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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고향은 미국, 사드를 고향으로!”

1천여 김천시민들, 국방부 앞에서 “사드 철회” 항의시위
▲ 김천시민 1000여 명이 용산 미군기지 인근 국방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성주와 김천은 하나다. 우리 김천시민들이 성주와 힘을 합쳐 사드를 미국에 돌려보내자. 우리 고향은 대한민국, 사드의 고향은 미국. 사드를 고향으로 보내주자. 사드 최적지는 성주도 아니고, 김천도 아닌 사드의 고향 바로 미국이다.”

9월의 첫날 1000여 김천시민이 용산 미군기지 인근 국방부 앞에 모였다. 결코 기념할 수 없는 전쟁을 기념하는 ‘전쟁기념관’을 사이에 두고 ‘사드 (미국에)가고, 평화 (한국에)오라’는 구호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박보생 김천시장과 5명의 투쟁위원장이 모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만나러 간 때문인지, 집회는 자유발언으로 채워졌다. 김천 촛불에서 이미 주목을 받던 명연설자들이 무대 옆에 줄을 서있었다.

“국방부는 자기 발등을 자기가 찍었다. 처음 칠곡에서 반대 여론이 나오자 성주를 최적지로 발표했다. 성주군민들이 들고 일어나자 이번엔 김천으로… 이렇게 ‘왔다리 갔다리’ 하니 국방부 말을 누가 믿나. 시골 면사무소만도 못한 행정이다”고 국방부를 성토한 이유걱씨는 청중을 압도했다. “제가 보기엔 내일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 해외 순방을 떠나고 없을 때 사드 부지를 발표할 것 같다”고 예측한 이씨는 매번 중요한 결정 때마다 자리를 비우던 박 대통령의 행적을 꼬집었다.

한편, 이날 김천시민들의 상경 시위는 애초 200명을 계획했으나, 버스 25대와 기차를 타고온 200여명을 합쳐 1000명을 훌쩍 넘겼다. 그리고 시위 현장이 미군부대 앞이라 그럴까. 유독 미국 이야기가 많았다.

▲ 사드를 미국으로 가져가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왜, 미국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나? 지금이 어떤 시절인데, 미국에게만 의존하려 하는가. 그때 그때 국익에 따라 미국도 선택하고, 중국도 선택해야지. 어째서 미국편은 애국이고, 중국을 편들면 종북으로 몰아붙이냐”며 친미 일변도의 외교정책을 질타한 이명재 김천YMCA 이사는 “사드는 북한 미사일을 방어하는 무기가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미 본토 보호용 무기다. 사드를 두고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뜻을 물어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선택해야 한다”고 국민 의사에 기반한 줏대 있는 외교정책 수립을 촉구했다. 

한 시간 넘게 한민구 국방장관을 만나고 온 김세운 수석공동위원장은 “군인이라 그런지 민간인이 하는 말을 도대체 알아듣질 못한다”고 답답해 하면서 “15만 김천시민을 대표해 시장님까지 같이 갔는데 ‘검토’해 보겠다는 흔한 말도 하지 않았다”며 한 국방장관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날 시위 현장에선 김천시의원 18명 가운데 머리를 자르지 않은 10명의 삭발식이 있었다. 삭발식이 진행되는 동안 박보생 김천시장은 무대에 올라 “오늘 국방부를 방문하면서 김천시민을 대표하는 공직자로서 수치심을 느꼈다”고 소회를 밝히면서 “김천시장 박보생은 끝까지 김천시민들과 '사드반대'에 함께 하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김천시는 지난달 말 제3부지로 롯데골프장이 거론되자 매일 촛불을 밝히고 있으며, 다음주에는 성주군민들과 공동 촛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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