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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를 당장 하야시켜야 하는 이유

최순실의 꼭두각시를 청와대에서 끄집어내는 대행진을 시작하자

한참 번져가던 최순실 사태에 기름을 끼얹었던 박근혜의 10월25일 사과성명을 놓고 이런 저런 뒷말이 있다. 성명발표 이틀후 종편 TV조선은 ‘그 사과문은 우병우 민정수석이 작성했다’며 특종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자기가 알기로는’ 대통령이 직접 구술했다고 반박했다.

이런 논란이 일어나는 이유는 대국민 ‘사과’가 ‘변명’같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대체 누가 그런 걸 사과성명이라고 썼느냐’는 질책에 대해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박근혜가 직접 썼다’고 대답하여 논란을 더 키웠다.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진들은 박근혜가 기자회견장에서 그 성명서를 읽을 때까지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니 ‘성명 문안을 독일에서 보내왔다’는 추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런 추정을 하는 사람들은 박근혜가 476자에 달하는 문장을 만들 능력이 없다는 것을 가장 확실한 근거로 들고 있다. 또 다른 근거로는 이제까지 최순실이 손봐왔던 박근혜의 연설문에서 늘 있었던 ‘주어와 술어가 어울리지 않는 문장’이 여기서도 등장한 것을 들고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이 사과성명이 최순실에 의해 기획되었다고 의심하게 만드는 것은 최순실의 불법행위나 처벌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고, 오히려 최순실을 감싸려는 기색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박근혜를 당장 하야시켜야 하는 이유

2년전 정윤회 파동과 십상시 사건이 발생했을때 청와대 측근들의 권력서열이 세상에 알려졌다. 1위 최순실, 2위 정윤회, 3위 문고리 삼인방... 이것이 당시 대체로 공인된 박근혜정권의 권력서열이었다. 뿐만아니라 눈썰미있는 사람들은 이 사건을 통해 박근혜가 최순실에게 정신적으로 종속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당시에는 그 양상과 정도까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드러나고 있는 박근혜의 정신적 종속상태는 세상이 깜짝 놀랄 정도다. 최순실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하고 각종 청와대 행사와 박근혜가 입고 나갈 옷을 결정해 온 것은 평범한 업무였다고 해야 할 정도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개성공단 가동중단을 결정한 장본인이 최순실이고, 사드 배치를 전격 결정한 것도 최순실이라고 한다. 박근혜가 대북적대정책을 고수한 이유가 최순실이 ‘2년안에 북한이 붕괴한다’고 한 말을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이라니 더 말해서 뭐하겠는가.

이처럼 최순실은 박근혜에게 친밀한 조언자이거나 믿고 의지하는 관계 정도가 아니었다. 박근혜는 최순실의 말이라면 맹신하였으며, 최순실은 박근혜에게 일방적인 결정권을 행사했던 것이다.

이러한 둘의 관계가 유사종교 때문인지, 아니면 내밀한 가족사 또는 호르몬의 작용 등 다른 이유로 형성된 것인지는 아직 다 알 수 없다. 그러나 박근혜가 최순실과의 관계에서 판단능력이 극히 약화되거나 상실되는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미르재단과 K재단 등의 비리의혹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이를 ‘국론분열’, ‘무책임한 허위폭로’라고 비난하며 최순실을 은폐하려고 했던 것, 그리고 앞서 말했지만 정권이 붕괴될 위기에 처했는데도 ‘최순실을 보호하는데 애를 썼던’ 대국민 사과성명이 증명해 주고 있다.

지금까지 박근혜정권에서 벌어진 기이한 일은 한 두개가 아니었다. 참으로 이해가 안되는 일이 많았는데 최순실이라는 퍼즐조각을 끼워넣으면 모든 것이 설명된다. 하루동안 온갖 혼선을 빚으며 공표된 ‘개성공단 가동중단조치’는 최순실이 국정에 개입한 전형적인 양상을 가지고 있다. 세상이 깜짝 놀란 외교참사인 ‘위안부’합의도 그렇게 설명이 된다. 외교부장관이 양복을 맞추고 있을 때 발표된 사드배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제는 지난 정책 결정의 잘못만이 문제가 아니다. 최순실이 독일로 달아난 후 심신미약상태가 더욱 심해졌을 박근혜가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과성명 발표 이틀 후 세상이 하야와 탄핵으로 들끓고 있는데, 박근혜는 지방에서 열리는 공개행사에 참가했다. 지역의 모든 기자들은 그 일정이 당연히 취소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버젓이 행차를 하고 연설을 했다. 사람들은 ‘혼이 비정상이니 뭘 못하겠느냐’고 비야냥댔지만 나라의 운명을 생각하면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9월말 이정현의 결사단식소동, 10월초 느닺없는 탈북선동소동, 10월중순 인권법안 내통소동... 이것들은 한결같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던 최순실문제를 덮어보려고 벌인 소동들이다. 박근혜는 하다하다 안되니 개헌소동까지 벌였다. 사람들은 걱정한다. ‘또 무슨 짓을 벌일까? 전쟁소동이 남았는데...’

각 부처 장관들의 무능과 무책임은 극에 달해있고, 청와대 비서진들은 공황상태속에서 제 살길만 찾고 있다. 엽기적이긴 했지만 이 정권의 유일한 정책판단 시스템이었던 최순실-박근혜 라인도 이젠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홀로 남은 심신미약상태인 박근혜는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따라서 더 끔직한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이 자에게서 국정 최고결정권을 박탈해야 한다. 이 자를 하루빨리 청와대에서 끄집어내야 대한민국이 헤어나올 수 없는 파탄지경에 빠지는 것이라도 막을 수 있다. 이것이 박근혜를 당장 하야시켜야 하는 절박한 이유다.

하야인가, 탄핵인가.

박근혜에게서 국정최고책임자의 권한을 박탈하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박근혜가 제발로 청와대에서 나오게 하는 하야를 강요하는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심신미약자 박근혜에게서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해야 하는 시급성을 감안할 때 하야는 가장 적합한 방법이기도 하다.

야당은 하야를 하게 되면 헌정중단사태가 발생할 수 있고, 당장 대통령선거를 해야 하므로 정치일정이 복잡해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유례없는 위기에 처한 나라의 운명보다 자기 당이나 후보의 대선 당선에만 관심이 있는 당리당략적 태도에 불과하다. 지금은 하야 이후에 대한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을 한가한 때가 아니다. 최순실이 떠나고 홀로 남은 박근혜가 여전히 대통령의 권한을 쥐고 있는 상태는 너무나 위험하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시간을 벌어 위기를 모면해 보려고 한다. 새누리당은 되지도 않을 특검을 들고나와 시간연장책을 쓰려고 한다. 청와대와 국무총리 황교안은 거국내각 구성을 거부하고 자기들이 권력을 계속 행사할 것이라는 파렴치한 소리를 지껄이고 있다. 뿐만아니라 이들은 사건을 호도하려고 갖은 수작을 부리고 있다. 이원종 비서실장이 ‘국민도 피해자지만 대통령이 가장 큰 피해자다’라고 주장했고, SNS에서 온갖 잡스런 표현으로 묘사되는 인물인 국회의원 김진태가 ‘그 PC는 최순실이 사용한게 아니다’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세계일보가 최순실의 일방적인 주장을 보도한 것 등은 이들이 상황의 반전을 노리고 있음을 말해준다.

새누리당과 정부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탄핵안을 발의하는 것이다. 국회에서 탄핵안 발의가 제기되면 이들은 탄핵안에 대한 찬반과 통과저지를 놓고 힘겨루기를 해야 한다. 다른 짓에 힘을 쓸 여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야당들은 여전히 새누리당과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을 할 여지가 있다. 격렬한 비난 을 얻어맞고 하루만에 거둬들이긴 했지만 민주당이 새누리당과 특검 협상을 한 것은 이를 증명해준다. 물론 이것은 야당의 오랜 속성이기도 하고 현재 야당들의 어쩔 수 없는 실력이기도 하다. 따라서 야당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하려고 해도 국회에서 탄핵안을 발의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탄핵안의 주체가 대중이 아니고 국회이므로 부결되거나 실종되는 데 대한 우려가 있는데 이는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탄핵안 발의는 어디까지나 대중의 하야요구에 의해 국회에 강요되는 것이므로 하야운동이 계속되는 한 탄핵은 유효성을 잃지 않을 것이다. 뿐만아니라 국회에서 탄핵안이 발의되는 것은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을 거부하고 버티는 박근혜에게 햐야하도록 압박하는 효과도 크다.

이처럼 하야가 곧 탄핵이고, 탄핵은 하야를 압박하는 방법이다. 다시말해 하야건 탄핵이건 둘다 본질에서는 국민이 박근혜를 끌어내리는 것이다. 형식적 주체나 절차를 따져 굳이 구분지을 필요가 없다. 박근혜를 대통령자리에서 쫓아내는 투쟁은 이 두 개를 함께 밀고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순실의 꼭두각시를 청와대에서 끄집어내는 대행진을 시작하자

지금 벌어지는 최순실사태는 짧게는 작년 민중총궐기때부터 분출하기 시작한 민중의 투쟁이 이뤄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의 보도나 폭로는 우리가 투쟁으로 일궈낸 땅이 있었기에 싹틀 수 있었던 것이다. 오직 민중의 투쟁만이, 대중의 거세찬 힘만이 꼭두각시 대통령 박근혜를 청와대에서 쫓아낼 수 있다.

민중이 앞장서고 모든 대중이 함께하는 나라를 나라답게 다시 세우는 투쟁, 박근혜의 햐야와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의 종식을 요구하는 대행진을 시작해야 한다.

안호국 시사평론가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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