이트 16.06.17 20:27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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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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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또 화두를 꺼내 들었다. '국부론'이다. 그것도 21세기의 '대한민국 국부론'이다. 고전경제학자 애덤스미스는 자신의 책 '국부론'에서 '정치경제학'을 내세우며, "국민과 국가 모두를 부유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그의 고민도 여기에 맞닿아 있었다. 최근에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만나 그와 다시 소주잔을 기울였다. 오랜만의 만남이었다. 사실 그와 마주 앉기가 쉽지 않았다. 몇해 째 전국을 다니며 '독일 전도사'로 강연을 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초에 '광주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 추진위원장까지 맡았다.

오는 23일부터 광주광역시에서 열리는 이번 페스티벌은 세계에서 처음 열리는 행사다. 인터넷상의 다양한 '웹 콘텐츠'는 이미 청소년과 젊은층 사이에 폭발적인 관심거리다. '양띵', '도띠' 등으로 일컬어지는 유명 1인미디어 크리에이터와 관련 콘텐츠 등은 정보통신업계에서 가장 핫한 산업으로 떠오를 정도다. 

 

 

그가 이런 최신 산업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티케이(TK, 대구 경북)출신인 그는 스스로 '전형적인 보수 우파'라고 말한다. <중앙일보>에서 미디어전문기자로 오래 활동한 그였다. 이른바 잘 나가는 <조중동>기자였다. 전형적인TK와 보수언론 출신 그가 '광주'에서 첨단산업 페스티벌을 주관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웃으면서 '혹시 그쪽(광주)에서 일하기 껄끄럽지는 않았나'라고 묻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어 "오히려 나보다 그쪽분들이 처음엔 더 조심스러워 하더라"고 말했다. 김 전 교수는 "주변에서 많은 성원과 도움을 받아서 기쁘게 일하고 있다"면서 "나 스스로 이번기회를 통해 미래 먹거리, 신산업 등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다"고 덧붙였다.

TK 보수언론인 출신 그가 광주를 위해 뛰는 이유

- 그래서인지, 이번에 들고 나오신 '국부론' 이야기가 범상치 않아 보인다.
"그동안 내가 꾸준히 해온 이야기의 연장선에 있다.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양극화, 노령화, 분열과 갈등...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하고, 설계해 나갈 것인가. 우리와 여러모로 비슷한 독일에서 해법을 찾으려 했다. 재벌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모든 국민이 더불어 잘사는 나라, 충분히 가능한 모델이다."

그는 '독일 전문가'다. 30여년 동안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 등을 학자와 기자로서 경험했다. 그의 고민과 연구물은 고스란히 책으로 묶여 나왔다. 이른바 '넥스트 시리즈'였다. 지난 2012년 <넥스트코리아>를 시작으로 <넥스트 이코노미>와 <넥스트 리더십> 등을 펴냈다. 이번엔 <넥스트 인더스트리> '21세기 대한민국 국부론(자미산출판사)'이다.

3년 전 기자와 만났을때 그는 독일식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했다. 그 어느 진보적 경제학자보다 더 개혁적인 목소리를 냈었다(관련기사: "재벌체제 극복없이 한국미래 없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여 지났을 때였다. 그는 최우선 과제로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 극복을 꼽았고, 박 대통령이 선거때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실천만 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 세월호 참사 이후 그와 다시 마주 앉았을 때  "제왕적이고 소통하지 않은 리더십으로는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 때도 그와 광화문에서 소주잔을 기울였다. 당시 그는 "이번 희생을 절대로 헛되게 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깊이 슬퍼하고, 크게 분노하면서도 국민들이 이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책임'은 총선에서 표로 심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관련기사: "헬무트 슈미트는 총리직 걸었다"). 

- 지난 번에 '국민들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는데, 총선결과를 보면 그렇게 된 것 같기도 하고.
"올 초까지만해도 이런 결과를 누가 예상했었나.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 강연을 다녀보니까,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것과 확실이 온도 차가 있었다. 특히 광주에서의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민심도 그랬다. 이번 총선은 기득권, 패권세력에 대해 국민이 엄중한 심판을 한 것이다."

'여소야대' 20대 국회가 해야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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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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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여소야대의 국회,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역할과 책임이 더 막중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고개를 끄덕이며) 물론이다. 선거 때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국민의 선택은 정말 무섭다. 새누리를 비롯해 더민주 등 여야 정치권의 분열과 갈등이 얼마나 심했나. 국민들이 이번에 깔아준 판(版)을 보라. 집권여당의 실정에 냉혹한 평가와 함께 야당에게도 국민들의 삶을 바꿔보라는 기회를 준 것이다."

그는 "총선 이후 더민주에서 기업구조조정 등 경제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가는 모습이 전과 달라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정치, 경제 뿐아니라 산업 등에서 급변하고 있지 않나"라며 "독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이외 중국까지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그가 이번에 들고 나온 '대한민국 국부론'으로 이어졌다. 

- 왜, 지금 국부론인가.
"(웃으며) 우선 '왜' 국부론일까. 250년 전 애덤스미스의 정의를 다시 끄집어 낼 필요도 없이,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된다. 다들 알고 있다. 심각한 부의 양극화와 청년실업, '헬조선'이라는 말이 일반명사가 될 정도로 국민들 삶이 힘들지 않은가. 경제도, 기업도 위기에 빠져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 판을 '지금' 짜야한다."

-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보나. 
"이미 많은 전문가나 정부에서도 밝혔듯이, 경제로만 따지면 수출과 내수 부진이 심각하다. 한때 잘나가던 철강, 조선, 석유 등은 해체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고, 우리나라 대표기업이라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까지 위기라고 한다. 과거 IMF위기가 유동성의 위기였다면, 지금은 펀더멘털(구조적) 위기라는 점이 다르다."

-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신성장동력'을 외쳐왔다.  
"(답답하듯) 현재와 같은 재벌체제로는 (위기 극복이) 어렵다는 것이 분명해지지 않았나. 특히 지난 보수정권 8년을 돌이켜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겉으론 '녹색성장', '창조경제'를 내세웠지만, 이들 모두 재벌중심이었다."

- 전국에 지어놓은 창조경제혁신센터가 해당 지역의 연고가 있는 재벌들이 묶여있긴 하다.
"전국에 17곳이나 된다. 일부에선 현 정권이 끝나면 가장 먼저 없어질 사업이 '창조경제혁신센터'라는 말이 나돈다. 재벌중심의 박정희식 경제패러다임 속에 전형적인 '톱다운(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방식의 사업이다. 이명박정부때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다."

"이런 식으론 우리의 미래가 없다"

그는 "이런 식으론 미래가 없다"고 했다. 대안을 고민해야 했다. 한국적 특수상황을 빼더라도 '저성장과 실업, 노령화'는 다른 나라들도 풀어야 할 과제였다. 김 전 교수는 "우리 주변에선 온통 IT관련 이야기만 나온다"면서 "미국의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IT기업을 찬양하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IT 신산업도 중요하지만 정작 미국이나 독일 등은 제조업의 혁신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이다.

"일자리를 만들고, 부가가치를 가장 많이 창출해내는 것은 여전히 제조업이에요. 국내 어떤 전문가는 '삼성전자를 매각하라'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도 하던데... 미국식 신자유주의 관점에 매몰돼 있는 사람이죠. 전자산업은 21세기에도 핵심이고, 미래산업이에요. 매각이 아니라 연구개발을 통해 혁신을 이끌어내고, 시장을 창출해 나가야 할때죠. 지금 독일, 미국, 인도 심지어 중국도 그렇게 가고 있는데..."

-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달라.
"독일은 아예 4차 산업혁명을 선언했다. 지난 2012년에 '국가 하이테크 비전 2020'을 내놓고 실행계획으로 '인터스트리 4.0'을 공개했다. 핵심은 '스마트 공장' 건설이다. 제조업과 IT를 융합해서 생산방식부터 근본적으로 바꾸고, 산업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미 독일의 지멘스, 보쉬, 베엠베(BMW) 등 기업들이 만들어 가고 있다."

- 책에서 보니까 미국은 아예 독일을 벤치마킹하는 것처럼 보이던데.
"그렇다. 오바마 대통령 스스로 '독일을 배우자'고 했으니까. 미국도 제조업 발전을 위해 국가협의체를 만들어 운영중이다. '혁신제조업파트너십(AMP 2.0)'이라고 한다. 여기에 미국 애플, 구글 등 민간기업 차원의 기술혁신과 융복합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2013년에 '산업재흥플랜'을 내놓고, 중국도 미래 10대분야 육성을 내걸고 '중국제조 2025'를 발표했다."

그는 정말 할말이 많아 보였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 국민은 준비가 돼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런데 아직 준비된 리더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와 소주잔을 기울이면 책의 서문 이야기를 꺼냈다.

-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추천사가 인상적이었다.
"책 원고를 완성하고 직접 들고 전남 강진으로 내려갔다. 선거때문이었는지, (손 전 대표가) 외부인사를 거의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졸고를 직접 읽고, 흔쾌히 추천서를 써 주셨다. 아무래도 그가 한국정치에서 고민하는 부분과 여러가지로 맞닿아 있지 않았나 싶다."

"대통합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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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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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민이라면. 
"한국정치를 우물에 비유하면서 민주적 리더십을 이야기 한 부분이 있다."

손 전 대표는 "정치란 '사람을 섬기기를 하늘같이 받드는 예술'이 아닌가"라면서 "그런데 한국정치는 현재 우물에 빠져있는 꼴"이라고 적었다. 그 스스로 이번 책을 통해서 자신이 평생 추구했던 '앞서가는 정신'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또 손 전 대표는 "내 정치 인생을 관통하는 것을 한단어으로 정리하면 '민주적 리더십'이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민주적 리더십이 '대한민국 국부론'과 결합하면 김구 선생이 노래한 '높은 문화국가'가 되는 것 아닌가"라고 썼다. 

손 전 대표의 추천사 내용은 정치권에서 여러 해석을 낳기도 했다. 그의 정치 복귀와 함께 향후 그의 행보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아예 이번 책을 19대와 20대 국회의원 모두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그의 책을 받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러 의원들이 김 전 교수에게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

그와의 이야기는 이번에도 몇시간을 넘겼다. 정치, 사회, 경제현실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의 날 선 비판은 정말 매섭다. 그러면서 대안도 항상 고민한다. 이번에 '국부론'을 들고나온 이유도 그렇다. 그의 말이다.

"저성장의 늪속에서 어떻게 하면 빠져 나올 수 있을까. 누가 할 수 있을까. 어차피 우리 안에서 찾을 수밖에 없잖아요. 미국이, 독일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줄 순 없으니까... 우리는  강점이 있어요. 산업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고, 여전히 세계수준의 제조업과 IT강국이고...우리의 교육열이나 손재주도 세계 최고 아닌가. 독일사람들도 한국의 강점을 인정해요. 문제는 리더십이죠. 새로운 정치와 경제, 국민을 이끌어갈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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