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처절한 동물산업의 그림자…공장식으로 ‘생산’되는 반려동물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충북 옥천의 한 반려견 번식장에서 강아지들이 좁은 철창 안에 갇혀 있다. / 연합뉴스

충북 옥천의 한 반려견 번식장에서 강아지들이 좁은 철창 안에 갇혀 있다. / 연합뉴스

 

주부 최성희씨(43)는 두 달 전 ‘교배견’ 코코를 데려왔다. 이전까지 이른바 ‘강아지 공장’이라 불리는 사육농장에서 새끼를 배고 낳는 일을 끊임없이 반복해온 개였다. 한 동물보호단체의 요구로 풀려나온 개를 최씨의 지인이 입양한 뒤 다시 사정 때문에 최씨가 키우기로 한 것이다. 코코가 농장에 있는 동안 낳은 새끼의 수가 몇 마리인지는 최씨도, 농장주도 정확히 모른다. 다만 코코의 배에 남은 흉터가 농장에서 보낸 지난 시절 교배견으로 고생한 이력을 짐작케 한다. 최씨는 “동물병원에서는 ‘이제 건강해지긴 했지만 아마 보통의 다른 강아지들보다는 일찍 갈(죽을) 수 있다’고 했다”며 “자궁이 있는 쪽을 만지면 낑낑대는 걸 보면 아직도 정신적 상처는 남은 게 아닌가 싶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산업으로 자리잡은 반려동물 시장

다섯 가구에 한 가구꼴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다. 수요가 있는 만큼 공급이 따르고 산업이 성장한다. 지난해 기준 반려동물 시장의 규모는 1조8000억원대로 추정됐다. 산업으로 자리잡은 만큼 강아지와 고양이의 생산과 유통, 사료와 용품 공급에 이어 병원, 보험, 미용, 장례, 호텔, 카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제활동이 시장에서 펼쳐진다. 그리고 각각의 경제활동은 경제논리를 따른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수익을 거둬야 하는 것이다. 새끼를 낳는 데서부터 ‘공장’이라 불릴 정도로 사육농장은 효율성과 경제성을 추구하게 된다.

 

동물보호단체를 통해 듣는 개·고양이 등의 반려동물 사육농장의 현실은 심각하다. 동물자유연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동물단체 케어 등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공장식 반려동물 생산의 실태는 비인도적인 측면을 적잖이 보여주고 있다. 새끼를 낳는 암컷이 지속적으로 배란을 할 수 있게 배란유도제를 투여하고 수컷과 강제적으로 교배를 시키거나 수컷의 정자를 주사기 등의 도구로 암컷의 몸에 집어넣는 등의 방식이다. 미신고 농장에서는 새끼를 낳거나 치료가 필요한 때에도 수의사의 진료 없이 자의적인 치료나 투약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태어난 새끼는 어미와 떨어져 젖만 먹이는 대리모 개와 함께 자란 뒤 한창 귀여워 상품성이 높을 때 팔려나간다. 그리고 어미인 교배견은 심각한 질병 또는 외상 등으로 죽거나 더 이상 새끼를 낳을 수 없게 돼도 죽게 되는 운명에 처한다.
 

 

생산업체 80% 이상이 법의 테두리 밖

지금과 같은 비위생적인 반려동물 생산 실태는 법적인 규제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은 동물 생산업을 신고제로 영업하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국에 신고한 뒤 영업 중인 반려동물 생산업체는 현재 188곳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제 운영되고 있는 생산업체 수는 농림축산식품부 추정치로는 1000여곳, 동물단체 추정치로는 4500여곳 이상에 달할 정도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추정치를 따르더라도 80% 이상의 동물 생산업체가 법의 테두리 바깥에서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규제가 약하다는 데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으로는 미신고 영업이 적발되더라도 1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 것이 전부다. 신고한 번식장에 대해 감독관청의 추후 관리·감독도 사실상 전무하다. 생후 60일이 안된 동물은 판매가 금지돼 있지만 솜방망이 규제 탓에 태어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새끼 강아지들이 버젓이 판매업체(펫숍)에서 팔리고 있는 형편이다.

공장식 동물 생산과 사육 실태는 <TV동물농장> 등 방송에서도 방영되면서 적지 않은 반향을 불렀다. 방송의 여파로 반려동물 경매장에서 새끼 강아지 가격이 20~30% 가까이 떨어지는 등 생산업체도 영업 측면에서 보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대다수의 업체가 미신고 상태에서 법적 제재를 고려하지 않고 영업 중이다 보니 당국에 신고하고 합법적 범위 안에서 반려동물을 생산·유통하는 농장 입장에서는 억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에서 강아지 사육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53)는 “생업을 위해 강아지들을 낳고 있으니 가능한 한 더 많이 낳으려고는 해도 부작용 위험이 높은 배란촉진제를 쓰거나 강제로 교배를 시키는 일은 피하고 있다”면서 “신고도 없이 운영하는 곳에서 돈만 따져서 하는 짓거리들 때문에 양심적인 브리더나 농장이 욕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3주 정도 자란 뒤 경매장을 거쳐 판매업소로 넘어간 새끼 개나 고양이들의 처지도 농장에 남은 어미보다 크게 낫지는 않다. 귀여운 모습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눈에 들려면 최대한 작은 체구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팔리기 전까지는 급식 및 급수 제한으로 영양부족과 갈증에 시달려야 한다. 영양부족뿐만이 아니라 비위생적인 생산환경에서 옮겨온 질병 탓에 분양 직후 폐사하기까지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수의사 김정호씨(39)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분양받은 뒤 잘 모르는 주인들은 그냥 예방접종이나 맞히려고 동물병원에 데려오는데, 펫숍에서 사 온 애들 대부분이 영양실조 상태라 일단 월령에 맞게 영양보충부터 해주라는 조언을 한다”며 “데려오자마자 (동물이) 아파서 병원에 데려온 경우에도 판매한 데서는 아무 책임이 없다고 발뺌해 견주만 피해를 보는 때도 많다”고 말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이 7월 2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동물 가면을 쓰고 반려동물 인터넷 판매금지 요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이 7월 2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동물 가면을 쓰고 반려동물 인터넷 판매금지 요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살아있는 동물을 시장에서 가격을 매겨 사고파는 과정에서 생명의 존엄성이 경시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작용하는 데 있다. 작고 귀엽거나 혈통이 좋은 동물들에 대한 수요가 가장 큰데, 이 수요를 감당하려면 공장식 반려동물 생산이 뒤따르게 되는 것이다. 가정에서 낳은 새끼들이나 전문적 브리더를 통해 동물을 분양해 오는 방법도 있지만, 가정 분양은 공급이 부족하고 전문 브리더는 가격이 높다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동물단체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울 때 업체를 통해 구매하기보다는 유기견을 분양받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 동물단체 관계자는 “한 해 버려지는 유기견 숫자만 15만마리쯤 되고, 버리지 않고 죽을 때까지 키운다는 비율이 12%에 불과하다는 조사도 있다”며 “맘에 안 들고 부담된다는 이유만으로 동물을 버리는 문화는 귀엽게 보이는 동물을 충동적으로 쉽게 사게 만드는 시장구조와도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죽을 때까지 키우는 비율 12% 불과

반려동물을 공장식으로 생산·유통하는 문제가 생명 존엄성과 동물보호는 물론 동물 소비자의 피해와 유기동물 등 사회적 문제로까지 퍼져나가자 정부도 동물산업에 관한 규제를 보다 촘촘하게 마련하겠다며 대책을 내놓았다. 동물 생산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고, 전담조직을 설치하는 등의 방안이 포함돼 있지만 대체로 산업 차원에서 반려동물산업을 육성해 경제적 효과를 높이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해 1조8000억원대인 시장규모가 2020년까지 5조8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을 바탕으로 경매업 신설, 온라인 동물판매 허용, 동물병원 설립규제 완화, 동물전용 보험상품 개발 등 관련산업 기반을 키운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동물단체들에서는 허가제 도입과 함께 생산·판매 두수에도 제한을 둬야 하고, 경매업과 온라인을 통한 동물 거래를 늘리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현재 전국 19개소 경매장에서 연간 약 30만마리 이상을 펫숍으로 유통시키고 있는데, 경매장에서 유통되는 반려동물의 절대다수가 미신고 생산업체에서 나온 동물들이어서 공공연히 출처가 세탁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같은 비판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경매장이 현행법으로는 판매업 규정이 적용돼 효과적인 단속과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라 경매업 특성을 반영한 기준과 준수사항을 마련해 합법적인 생산·유통업체만 경매에 참여할 수 있게 해 유통되는 마릿수를 줄이려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반려동물’ 지위 누리는 동물은 6종뿐

국내의 현행법으로는 ‘반려동물’의 지위를 누릴 수 있는 동물은 6종뿐이다. 개·고양이·토끼·페럿·기니피그·햄스터의 6종을 제외하면 다른 동물들은 축산물이나 수산물, 또는 실험용 동물로 분류되는 외에 다른 기준이 없다. 6종 모두 포유류이고, 전부터 가정에서 흔히 길렀던 열대어 등 관상어류나 십자매 등 조류가 포함되지 않는 등 현실을 반영하지 않아 반려동물의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반려동물의 생산과 유통과정에서의 비인도적·비위생적 관행이 되풀이되는 문제 때문에 올해 4분기까지 조류와 파충류, 어류까지 포함하는 쪽으로 반려동물의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이미 반려동물로 법적으로 분류되는 개나 고양이도 생산업자가 지켜야 할 법적 기준이 현실과 달라 비위생적인 사육환경에 노출되는 점을 감안하면 아예 반려동물로 인정받지 못해 아무런 보호 기준이 없는 동물들의 유통실태는 더욱 열악하다는 것이 동물단체들의 지적이다.

다양한 반려동물을 원하는 수요가 느는 데 비해 그에 걸맞은 제도적 장치가 없어 학대받거나 버려지는 위기에 노출된 동물들로는 고슴도치나 다람쥐 등을 들 수 있다. 독립성이 높아서 키우는 사람이 기대하는 수준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기가 쉽지 않은 데다, 특히 다람쥐 등의 설치류는 경계심이 많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사람을 물거나 덤비는 일도 발생한다. 반려동물로 키워진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습성이 잘 알려지지 않아 방치되거나 의도치 않게 유해한 환경을 제공하는 등의 문제도 있다. 소형동물인 만큼 가정 내에서나 밖에서 잃어버린 뒤 찾지 못하고 죽는 경우도 많다.

 

정부의 새로운 반려동물 기준에 포유류나 조류, 파충류, 어류 등 척추동물만 들어간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지능이 높아 최근 해외에서 반려동물로 인기를 끄는 문어 등의 연체동물이나, 전통적으로도 많이 길러온 곤충 등의 절지동물은 들어가지 않는다. 관상용으로 인기를 끄는 문어는 몸 색깔을 화려하게 바꾸는 종이 인기를 끄는 데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경기 결과를 맞히는 등 사람과의 기초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해 국내에서도 사육 인구가 늘었다. 수의사 김정호씨는 “보호색 있는 문어나 혹은 달팽이 같은 동물들을 키우는 반려동물 동호회원들이 늘어날 정도로 국내에도 다양한 수요가 자리잡고 있다”면서도 “문어는 열대어 못지 않게 서식환경 맞추기가 쉽지 않기도 하고 현실적으로 치료를 해줄 만한 동물병원이 아주 드물다는 문제도 있어 이런 점을 희귀동물을 키울 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